항공업계가 표준화 민영화 디지털화 등 10대 키워드에 특별히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프로스트앤드설리번컨설팅 최승환 상무는 제8회 항공산업전망세미나에서 공항운영사업자가 ‘인프라 표준화’에 눈떠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공항 내 여객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 시스템 표준화를 언급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공항디자인에 신경을 쓰는 건 드물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는 한정된 인프라자원의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공항디자인에 신경써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이용만족도가 높은 공항’의 외형을 표준모델로 본떠 적용하면 공항운영사업자들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전했다.
민간과 공적 자본이 합작하는 PPP(민관합작투자) 방식의 공항시설 민영화도 이날 언급됐다. 신규 시설 투자 등에 필요한 재원이나 인력을 민간에서 마련해 효율성을 끌어 올리면 항공산업의 선진화도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 상무는 “우리나라는 공항을 공공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서유럽이나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들은 공항을 민영화함에 따라 수익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이들 공항은) 단위시간당 많은 화물과 여객을 처리하기 위해 현장시설투자 외에도 스마트 활주로 개발 및 자원 효율화를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IT기술 적용한 셀프작업 본격화
첨단 IT기술을 적용한 스마트공항이 가져다 줄 장점도 이날 함께 언급됐다. 특히 여행객이 항공권을 발권하는 것부터 수화물을 맡기는 과정까지 모든 작업을 스스로 처리하는 ‘셀프오퍼레이션’ 시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미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항공권 발권과 체크인 과정을 웹이나 모바일에서 해결하고 있으며, 수화물 위탁도 승무원의 도움 없이 스스로 처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최 상무는 셀프작업이 본격화되면 체크인 출국심사 비행기탑승까지 일사천리로 해결할 수 있어 지체현상을 줄일 수 있고, 많은 여행객들이 시간을 절약해 공항 내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거라고 분석했다.
향후 공항 사업모델에 대해 최 상무는 “(공항운영사업자들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항공사업으로 면세점과 같은 유통부문에 집중할 것이며, 수익성이 개선되면 공항을 상업적으로 육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허브공항이 조성되면 공항사업자들은 공항이용료를 감면하거나 공항 인근에 필요한 호텔 및 컨벤션 시설을 도입하는 등 공항을 비즈니스허브로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상무는 표준화, 민영화, 디지털화에 따른 셀프작업 확대 외에도 ▲공항도시 조성 ▲면세점 등 영리사업 도입 ▲디지털보안 ▲수요성장 ▲항공권발권 간소화 ▲녹색공항 등을 항공업계가 주목해야 할 산업 트렌드로 제시했다.
화물시장, 여객기 화물칸 이용률 증가
올해 우리나라 항공화물시장은 국제선 ‘성장’, 국내선 ‘침체’로 엇갈릴 전망이다. 한국교통연구원 항공산업일자리연구팀 손흥구 박사는 올해 국제선 화물수요가 전년 대비 4.1% 성장한 420만t을 거둘 거라면서도, 국내선은 6.1% 뒷걸음질 친 27만t에 그칠 거라고 평가했다. 올 상반기까지 취급한 화물처리량은 국제선이 204만t, 국내선이 14만t이었다.
내년도 화물처리량에서도 국제선은 순조로운 성장세를 띨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선은 부진할 전망이다. 국제선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는 여객 수하물과 순화물 덕분에 4.9% 성장한 440만t을 취급할 거로 분석됐다. 특히 최근 대한항공 등에서 화물기 공급량이 감소했지만, 여객기 화물칸인 벨리카고의 이용 확대로 꾸준히 성장할 거로 내다봤다. 반대로 국내선은 순화물과 수하물이 동반 감소함에 따라 6.4% 줄어든 26만t에 그칠 전망이다.
올해 여객수요도 화물수요처럼 국제선은 활황세를 띠는 반면 국내선은 침체할 거로 평가받았다. 국제선의 경우, 일본 중국 베트남 노선의 활황세로 지난해보다 11.9% 성장한 약 8613만명이 이용할 거로 내다봤다. 국내선은 2.5% 감소한 약 3161만명에 그칠 전망이다. 올 상반기까지 집계된 국제선 이용객은 4223만명이었으며, 국내선은 1584만명이었다.
내년에도 여객시장의 성장흐름은 국제선과 국내선이 크게 양분될 전망이다. 국제선은 올해보다 9.3% 성장한 약 9417만명이 이용할 예정이다. 중국 노선의 회복과 일본 노선의 활성화, 국적 대형항공사(FSC)의 중장거리 노선 활성화 등이 실적을 이끌 거란 평가다.
노선별로 점유율이 가장 높은 한일구간은 9% 성장한 약 2345만명, 한중구간은 11.1% 증가한 약 1797만명이 예측치로 집계됐다. 베트남노선은 국적항공사의 단거리 노선 확대와 국내 내국인의 출국, 외국인의 입국 급증 등으로 23.9% 폭증한 984만여명이 이용할 전망이다. 미주노선은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조인트벤처 효과, 국적 대형항공사의 중장거리 활성화 등으로 6% 증가한 789만명이 예상치로 집계됐다.
내년도 국적·외국적 항공사의 점유율은 국적 저비용항공사(LCC)가 33%로 올해보다 3.48%포인트 증가하고, 국적 대형항공사와 외항사가 각각 36.6% 30.4%로 올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2015년 기준 LCC의 시장 점유율이 14.6%, 국적 대형항공사가 49.6% 였던 점을 비교하면 의미있는 수치다.
국내선은 올해와 비슷한 3192만여명에 그칠 전망이다. 제주노선의 수용량 한계로 증가세가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9년 항공사 시장점유율은 국적 LCC가 59.8%, 대형 항공사가 40.2%로 전망됐다. 손 박사는 “국적 대형항공사는 중장거리 노선에 집중해 국내선 점유율이 점차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올해로 8회차를 맞은 항공산업전망세미나는 한국항공협회와 한국교통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공항공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상명대학교 한서대학교 인하공업전문대 등 항공업계와 학계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국항공협회 성연영 실장은 개회사를 통해 “항공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환율과 유가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새로운 LCC들이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새로운 변수들이 많아지면서 항공산업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연구원 항공교통연구본부 송기한 본부장은 “항공업계가 남북협력문제나 신규 항공사들의 진입에 다른 제도 개선, 특정 항공사들의 오너십에 대한 문제, 신규 공항인프라 확충에 따른 갈등 문제 등 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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