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23 18:54

“선·화주 물꼬트는 마중물 역할 해낼 것”

씨앤에어라운지 / 디웰그룹코리아 강호경 대표이사
中 디웰그룹 한국시장 상륙···25년 물류노하우로 ‘화주몰이’
 
중국 굴지의 NVOCC(무선박운송인)와 우리나라 해운물류전문가가 손을 맞잡고 국내 포워딩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디웰그룹은 자본금 5억원을 투자해 최근 한국에 법인을 열었다.

디웰그룹코리아는 현대상선 출신의 강호경 대표이사 체제로 정식 출범했다. 강 대표는 과거 1986년 경력직으로 현대상선에 입사해 아·미주영업부서장 글로벌영업본부장 구주본부장 CCO(영업총괄) 등 총괄 직책을 맡아 회사 성장에 주춧돌을 놓은 인물로 통한다.

지난해 현대상선 대표이사 하마평에도 올랐던 그는 지금은 한 포워더의 수장으로 ‘물류인생 제2막’을 써내려가고 있다. 강 대표는 디웰그룹의 25년 물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운사와 화주의 든든한 연결고리 역할을 자처하겠다고 말했다.

디웰그룹만의 신용도로 급성장 ‘주목’

강 대표와 중국 물류기업 디웰그룹이 인연을 맺은 건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현대상선 대만 지점장으로 근무했던 강 대표는 한·중 수교 이듬해인 1993년 중국으로 건너가 다롄 칭다오 톈진 상하이 등에 연락 사무소를 오픈하고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중국 시장 첫 진출 당시 5명이 채 안됐던 상하이사무소의 인력은 현재 200여명으로 불어났다.

중국의 급격한 변화와 발전을 목격한 그는 중국 물류의 심장인 상하이에서 십수년을 보내며 회사의 물류 네트워크 확대에 큰 힘을 보탰다. 현대상선 내에서 중국 해운물류의 산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강 대표가 중국시장에서 힘을 키우는 동안 눈에 들어온 포워더가 있었으니 바로 1992년에 설립된 디웰그룹이다. 갓 출범한 신생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물류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1997년 현대상선과 미주 운송계약을 체결했다. ‘G2’(주요 2국)인 중국과 미국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이 매년 크게 증가했다.

“올해로 현대상선과 디웰그룹이 미주 운송계약을 체결한 지 20년이 되었네요. 그 때 맺은 인연을 지금까지 잘 이어오고 있어요.”

회사의 성장비결을 묻는 질문에 강 대표는 ‘신용’과 ‘수평적 기업문화’를 꼽았다. 신용은 주요 거래처인 선·화주와, 수평적 문화는 기업의 발전과 직결된다. 디웰그룹은 해운사와 약속한 물량을 모두 선적하며 고객들로부터 높은 신용을 쌓을 수 있었다. 당시 자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하는 포워더들 속에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것.

“디웰그룹 CEO인 타임 양(Time Yang)과 그의 아내는 회사 근처에 집을 얻을 정도로 워커홀릭이었죠.(웃음) 중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 정도로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이 자리까지 못 왔을 겁니다.”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목표 물량을 초과 달성하며 외형을 키워온 디웰그룹은 어느새 중국 내 ‘톱 10’ 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아시아발-미주행 물량 부문에서 중국 7위, 아시아에서는 9위까지 순위가 오르며 톱 10 진입에 성공했다.

올해는 중국-미주 노선에서만 약 16만TEU 규모의 운송계약을 해운사들과 체결했다. 해운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강 대표가 보기에도 수십만개의 포워더가 영업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서 이 정도의 물량을 매년 빠짐없이 수행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덕분에 해운사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퍼져 ‘톱 클래스’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기업간 거래 충성도가 높아진 게 신뢰도로 이어졌고 결국 회사 성장으로 연결됐다.

중국과 미국을 오간 물량이 워낙 많다보니 물류 인프라 개발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디웰그룹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저지에 각각 약 2만3200㎡(약 7000평)  약 1만2000㎡(약 3600평) 규모의 창고를 운영 중이다.

중국에서도 40여 곳에 창고를 운영하고 있으며, 상하이에서는 매일 300대의 트럭이 컨테이너를 분주히 실어 나르고 있다. 매년 360만TEU를 처리하는 오프 독 CY(부두밖 장치장)도 4곳을 가동 중이다. 또한 중국에서 물류 노하우를 기반으로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에 지사를 세웠으며, 올해 한국에도 물류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디웰그룹이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수평적 문화’도 회사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엘그룹 내에서는 대표와 임직원 모두 수평관계다. 수직적 피라미드가 아닌 수평적 네트워크로 협력을 통해 회사에 높은 충성심을 보이고 있는 직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영업사원이 벌어오는 금액이 많아지면 회사에서 지급하는 보상 금액이 누진으로 커지는 그런 문화이다 보니 요즘 흔히 말하는 열일하는 직원들이 넘쳐납니다. 이런 면을 볼 때 중국 발전이 그냥 이뤄진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 디웰그룹코리아 강호경 대표는 선사와 화주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내겠다고 말했다.


“선·화주 연결고리 역할 충실”

올해 한진해운 파산과 얼라이언스 재편으로 국내 해운물류업계는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화주들의 국적선사 이용률은 감소한 반면, 외국적선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40년간 한국 해운업을 이끌어온 국내 1위 선사의 침몰로 화주들은 해상운임 상승과 선복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 대표는 급변하는 시장에서 25년 노하우를 축적한 디웰그룹이라면 선사와 화주의 가교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현지법인 설립은 한국 물류시장에 대한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데 따른 것으로, 디웰은 이를 통해 화주기업 뿐만 아니라 해운선사 포워더들과 직접 연결하는 사업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2자물류기업이 국내 물류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형선사 교섭력이 약한 국내 토종포워더들이 상당합니다. 디웰이라면 선사와 화주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새로운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강 대표는 과거 신용을 바탕으로 상생해왔던 선사-포워더-화주 관계를 들며, 지금은 이러한 구도가 깨졌다고 토로했다. 전 세계 경기불황에 기업들이 이윤을 우선으로 추구하다보니 해운물류 생태계가 비정상적으로 변모했다는 지적이다. 화물을 유치하기 위한 기업들 간 경쟁이 가열됐고 결국 비정상적인 운임이 해운물류시장에 난무하고 있다.

“30년전 3000~4000달러 하던 한국발 LA행 수출운임이 지금 1000달러대로 급락했으니 선사들이 이익이 날리 없죠. 이렇다보니 포워더들에게 떨어지는 떡고물도 줄기 마련이죠.” 강 대표는 해운물류기업들이 과당경쟁을 근절하고 장기적인 이윤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 같이 행복하게 잘 살자’라는 말은 그가 현대상선에서 파트장을 맡으며 직원들에게 늘 강조했던 말이다. 위치와 공간은 바뀌었지만 현재 그와 함께 새로운 꿈을 안고 달리는 직원들에게도 통용되는 말이다. “디웰그룹의 축적된 노하우를 토대로 선사와 화주의 새로운 창구를 만들기 위한 서포터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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