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과학이론을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고 한다. 미세한 변화가 누적되면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는 뜻이다.
최근 한국통합물류협회에서 진행한 물류전문컨설턴트 과정을 수료했다. 강의를 들으면서 현장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물류현장에는 매일 수많은 데이터가 쌓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인 셈이다. 물류현장의 작은 개선으로 연간 수억원의 비용을 절감한 사례는 ‘나비효과’로 보기에 충분하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온갖 휘황찬란한 신기술이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물류는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혁신은 아주 사소한 곳에서 시작된다. 입출고 동선을 조금만 개선하면 연간 소모되는 연료비를 줄일 수 있다. 포장은 어떤가. 가전제품의 과도한 스티로폼 포장재는 적재율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스티로폼 함량을 줄이거나, 다른 대체재를 이용하면 적재율을 높여 전체적인 물류비를 낮출 수 있다.
매달 취재차 물류센터를 방문할 때마다 ‘청결’ 여부를 가장 우선으로 살핀다. 청결하게 관리되는 곳은 대개 운영 효율도 우수하다. 하지만 쓰레기가 널브러지고 박스가 굴러다니는 물류센터는 운영 효율도 주먹구구인 경우가 많다. 쓰레기를 정리하고 주변을 정리하는 것. 이 자체가 혁신의 시작이다. 컴퓨터가 없었다면 스마트폰의 출현이 가능했을까. 어느 날 갑자기 거대한 혁신을 이루는 건 어렵다. 물류현장의 혁신도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물류기업 실무자들은 지금도 현장의 애로사항을 토로한다. 일례로 연간 분실되는 PVC박스로 인한 손실액은 수억원에 달한다. PVC박스를 효율적으로 회수할 수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막대한 금액을 절감할 수 있고, 종국에는 영역이익과 순이익의 개선으로 연결된다.
“역시 현장이지 말입니다.” 드라마 주인공의 대사처럼, 현장에는 많은 기회와 힌트, 그리고 답이 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새로운 신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는 한 컨설턴트의 말이 공감된다. ‘산삼’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이를 발견해도 한낱 ‘풀’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물류현장에 아무리 훌륭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어도 이를 가공하지 못하면 한낱 ‘숫자’에 그친다.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업무, 관행처럼 해왔던 일. 잠재적인 ‘혁신’의 대상이다. 바꿔 말하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요인이란 말이다. 많은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 운영효율을 높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면, 그래서 물류비가 감소된다면, 이보다 좋은 혁신이 있을까.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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