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이 지난해 해운 불황과 노후선 퇴출에 따른 가입선박의 감소에도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특히 해외 시장 개척에 탄력이 붙었다는 평가다.
KP&I 박정석 회장은 해외선사의 가입이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홍콩 포함) 브루나이 5개국 선박 85척이 KP&I에 가입해 있다. 보험료는 전체의 11%인 313만달러에 달한다.
특히 베트남 8개 손해보험사와 공동인수협정을 체결하고 올해부터 중국 국적의 선박을 인수할 수 있게 된 건 괄목할 만한 일이다. KP&I는 비IG클럽 중 최초로 중국 해사국(MSA)으로부터 인정보험자로 지정됐다. 이를 계기로 중국적 선박의 KP&I 가입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 선주사들은 선박 국적이 홍콩이나 파나마 등 제3국일 때 우리나라 P&I를 이용해왔다. 당장 한중 카페리항로를 운항 중인 연운항훼리가 <자옥란>호를 KP&I에 가입했다. 중국 국적선으로는 최초 사례다.
KP&I는 유럽시장 진출에도 공을 들일 계획이다. 지난달 그리스 아테네에서 한국선급 코리안리 등과 합동마케팅 세미나를 열고 현지 선주사 보험중개사와 잇달아 모임을 가졌다. 박 회장은 행사 이후 IG클럽에 가입해 있지 않은 선주사로부터 보험 요율문의가 들어오는 등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IG클럽(P&I클럽국제그룹) 소속인 영국 스탠더드와 맺은 제휴 프로그램도 결실을 맺었다. 29척의 선박이 제휴프로그램을 통해 새로 가입했다. 현대상선 LNG선과 폴라리스쉬핑 유조선, 대한상선 케이프 벌크선, 팬오션 중량물운반선, 흥아해운 화학제품운반선, 장금상선 컨테이너선 12척 등이다. 아울러 한국해운연합(KSP) 소속인 장금상선 10척과 고려해운 2척도 KP&I 문을 두드렸다.
KP&I는 올해 중점사업으로서 대형선 가입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달 선주협회, 해양금융종합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내해운연관 산업의 동반발전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7월 설립 예정인 해운진흥공사와도 협력해 국가필수선박, 전략화물운송선박, 친환경 지원선박 등 정부지원 선박의 유치에도 힘쓸 예정이다.
박 회장은 선주협회 해운조합과 공동으로 ‘우리나라 P&I보험산업 발전방안’을 주제로 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로 한 내용도 전했다.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P&I보험으로 시야를 넓히면서 해외 사업자와 손잡고 국부유출에 일조하고 있다는 우려가 배경이다. 지난해 보험업법을 어기면서 국내 영업을 해 논란이 됐던 일본선주보험조합(JP&I)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KP&I 가입실적은 5월 현재 225개사 1010척 2035만t, 연간보험료 2950만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박정석 회장은 “이제 KP&I가 모든 종류의 선박을 인수할 수 있고 보험요율도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며 “해운 연관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해운기업들이 상생정신을 발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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