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사드 보복의 후폭풍이었을까? 한중 양국의 해빙무드가 본격화되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자동차 물동량이 살아나고 있다. 선사들은 수출기업들이 중국정부의 사드보복 철회를 계기로 연말 밀어내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분기까지 실적을 보면 중국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가 시장에 끼친 영향을 알 수 있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1~9월 한중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4.2% 늘어난 214만2000TEU를 기록했다. 수출화물은 81만4500TEU, 수입화물은 132만7400TEU였다. 수입화물은 7% 성장한 반면 수출화물은 제자리걸음을 보였다. 수출화물은 1분기까지 10%의 호성적을 구가하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표면화된 2분기 감소세로 돌아섰다. 2분기 -6%, 3분기 -3%의 역신장을 보였다.
반면 수입화물은 1분기 11%, 2분기 7%의 견실한 성장을 거뒀다. 3분기 3% 등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그나마 수출화물의 감소 추세가 3분기를 지나면서 잦아들었다는 게 선사들의 위안거리다.
취항선사들은 3분기까지 심각한 부진을 보였던 자동차물동량이 이달 들어 상승탄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9월까지 42%의 감소율을 보였던 현대기아자동차의 중국시장 판매량은 10월 들어 감소율이 23%로 둔화됐다. 현대차만 놓고 보면 감소율을 11%까지 떨어졌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자동차 메이커가 3분기까지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4분기 이후 ‘물량 밀어내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 소화물도 눈에 띌 만큼은 아니지만 오름세를 타고 있다”며 “중국정부가 사드 보복 조치를 철회해서 나타나는 효과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반면 고철(스크랩)과 폐지 등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환경 규제가 주요인이다. 중국정부는 환경 보호를 명목으로 9월부터 고체 폐기물 24종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고철과 폐지는 한중항로 전체 물동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려해운 장금상선 등 주요 선사들의 의존도는 꽤 높은 실정이다.
선사 관계자는 “중국정부가 12월 말부터 폐품의 전면 금수조치를 시행할 예정으로, 환경규제의 이유도 있지만 중국내에서 나오는 폐품 물량을 먼저 소화하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스크랩은 전반적으로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사드보복 조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세를 띠었던 석유화학제품(레진)은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지난달까지 연간 목표를 다 채우고 생산물량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부진을 배경으로 운임은 약세를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2017년 초 선사들의 운임회복 시도로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0달러까지 상승했던 수출항로 운임은 하반기 이후 하방압력에 노출된 상황이라고 선사들은 전했다. 일부 선사들은 부대할증료 등을 묶어서 파는 이른바 ‘패키지운임’이란 명목으로 덤핑영업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운임은 등락을 거듭했다. 6월까지 160달러를 호가하다 시나브로 떨어져 10월엔 130달러대까지 하락했으나 선사들의 인상 노력으로 다시 상승곡선을 탔다. 선사들은 수출항로가 부진하다보니 성장 탄력을 이어가고 있는 수입항로를 타깃으로 운임인상을 시도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11월10일자 상하이발 부산행 운임은 153달러를 기록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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