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운송권 이관약정의 구체적 사항이 특정되지 아니해 무효인지 여부
운송권 이관과 관련된 중요사항을 특정할 수 있는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아 위 운송권 이관약정을 ‘새로운 운송계약의 예약’으로, 원고의 요구권을 ‘예약완결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적어도 위 운송권 이관약정은 피고에게 ‘운송권(선박운영권) 이관을 위해 그 구체적인 조건 및 내용에 대해 협의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한도 내에서는 유효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갑 제6 내지 14, 1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의 요청에도 운송권(선박운영권)의 의미에 대해서 반문하면서 협의일정조차 통보하지 않는 등 위 협의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했고, 나아가 2016년 1월27일에는 “종전 대주주와 합의한 용선계약 제11조 제2항은 현재 시점에 피고에게 적용되기 어렵다.”라고 주장하며 이행거절의 의사도 표시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결국 피고의 위 협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원고가 이 사건 용선계약을 해지할 수 있음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피고의 주장대로 “운송권 이관의 중요사항에 관해 장래 특정할 수 있는 기준 또는 방법에 대한 합의가 없었는지”에 대해 보건대, 이러한 기준 또는 방법의 존부는 계약서의 문언뿐만 아니라 당사자 사이의 관계, 거래관행 등 제반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는바, ① 위 운송권 이관약정은 이 사건 용선계약의 급부내용을 변경하는 것이어서 잔존 계약기간 등 기존 용선계약의 내용을 준용할 여지가 있어 보이는 점, ② 또한 해운업계 관행 상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표준계약서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운임 역시 국내 거래업계에 참고할 만한 사례들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운송계약이 체결되지 않는 경우 원고 역시 손해를 보는 점, ⑤ 증인들은 운임 시가, 거래관행 등을 기준으로 충분히 협의가 될 수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반면, 피고는 실제로 협의조차 해본 일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오히려 중요사항을 특정할 수 있는 기준 또는 방법이 양 당사자 사이에 정해져 있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아. 운송권 이관약정의 효력이 회생절차 상의 실권효에 의해 소멸됐는지 여부
1) 형성권이 회생채권이 될 수 있는지 여부
운송권 이관약정은 경영권이 변동되는 경우 당연히 효력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원고의 요구가 있을 때에만 효력을 발생, 즉 관련 권리의무를 발생시키도록 돼 있다. 따라서 원고의 위 요구권은 형성권이므로 (기존용선계약의 다른 권리의무와 가분적이냐 불가분적이냐를 묻지 않고) 회생채권에 해당하지 않아 실권효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2) 형성권 행사로 인해 발생하는 구체적인 청구권이 실권의 대상인지 여부
다만 형성권 행사로 인해 구체적으로 발생하는 재산상 청구권의 경우에는 ‘위 형성권의 행사를 정지조건으로 하는 권리’로 파악해 위 장래 발생할 청구권 자체를 회생채권에 준해 취급(실권효 적용 등)할 여지도 있으므로, 이에 대해 본다.
우선 원고의 위 형성권 행사로 인해 발생하는 청구권이 무엇인지 문제되는데, 운송권 이관을 전제로 한 ‘협의의무 및 협의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본다면, 이러한 협의의무 및 청구권은 피고의 재산에 대한 청구권, 즉 그 자체로 직접 피고 재산을 변동시키는 청구권이 아니므로, 회생채권이라고 보기 어려워 실권의 대상이 아니다.
다음으로 위 형성권 행사로 인해 ‘운송권(선박운영권) 이관의무 및 청구권’이 확정적으로 발생하되 다만 그 구체적인 내용만을 거래관행 등 제반 사정을 기준으로 상호 협의해 정하기로 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운송권(선박운영권) 이전청구권을 회생채권으로 보기 어려워 실권의 대상이 아니다.
가) 원고의 형성권 행사로 인해 직접 의무 및 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보더라도, 원고의 형성권은 (피고도 스스로 자인하고 있는 바와 같이) 기존 용선계약의 급부내용을 실질적으로는 운송계약의 급부내용으로 변경시키는 계약변경권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형성권 행사로 인해 발생하는 의무는 단순히 운송권(선박운영권) 이관의무만이 아니고 원고의 피고 시멘트에 대한 운송의무 역시 동시에 발생한다.
나) 만약 위 변경권의 행사로 인해 변경된 계약의 급부의무가 기존 용선계약의 급부의무와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면, 기존 용선계약은 피고의 회생절차에서 관리인이 이미 이행을 선택한 쌍무계약에 해당하므로, 변경된 급부의무 및 청구권 역시 기존 용선계약 상의 권리와 마찬가지로 공익채권에 해당해 실권효 대상이 아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19조, 제179조 제7호 참조).
다) 나아가 변경된 계약의 급부내용이 기존 용선계약의 급부내용과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지 않아 변경권 행사 이후 새로운 운송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위 새로이 발생할 운송계약 역시 쌍무계약임은 자명하므로, 쌍방 미이행 쌍무 계약의 법리에 따라 위 운송계약 상의 청구권을 회생채권이라고 할 수 없다.
즉, 어떠한 채권의 발생원인이 쌍방 미이행의 쌍무계약인 경우,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하면 공익채권이 되는 것이고, 해제·해지를 선택하면 기존 채권은 소멸되며 다만 이에 갈음한 손해배상청구권만이 회생채권으로 되는 것이어서(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19조, 제121조, 제179조 참조), 어느 경우나 기존 채권은 회생채권이 될 수 없는데, 이러한 법리는 이 사건과 같이 “회생절차개시 당시에 운송계약으로 변경할 권리가 존재해 장차 운송계약이 성립할 수는 있으나 아직 변경권이 (행사될 수 없거나) 행사되지 아니해 쌍방 미이행되고 있는 경우”에도 유추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결국 변경권행사를 조건으로 발생하는 운송계약상의 권리, 즉 운송권(선박운영권) 이전권 등은 회생채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3) 따라서 회생절차 상의 실권효를 주장하는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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