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5 09:34

시선/ 브레이크없는 남북철도 재건 숨고르기 필요하다



남북 평화무드가 잇따라 조성되면서, ‘남북종단철도’ 현실화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면이 바다고 수출입화물의 99% 이상을 바다로 운송하는 우리나라로선 혹시 모를 선복난과 해상운임변동에 항상 취약하다. 특히 한진해운 사태 당시 납기일에 쫓기던 유럽향 화물들이 대거 화물열차로 수송된 점은 종단철도를 개발해야 한다는 측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다.

서비스 다변화 측면에서도 열차를 통한 대륙권 진입은 상당한 기대요인이다. 남북종단철도가 조성되면 부산이나 광양에서 출발해 중국 러시아 몽골 등을 거쳐 중앙아시아부터 멀게는 북유럽까지 운송일정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지정학적 요인으로 철도 서비스를 누리기 어려운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부산항에서 철도 환적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글로벌 포워더들의 발 빠른 움직임도 눈여겨봐야 한다. 최근 머스크그룹의 물류계열사 담코는 라이벌 기업들이 중국-유럽 복합운송서비스를 강화한 점을 지적하며, 대륙횡단철도 서비스 도입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담코 외에도 퀴네앤드나겔 DHL DB쉥커 일본통운 등은 이미 중국-유럽 철도운송 서비스를 개시해 화주들에게 새로운 물류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철도 인프라를 구축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대요인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남북종단철도 사업을 추진하는 우리 정부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빠르고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우선 천문학적인 재원을 조달하는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경의선과 동해선을 연결하고 보수하는 데만 6조원이 넘는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추정했다. 일각에선 북한 철도를 우리나라 수준으로 재건설하는 데만 총 160조원이 든다는 분석도 내놨다.

화물운송 측면에서 봤을 때 시장수요 문제도 대두된다. 개발 타당성을 확보했음에도 수요 부족으로 적자나 유령 시설로 전락한 국내 SOC(사회간접자본) 사업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철도도 마찬가지다. TSR(시베리아횡단철도)를 활용하는 북방물류기업들은 우리나라가 러시아처럼 블록트레인(전세화물열차)을 자체 운영하려면 열차당 FEU(40피트 컨테이너)기준 70박스 이상의 화물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업계의 지적을 고려해 철도운송으로 거둘 수 있는 수요와 부가가치를 명확히 분석해야 한다.

좀 더 현실적인 문제는 화주들의 움직임이다. 국내 포워더들은 남북종단철도 사업이 성공하려면 중국·러시아로 해상운송 후 철도로 환적운송하는 현재의 사업모델과 비슷한 수준에서 운송요율이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중국처럼 인센티브를 제공해 포워더들의 운송료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장 큰 장애물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UN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안 2397호 등 11개의 대북제재안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기존 CVID에서 FFVD(최종적이고 충분히 검증된 비핵화)로 압박수위를 낮췄지만 비핵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제재에 나설 거란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북한이 공개적인 비핵화로 국제사회의 완전한 신뢰를 얻어야 남북경제협력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남북종단철도는 남북을 하나로 연결하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일감부족에 허덕이는 국내 기업들에게 북한과의 교류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북방물류 전문기업조차 정부의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 없어 사업 전망에 유보적이다. 국가 백년대계는 열정만으로 세울 수 없다. 심도있는 사업계획 수립과 치밀한 전략이 남북철도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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