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신용등급을 개선하려면 현금흐름과 재무관리, 차입금 상환에 신경 써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기업평가는 “미국 항공사들의 신용등급이 최대 6노치까지 상향된 반면 국내 대형항공사들의 신용등급은 하락세를 이어왔다”며 “그 차이는 각 항공사의 재무정책과 그에 따른 재무부담에서 출발한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신용평가 관점에서 기업이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현금 유입이 유출보다 많고, 비영업현금 지출이 영업현금흐름에 비례하는 편이다.
수익성 개선과 투자지출 규모에서도 미국과 우리나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대형 항공사들이 통합작업에 들어갔다. 공급을 크게 줄이자 산업 전반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저비용항공사(LCC)가 등장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단위당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다. 비용절감은 꾀했지만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투자 측면에서도 미국은 벌어들인 수익을 신규투자와 차입금 상환에 골고루 분배한 반면, 우리나라는 신규투자에만 할애하면서 차입금을 늘려왔다. 대한항공은 2010년 이후 실적 하락이 계속되면서 당기순손실이 크게 발생했지만, 15조원이 넘는 자본지출(CAPEX) 투자에도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수년간 대규모 적자에도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무리하게 A380 기종을 도입하면서 재무안정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재무적으로 사업리스크가 커지면서 자본잠식이 이어지고 있고, 유동성 확보도 쉽지 않다.
미국과 달리 계열사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기업구조도 문제다. 대한항공은 과거 한진해운을 계열사로 편입하고 호텔·레저(한진인터내셔널 왕산레저개발)에 발을 넓히면서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에 투자했다. 반대로 미국계 항공사들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나섰지만 지출은 벌어들인 수익 내에서만 하고 있다.
한기평은 국내 항공사들이 양호한 실적을 실현하고 있는 점에서 재무구조를 개선할 기회는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중관계 회복으로 중국인 여객수요가 되살아나고 있고, 화물수요도 IT제품 물동량 증가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항공사별로 대한항공은 투자지출 통제로 재무구조를 개선해 신용도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차입금을 상당히 줄였지만 차입구조의 질적 측면에서 안정성이 낮아 단기간에 신용등급을 올리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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