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업에 종사한 지 어느덧 11년차네요. 그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는데 물류라는 게 접할수록 재밌습니다. 이젠 부서 동료들 눈빛만 봐도 무엇이 필요한지 알 정도에요.”(웃음)
인터뷰 내내 그는 긍정의 에너지로 가득했다. 고된 업무에 시달리는 일반적인 물류기업 직장인과는 분명 달라보였다. 원동력이 뭘까. 볼로레로지스틱스코리아(볼로레) 항공수입부 범민경 과장은 볼로레만의 우수한 사내문화가 자신의 긍정 에너지를 높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우선적으로 꼽은 사내문화는 모든 직급 간 의견교환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여성인력을 위한 복지문화는 덤이다. 이 회사에 15년 이상의 장기 근속자가 많은 점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볼로레는 전 세계 10위권 안에 꼽히는 대형물류기업으로 105개국 612개의 지사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진출한 뒤 SDV코리아란 이름으로 시장을 확대해왔다. 지난해 10월엔 계열사인 사가코리아와 합병하면서 볼로레란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다.
프랑스 명품화물 외에도 첨단화물, 석유가스화물을 주력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올해는 건강 및 의료기기 수입을 위해 국내 최초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의약품운송(CEIV)’ 인증을 준비 중이다.
범 과장은 볼로레 항공수입부에서 고객서비스를 총괄하면서 다양하게 발생하는 사건사고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물류업이 즐겁다는 그도 처음엔 오랜 야근으로 꽤나 고생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한창 업무를 배울 땐 매월 처리한 항공운송장(H.BL)이 400건은 된 것 같아요. 그 당시엔 3~4명이 전담하다보니 야근을 밥 먹듯이 했죠. 그래도 도전과 실수를 가장 많이 한 자가 훗날 승리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입사 초기에 제가 실수하거나 몰랐던 부분을 해결하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그 경험들이 제게 큰 자산이 됐습니다.”
그가 주력으로 처리하는 화물은 상하기 쉬운 식품류다. 세관에서 요구하는 까다로운 수입규제부터 포장까지 세심한 관리를 요한다.
“항공화물은 주로 유통기한이 짧아요. 화물 포장도 젤팩이나 드라이아이스에 의존하다보니 무슨 일이 있어도 24시간 내로 도착해야 하죠. 민감한 화물인 만큼 화주가 원하는 납기일을 맞추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그는 물류업에 종사하면서 언젠가는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다는 목표를 내비쳤다. 희망전공은 의외로 정치외교 분야를 꼽았다. 국내외 정세에 따라 포워더도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중국의 사드보복이 대표적이에요. 인천공항 면세점의 최대 고객은 중국인이잖아요. 사드보복 이후 방한객이 크게 줄어들면서, 저희가 수입하는 명품화물 매출액도 덩달아 줄었어요. 단순히 짐만 실어 나르는 게 아니라 세계의 변화에 맞게 우리도 대처해야 해요. 무역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 정세와 연계할 수 있는 사고의 힘을 키우고 싶습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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