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인천 향토 물류기업 우련통운이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30여 년간 한 회사에 몸담아온 ‘우련맨’을 대표이사로 취임시키며 100년이 넘는 장수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딛었다.
윤기림 신임 대표이사는 1988년 우련통운에 입사한 이래 30년 가까이 항만물류업 한 길만 걸어왔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노고도 마다하지 않았고 그런 윤 대표의 행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입사한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게 해주겠다”라는 배인흥 회장의 한 마디에 그의 열정을 바쳤다.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진돗개 같은 승부 근성으로 고객 유치에 힘써오며 회사의 성장과 궤를 같이 했다.
최근 인천 항만하역업계는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인천 내항 통합과 재개발, 중국 사드 보복 등은 부두운영사들의 주요 현안으로 손꼽힌다. 인천을 주력으로 하역업을 펼쳐온 우련통운 역시 큰 고민을 떠안고 있다. 윤 대표는 현재 하역업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내부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회사의 거점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천과 평택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도 눈을 돌려 제2의 도약을 꿈꾸겠다는 의도다. 다음은 윤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우련통운의 신임사장으로 취임했다. 소감은?
대표이사에 취임하게 되면서 참 감격스러운 한편 직원들에게 더욱 모범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제대한 뒤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이 우련통운 영업부다. 처음이란 건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첫 인연이 미래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제가 한참 일하던 1990~2000년대 초반은 국가적으로 경제적 위험이 많았던 시기였다. 평생직장이 없어진다는 말이 처음 나왔던 때이기도 하다. 그런데 첫 일터였던 우련통운은 그야말로 평생직장 같이 든든하게 보듬어주고 내 자리를 지켜줬다. 열심히 뛰는 만큼 성과를 인정해주고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셨던 배인흥 회장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저는 우련통운 72년 역사에서 사원부터 시작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첫 케이스다. 우리 직원들에게 언제나 든든한 일터, 또 열심히 하면 조직 내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으면 한다. 또한 우련의 임직원들이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회사를 성장시키고 발전시켜 나아가는 것이 대표이사로서 해야 할 임무라 생각한다.
Q. 올해 사업계획과 주요 추진업무는?
매출을 신장하고 기업을 발전시키는 핵심은 영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련통운 대표이사로 오기 직전 2년여간 평택당진항에서 평택당진항만㈜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하면서 기업의 다양한 분야에 대해 깨달았다. 영업을 통해 매출신장이 이뤄져도 내부에서 효율적으로 살림을 하지 못한다면 앞에서 벌고 뒤에서 밑지는 장사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는 내실을 다지는데 더욱 노력할 계획이다.
우선 기존 고객사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내부적으로는 업무프로세스 쇄신을 진행할 예정이다. 각 업무간에 불필요하거나 중복되는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고착화되어 있는 문제 등을 찾아 바꿔나가고자 한다. 각 부서에 이미 지침이 내려간 상태이며 업무개선을 위해 부서별로 개선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철저한 고객관리와 내실경영으로 올해는 안정된 경영에 최우선을 두고 원활한 노사간 소통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조직 운영부분에서는 현재의 틀을 유지하면서 내실을 다지기 위한 조직내부 업무프로세스 개선을 진행 중이다. 개혁을 통해 선정된 최종 업무프로세스를 바탕으로 부서별 KPI(주요성과표)를 재산정하는 작업이 예정돼 있다.
부서별, 개인별 업무성과의 평가지표를 더욱 체계화해 조직 평가관리를 더욱 전문화할 계획이다. 올해는 내부적으로 기틀을 다지고, 내년에는 사업확장 등의 토대를 마련해 나갈 것이다.
Q. 지난해 회사의 영업실적이 소폭 하락했다. 하락 배경이 궁금하다.
지난해 전사의 영업실적은 소폭 하락했으나, 주력사업부서의 매출은 오히려 상승했다. 스폿(현물 영업)으로 진행되던 비주력사업부의 매출이 일부 감소한 것뿐이라 민감한 사항은 아니다. 오히려 우련통운에서 주력으로 하는 잡화, 철재, 부원료의 매출이 증가했으며, 컨테이너 물량이 증가했다. 올해는 비주력사업과 주력사업의 동반 상승을 목표로 수익 개선에 온 힘을 다할 것이다.
Q. 인천내항 통합은 지역 항만업계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대표님의 견해는?
올해 항만물류전망에 대해 여러 자료들을 읽어보고 공부했다. 최근 들어 항만물류의 운영난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 일본, 유럽 등 항만물류 선진국들도 항만운영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TOC(부두운영사) 통합을 진행하고 이미 많은 부분을 완료했다.
인천내항 TOC 통합도 만만치 않은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다양한 의견수렴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인천내항 10개 하역사 중 흑자경영을 이뤄내고 있는 회사는 단 3개사다. 우련통운도 그 중 하나다. 또한 이 자리에서만 벌써 수십년 사업체를 운영했으며 회사에 소속된 임직원과 가족들만 해도 수백명에 이른다. 현재 흑자를 내고 있는 회사까지 TOC 통합으로 단일화 한다면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해양수산부는 현실성 있고 책임감 있는 TOC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항 통합을 통해 하역사에 소속돼 있는 많은 항만가족들이 일자리를 잃는 등의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염려될 뿐이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통합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수렴과 이해관계자들간의 협의와 합의를 통해 보다 많은 이들의 수긍이 전제되는 방향에서 시작돼야 한다. 강제적 강압적 통합은 절대 안 된다. 개인적으로 실업률을 줄이자는 대권자들의 많은 공약들이 나오고 있는데, 오히려 통합을 통해 이에 반대되는 구조조정으로 실직자를 양성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점이 될 수밖에 없다. 많은 부분들이 신중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우련통운 윤기림 대표이사는 철저한 고객관리와 내실경영을 통해 회사의 성장에 크게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
Q. 업체간 출혈경쟁이 심하다. 올해 항만물류시장 전망은?
부산항의 경우 지난해 한진해운 도산으로 다양한 항만물류업체들이 경영, 운영 등의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인천항의 경우에는 사드배치, 북핵문제 등으로 중국과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여객이 전년 대비 약 50~80% 이상 줄었다. 이 여파가 장기간 지속되면 물동량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선진국의 경제도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 항만물류업계 안에서의 노력으로 개선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인천항의 벌크화물은 줄면 줄었지 증가할 이유가 약하다. 컨테이너 물량은 인천항만공사(IPA)에서 추산하듯 올해 300만TEU 목표는 가능할 것 같다.
글로벌 추세와 대외국가간의 정치적 경제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업체간 경쟁보다는 상생의 방향으로 항만물류시장에서의 해법을 찾아야할 것이다.
Q. 회사가 앞으로 풀어나가야할 현안 과제는?
우련통운은 항만하역뿐만 아니라 보관, 운송, 검사, 3PL(3자물류) 등 종합물류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인천, 평택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거점 확장을 위한 투자활동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노하우를 갖고 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의 거점 확보와 다양한 고객사 유치를 통해 시장에서의 브랜드 네이밍(Brand Naming)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Q. 정부 당국과 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현재 인천항의 빅이슈로 인천내항 통합과 신국제여객터미널 개장에 따른 운영사 선정 등이 대두되고 있다. 물론 치열해지는 항만물류분야의 경쟁력 강화 등의 대의목적 아래 진행되는 것이겠지만, 내항 통합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의 이면에 있는 부정적인 측면도 사전에 얘기했듯 다시 한 번 반드시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또한 통합을 진행하면서 업계 내에서 작은 입지를 갖고 있는 회사들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인천 내항통합으로 많은 희생이 있음을 반드시 정부 당국은 알아야 할 것이다. 모두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내항 통합이 이뤄져야 훗날 후배들에게 떳떳한 선배로써의 모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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