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와 무역업계가 상생협력을 위한 제도 도입을 정부에 요청했다.
한국선주협회(회장 이윤재)와 한국무역협회(회장 김인호)는 25일 공동으로 ‘선·화주 상생을 위한 정책과제’를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했다.
두 단체는 지난해 12월 선·화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업무협약의 후속 조치로 상생정책 발굴을 진행해왔다.
건의서는 우수 선·화주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국적선사를 이용하는 화주에게 항만 부대비용 절감 혜택을 주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호협력에 모범적인 선사와 화주기업을 선발해 인증함으로써 지속적인 협력의 선순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우수 선·화주 인증제도의 취지다. 관세청의 우수수출입 AEO(수출입안전관리우수업체) 제도처럼 해운만의 차별적이고 장기적인 혜택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또 국적선사를 이용하는 화주에게 부두 이용료를 환급해주거나 세제를 감면하는 등 적극적인 유인책을 도입해 선화주 상생협력을 확대해야 나가야 한다고 두 단체는 주장했다.
이밖에 ▲선·화주 상생 운임 가이드라인 마련 ▲정부의 해운산업발전위원회 창설 실효적 상생방안 지속 ▲국내 화주 중심의 서비스 품질 강화 ▲화주의 선사·선박 지분 참여 ▲국가필수선대 제도 확대 ▲신규 노선 확대와 필수 노선 유지 방안 마련 ▲한국선박해양의 근해선사 지원 ▲해운 기금·보험·추심 서비스 도입 등이 건의서에 포함됐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99.5%에 이를 만큼 국가경제 성장의 핵심동력임에도 해운산업의 부진으로 안정적인 수출입물류가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많은 국내 수출입화물이 해외선사로 이탈했다.
선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컨테이너 선사의 자국화물 수송 비율은 최근 5년 동안 30%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본보다는 30%포인트 이상 낮고 중국보다는 10%포인트 높다. 막대한 양의 화물을 보유한 중국은 국적선사만으로 자국 화물을 소화할 수 없어 외국선사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해외에서 해운산업 지원을 통해 화주를 보호하는 정책은 쉽게 눈에 띈다.
일본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무성이 해운 전용 ‘해운·해사산업 재건 크라우딩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다수 화주가 직접 투자해 펀드에 자금을 공여했고 다수의 일본 선사가 펀드를 활용해 기업회생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종합상사가 선사에게 화물을 제공하고 선주는 화물을 담보로 하거나 상사 자금을 대출 받아 선박을 신조하는 데 활용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특정화주를 위한 지속적인 운송을 수행하는 커미션 캐리어(Commission carrier) 체제를 구축한 예다.
국토교통성은 일본국제협력기구와 함께 동남아 등 필수 항로에 선박을 투입하는 선사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4000TEU 이상 컨테이너선의 동남아 1항차 당 최대 12만엔을 보조하는 형태다.
중국은 대형 화주가 자본 투자를 통해 해운기업과 1개 합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선·화주 상생을 꾀하고 있다. 합자회사 경영은 해운사에서 담당한다. 또 국무원 산하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도로 선·화주 협약을 체결해 화물을 확보하면서 해외시장에 동반진출한 사례도 있다.
영국은 선박 거래를 간접적으로 세제 지원해 재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선박의 감가상각 공제를 특별규칙을 통해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또 선박 양도 후 자기자본 공제로 장부가액이 감소해 발생한 차익은 그 인식을 연기할 수 있다. 다만 양도 후 6년 내에 선박에 재투자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국내에선 과거 한국가스공사가 지분을 투자해 LNG(액화천연가스) 운송 전문 합작기업인 코리아엘엔지트레이딩(KOLT)을 설립한 걸 들 수 있다. 지난 2006년 가스공사는 해운기업과 공동 투자해 KOLT를 세웠다. 공사는 합작사에 지분 28%를 투자했다. 선사 측에선 대한해운이 36%, 팬오션과 현대상선이 18%씩 참여했다.
남부발전은 2009년 6월 SK해운과 장기수송계약을 체결하고 2000만달러를 선지급한 데 이어 이듬해 11월 팬오션과도 장기수송계약 후 20% 운임을 우선 지급하는 등 선사의 선박 구매를 도왔다.
화물유보나 화물우선적취권 등도 운송안정성, 자국선사 진흥을 위해 세계 각국에서 시행 중인 대표적인 해운 지원책이다. 미국이나 호주 브라질 인도 멕시코 등은 주요 전략화물 수송을 자국선사에 맡기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후반까지 국적선불취항증명제(웨이버제도)나 지정화물제도 등의 자국 해운 보호정책을 시행했으나 OECD 가입 등 세계화 정책에 따라 폐지했다.
선주협회 김영무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세계 5~6위의 해운서비스국인 동시에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1조클럽에 가입한 무역대국으로 선·화주 동반 발전이야말로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경제의 시너지를 끌어 올릴 수 있는 최적의 분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선주협회와 무역협회가 앞장서서 선·화주 동반성장을 이끌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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