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구주항로에 2만TEU급 선박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구주항로를 기항하던 기존 1만5000TEU급(약 15만t급) 이상의 초대형 선박들은 차츰 미주항로에 전환배치(캐스케이딩)되고 있다. 지난해 6월 확장 개통한 파나마운하도 미주항로의 초대형 선박 전환배치를 이끌었다.
선박 대형화 추세는 국내 주요 컨테이너항만인 부산신항 인천항 광양항의 선박 입출항실적에서도 두드러졌다. 부산신항은 15만t(이하 총톤수)급 이상의 초대형 선박이, 인천항은 5만~10만t급 이상의 대형 선박이 증가세를 보였다. 광양항은 3만t급 이상의 중대형선박 입항이 증가했다.
부산항, 초대형 ‘컨’선 입항 두 자릿수↑
얼라이언스와 대형 선사가 기항하는 부산신항은 선박 입항 척수는 줄었지만 15만t급 이상의 초대형 선박 입항이 두드러졌다. 선박 대형화 추세 속에 한진해운 사태 이후 얼라이언스 재편, 선사 인수합병(M&A) 등의 굵직한 이슈가 톤급별 선박 입항 척수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부산신항에 입항한 1~8월 컨테이너선은 모두 4341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감소했다. 5만t급(약 5000TEU급) 미만의 선박 입항이 크게 줄어든 까닭이다.
하지만 15만t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268척을 기록해 전년 동기 보다 14.5% 증가했다. 10만~15만t급의 대형 컨테이너선은 올해 1~8월 458척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1% 감소했다. 구주항로에 15만t급 이상의 초대형 선박이 배선되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파나마운하가 확장 개통하면서 미주노선에선 223척을 기록, 증가세를 보였다.
현재 부산발 미주행 선박은 평균 1만1000~1만2000TEU급(10만~13만t)이 배선되고 있다. 파나마운하가 확장 개통되기 전 미주노선에 5500~6000TEU급 선박이 주로 배선된 점에서 파나마운하의 확장과 선박 전환배치의 시기가 잘 맞아 떨어졌다.
선박 대형화는 물동량 집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부산신항은 1~8월 892만2000TEU(20피트 컨테이너)를 처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 증가한 수치다.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이 가장 두드러진 선박은 15만t급 이상의 초대형 선박이었다. 15만t급 이상 선박은 8월까지 113만3000TEU를 처리해 전년 동기 대비 28.1% 폭증했다. 항차당 하역 물동량도 4227TEU를 기록해 지난해 대비 11.8% 증가했다.
뒤이어 10만~15만t급 선박이 174만8000TEU를 처리해 전년 대비 10.6% 증가했다. 항차당 물동량은 올해 3816TEU를 기록해 지난해 대비 11.8% 증가했다. 가장 많은 물동량을 처리한 5만~10만t급 선박은 올해 432만3000TEU를 기록해 지난해 대비 4.3% 증가했다. 항차당 물동량은 2379TEU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BPA 관계자는 “선박 대형화 추세 속에 파나마운하 확장, 한진해운 사태 이후 얼라이언스 재편 등이 맞물리면서 부산신항을 기항하는 선박도 점차 대형화되고 있다”며 “외국적 선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초대형 선박을 대거 투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인천항, 신항 개장에 5만~10만t 선박 급증
중국과 아시아역내항로에 특화된 인천항도 선박 대형화의 영향을 받았다. 5만~10만t급 선박 입항 척수는 1~8월 기준 53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4척 대비 55.9% 폭증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인천항만공사(IPA) 관계자는 “인천신항이 개장하면서 하역처리능력이 크게 개선됐고, 북미서안 노선에 8000TEU급 선박도 배선되는 등 미주노선 성장세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뒤이어 1만~3만t급 선박은 1~8월 동안 669척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577척 대비 15.9% 급증했다. 3만~5만t급 선박은 올해 97척이 입항해 지난해 84척 대비 15.5% 증가했다. 인천항을 기항하는 선박 중 가장 많은 척수를 자랑하는 1만t급 미만 선박은 986척을 거둬 지난해 988척 대비 소폭 줄어들었다.
광양항, 중대형급 선박에서 강세
광양항은 지난해 7만~8만t급의 대형 선박 입항이 하락세를 보였지만 3만t급 이상의 중대형급 선박은 증가했다. 한진해운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영향으로 초대형 선박의 기항은 감소했지만 아시아역내항로의 성장세에 힘입어 중대형급 선종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벌크선 등을 포함한 전체 선종기준 톤급별로 보면 1만t급 미만 선박은 지난해 8392척을 기록해 전년 8010척 대비 4.8% 증가했다. 뒤이어 1만~3만t급 선박은 지난해 2206척이 입항해 전년 2121척 대비 4.0% 늘어났다.
여수광양항만공사(YGPA) 관계자는 “대형 컨테이너선 입항은 줄어들었지만 아시아 역내항로의 성장세에 힘입어 3만t급 이상의 중대형 컨테이너선은 증가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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