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운임에 머물러 있던 북미항로의 운임이 8월 들어 회복된 모습이다. 성수기에 진입했지만 지지부진한 물동량과 운임 수준을 보였던 북미항로는 8월 초 기본운임인상(GRI)을 시장에 적용하면서 운임을 끌어올렸다. 2분기 이후 꾸준히 운임인상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던 운임인상은 여름의 한 가운데에서야 겨우 시행할 수 있었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8월11일 발표한 상하이발 미서안항로 운임(현물)은 40피트컨테이너(FEU)당 1641달러, 북미동안은 2620달러를 기록했다. 전달에 비해 400달러 가량 인상됐다. 1년 전 FEU당 1200달러, 1700달러대를 기록하던 때와 비교하면 크게 오른 수준이지만 업계는 성수기 운임수준으로는 턱없이 부진하다는 평가다. 선사들은 9월1일에도 FEU당 600달러의 GRI를 시행할 예정이다. 10월초 중국과 한국의 최대 명절을 앞두고 9월부터 물동량이 늘어나는 만큼 추석 연휴전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9월 연휴전 밀어내기 물동량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10월 이후에는 물동량이 늘어날 이벤트가 없다. 빠르면 9월초부터 선적화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운임은 올랐지만 한국발 물동량은 제자리걸음이다. 업계에 따르면 선사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8월 한국발 미서안북부(PNW)지역과 서안남부(PSW)의 소석률(선복대비 화물적재율)은 80~90% 수준을, 북미동안은 70~80%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서안은 지난 4월 SM상선의 취항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석률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 동안의 경우에는 주력 수출물량인 자동차부품이 현지 자동차판매가 감소하면서 수출에 발이 묶여 소석률이 급감했다. 업계에 따르면 동안향 자동차부품은 전년대비 약 30% 가까이 수출물량이 줄어든 상태다. 미 동안의 휴스턴 모빌항 기항 선박은 그나마 선복을 채우고 있지만 주요항인 서배너항과 뉴욕항 선박은 선복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월 초에는 제조업체들의 특성상 대부분 한꺼번에 휴가에 들어가 공장생산이 멈추는 만큼 소석률은 더욱 낮았다. 휴가 이후 물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9월 초에나 기대한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국적선사 관계자는 “그나마 중국발 수출화물이 밀려나오면서 선복을 채우고 있다”며 “한국발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부품 수요가 대폭 줄면서 한국에 대한 선복할당량이 중국으로 쏠렸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통관 통계 서비스 피어스에 따르면 아시아-북미항로 6월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동월대비 2% 감소한 135만5641TEU를 기록하며 4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6월 한 달 간 중국발 북미 수출물량은 전년동월대비 0.6% 감소한 85만5154TEU를 기록했다. 한국발 실적도 뒷걸음질 쳤다. 6월 한국발 물동량은 전년동월대비 8.8% 감소한 6만5009TEU를 기록하며 3개월 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자동차 부품이 7개월 연속 하락한 데다 타이어 부품 감소의 영향이 크게 미쳤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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