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우선특권 발생으로 여객선이 담보로 인정되지 않는 선박금융 문제는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리나라 상법은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선박우선특권 제도를 두고 있다. 등기도 되지 않은 선박우선특권자에게 우선변제권이 있어 저당권자가 불리한 지위에 있는 실정이다.
선박우선특권이 발생하면 여객선 담보가치가 소멸됨으로써 금융권에서는 여객선을 저당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선박이 담보로 잡히지 않을 경우 금융권 대출이 어려워져 선사들은 신조선 도입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노령선 대체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 선박건조금융법연구회 김인현 회장(고려대 교수) |
김인현 교수 “이행보증보험으로 처리가능”
최근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제26회 선박건조 금융법연구회에서 김인현 회장(고려대 교수)은 “선박우선특권자는 항비 채권자, 도선료 채권자 등 고액의 채권자가 아니므로 저당권자로서 대출은행의 선박우선특권으로 인한 위험은 높지 않고, 저당권자가 수령하지 못하게 되는 금액은 보험으로 처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선박이 침몰한 경우 선박보험금은 선박우선특권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저당권자는 보호되고, 파나마 선박인 경우 저당권자는 대형사고로 인한 채권자보다 우선하는 선박우선특권을 가지므로 다소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법률적으로 선박우선특권 때문에 선박금융이 어렵다거나 하지 못하는 것은 충분히 극복될 수 있으므로 금융에 대한 장애사항이 아니라는 게 김 회장의 견해다. 그는 대처방안으로 피보험자를 은행으로 해 보험으로 처리하는 한편, 저당권자보험(MII) 활용과 정확한 리스크 산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은행권이 담보대출을 꺼릴 법적인 근거는 없어보인다”며 “불측의 피해를 보게 되는 액수는 이행보증보험으로 처리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적극적인 선박금융, 한국은 소극적
가격 경쟁력과 정부 지원 등으로 무장한 중국 조선업계가 우리나라와의 카페리 신조 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중카페리협회 전작 전무에 따르면 최근 한중카페리 신조선 8척 중 7척이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계획 중이다. 올해 9월 현대미포조선이 위동항운에 인도하는 <뉴골든브릿지 7>호만이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다.
전작 전무는 최근 한중카페리의 신조 진행상황에 대해 설명하며, 선박 건조를 한국에서 진행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신조선가가 약 100억~200억원 차이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크게 뒤처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 세월 >호와 한진해운 사태 이후 금융권이 선박을 위험자산으로 분류해 담보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무엇보다 중국은 노령선 교체를 독려하며 자국 조선소에 일감을 몰아주고 금융권과 긴밀히 연계된 반면, 우리나라의 정책금융은 카페리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전 전무는 “정부 및 금융권의 선박금융 지원 측면에서 한국은 소극적인 반면, 중국은 적극적”이라며 “해운이 있어야 조선금융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사진 왼쪽부터 산업은행 선박해양금융본부 장세호 팀장, 한국선박금융 홍승표 이사, 인도선급 한국사무소 임종식 소장, 한국해운조합 경영지원팀 안병운 팀장 |
“연안해운도 선박금융 지원대상에 포함돼야”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한국선박금융 홍승표 이사는 카페리선에 대한 선박금융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고 운을 떼며 올해 출범하는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선박금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해운조합 안병운 팀장은 연안해운에도 선박금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팀장에 따르면 현재 연안여객선에 대한 계획 조선자금은 50억원 수준이다. 기껏해야 1~2척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저조한 금액이다. 이밖에 연안해운의 신조선 건조시 중소형 조선소로부터 RG(선수금 환급보증) 수령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여객선사들이 선박금융을 위해 금융권을 이용하길 원하지만 여전히 벽이 높아 금융권이 문을 활짝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산업은행 장세호 팀장은 “연안여객선은 산은이나 수은에서 움직이기에 한계가 있다”며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 정서상 담보를 회수할 수 없는 인식이 커진 것 같다”고 답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유병세 전무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도 RG 발급이 쉬운 건 아니다”라며 “금융권과 해운업계의 간극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토론에서는 한중카페리 건조와 관련해 우리나라 조선이 중국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만 고장이 적게 나고 품질이 좋아 국내 조선소 건조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마셜제도선박등록처 한국사무소 김영민 소장, 태크마린 손점열 부사장, 법무법인 광장 서윤정 변호사, NK해운 노재광 사장, 팬스타 김상균 이사 유다종 부장, 대우조선해양 박훈 과장,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 지승현 차장, 대한조선 최석 차장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