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0 17:54

佛 해운사 CMA CGM ‘대형화 경쟁 다시 불지피나?’

세계 최대 규모 2만2000TEU급 컨선 중국 조선에 발주


프랑스 선사 CMA CGM이 세계 최대 규모의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 발주를 확정지었다.
 
CMA CGM은 19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중국 조선소 CSSC(China State Shipbuilding Corporation)와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 9척에 대한 발주계약을 체결했다. 6척의 확정 주문과 3 척의 옵션 조건이다. 계약가는 12억달러(약 1조 354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MA CGM이 이번 선박을 인도받으면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신규 선박들은 2019년 말부터 인도돼 아시아-유럽항로에 투입될 예정이다. 유럽항로에 운항되던 기존선박들은 북미항로에 전배될 계획이다. 신규 선박 가격은 1척당 1억4000만달러가 예상된다. 2만2000TEU급 선박은 길이가 400m로 2만TEU급 선박과 길이는 같지만 폭은 더 넓게 설계된다. 이 선박들은 중국 CSSC(China State Shipbuilding Corporation) 산하 후동중화조선과 상하이와이가오차오조선에 분산발주돼 오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자금 조달은 중국 수출입은행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약은 홍콩 선사 OOCL 인수를 추진중인 코스코에게 선복량 세계 3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CMA CGM이 순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CMA CGM는 경쟁선사들이 약 5~6년 전부터 메가 컨테이너선 발주에 나설 때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적극적으로 확보하지 못했다. CMA CGM의 최대 선박은 명목상 1만8000TEU에 불과하며 원래의 사양에서 업그레이드 된 반면, 2015년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에 발주한 2만600TEU급의 컨테이너선 3척은 내년에 인도받을 예정이다. 이들 선박은 올해 인도받을 예정이었으나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로 연기됐다.
 
최근 OOCL은 2만1400TEU급 선박을 인도 받았으며, 머스크라인은 2세대 트리플-E 약 2만500TEU급을 인도 받았다. 선사들이 속속 2만TEU급 선박들을 인도 받으면서 CMA CGM은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서라도 이번 발주를 결정지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CMA CGM은 발주에 대한 세부 사항은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 최종 비용에 상당한 차이를 가져올 핵심 사안이 여전히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현재 CMA CGM은 발주 선박에 대해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선박시스템 장착과 스크러버 장착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선박가격은 LNG연료 추진 선박으로 결정할 경우 훨씬 더 높아질 예정이다.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CMA CGM이 스크러버가 장착된 기존의 엔진 시스템을 채택하면 척당 가격은 1억3500만달러로 낮출 수 있지만 LNG 추진시스템을 설치하기로 결정하면, 금액은 1억5000만달러 이상으로 올라 갈 수 있어 총 9척의 선박이 건조되면 비용은 14억달러까지 넘어서게 된다.
 
하지만 1세대 메가 컨테이너선 발주비용에 비해 2만2000TEU급 선박의 발주가격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메가 컨테이너선의 첫번째 시리즈인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들의 척당 발주가격은 1억8000만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머스크라인이 대우조선해양에 1만8000TEU급 트리플-E 1세대를 발주할 당시 계약금액이 1척당 약 1만9000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CMA CGM이 기존보다 적은 자금으로 발주에 나설 수 있던 데는 조선업계의 침체가 크게 작용했다. 가뭄에 콩 나듯 수주에 허덕이는 조선사들이 앞 다퉈 파격적인 조건을 내밀며 선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APL 인수 후 자금 부담이 커진 CMA CGM으로써는 발주가격이 더 중요하게 와 닿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신규 선박 계약이 중국 조선소에 넘어간 것도 가격적인 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측이 척당 1000만달러 정도 낮은 가격을 제시해 경쟁이 붙었던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상해외고교조선과 함께 이전에 논의되지 않았던 후동중화가 선박 건조업체로 선정된 것은 LNG연료 추진방식의 선박 건조를 위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후동중화가 중국 조선업계 중 유일하게 외국 선사로부터 LNG선을 수주해 건조한 경험이 있고 상해외고교조선은 지난 2015년 자국 선사로부터 2만1000TEU급 선박 6척을 수주한 바 있다.
 
CMA CGM의 2만TEU급 컨테이너선 발주행보에 정기선업계는 메가 컨테이너선 발주가 다시 재개되고 있다. CMA CGM에 이어 스위스 선사 MSC도 2만2000TEU급 선박 발주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MSC가 CMA CGM보다 많은 11척의 선박을 대우조선해양(5척)과 삼성중공업(6척)에 분산 발주한다고 발표했지만 확실치 않다. 발주 소문에 MSC의 최고영경자(CEO)인 디에고 아폰테는 최근 “새로운 선박을 발주할 때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SC의 발주는 꾸준히 업계에 거론되고 있다. 스위스 MSC는 현재 건조 중인 선박들을 포함하면 2만TEU급 컨테이너선을 총 22척 확보하고 있다.
 
이미 메가 컨테이너선을 확보한 선사들은 추가 발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세우고 있다. 겨우 바닥을 치던 동서항로 시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메가 선박 인도로 다시 과잉공급으로 인한 수급불균형이 극심해질 경우 시황이 다시 하락곡선을 타게 되기 때문이다. MSC의 선박발주 검토 소식에 과잉공급을 우려한 2M얼라이언스의 파트너인 머스크라인은 발주 제한을 요구했다. 현재까지 머스크라인은 2011년 대우조선해양에서 1만8000TEU급 트리플-E 시리즈를 발주한 이후 모두 선박을 인도 받았다. 머스크라인은 이미 1세대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20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2세대 2만500TEU급 2척, 2018년 말까지 추가 9척을 인도받을 예정이다.
 
일본 3사의 통합법인인 ONE의 CEO인 제레미 닉슨은 조선소들이 제공하는 저렴한 건조가격의 유혹은 위험하다고 경고 하고 있다. 선사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해운중개업자들은 CMA CGM이 현재 까지 새로운 발주에 나선 유일한 선사라는 점에서 아직까지 회복세에 영향을 줄 징후는 없다고 판단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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