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자로 벼랑 끝에 몰렸던 국내 중견조선사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대부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7곳 중 6곳의 조선사가 1년 전과 비교해 증가한 실적을 신고했다.
조선사들의 실적개선 배경은 제각각이었다. 인력감축과 비용절감을 통해 손실을 털어낸 기업이 있는가 하면 채권단의 자금투입으로 숨통을 틔운 곳도 있었다. 다만 갈수록 줄어드는 일감은 조선사들에게 큰 걱정거리다. 당장 내년부터 건조할 물량이 없어 사실상 존폐 위기에 봉착했다.
7곳 중 5곳 영업흑자 달성
수주침체 여파로 허리띠를 졸라맨 국내 중견조선기업들이 모처럼 영업흑자를 달성했다. 조선사들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171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2015년 -3500억원에서 흑자로 턴어라운드 했다. 특수선 손실분을 반영하고 공정 안정화가 이뤄진 게 흑자달성의 배경으로 점쳐진다. 이밖에 회사 차원에서 진행한 자재비 절감 등의 구조조정을 실시한 것도 영업이익 상승으로 이어졌다. 순이익 역시 503억원을 기록,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반면 매출은 14.1% 감소한 3조8685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반기보고에서 유일하게 흑자 성적표를 냈던 현대미포조선 역시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현대미포는 지난해 전년 대비 303% 폭증한 16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55.2% 증가한 402억원을 달성했으며, 매출은 7% 감소한 3조4421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는 “2013~2014년에 수주했던 LPG선 비중이 매출에 반영되면서 실적이 개선됐으며 비용절감도 한몫한 것 같다”고 전했다.
구조조정에 집중한 한진중공업의 영업이익도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493억원의 영업이익을 신고, 전년 손실 규모 -1501억원에서 흑자 전환했다. 순이익 역시 -3344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손실 폭을 줄였다. 다만 매출은 1조9285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조선과 건설공사 매출이 동반하락하며 매출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컨테이너선 벌크선 유조선 등의 건조 매출은 2015년 1조6435억원에서 1조3736억원으로 떨어졌다. 한진중공업의 영업흑자 배경은 자산매각 차익 및 판관비 절감과 투트랙 전략 강화 등이 꼽힌다. 또한 인천북항 배후부지 등 부동산 매각을 진행한 것도 수익개선으로 이어졌다.
채권단 자율협약 이래 지금까지 3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수혈 받은 성동조선해양은 올해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성동조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91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손실은 869억원으로 1년 새 적자폭을 줄였다. 매출은 1조7727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증가했다. 성동은 수출입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채권단의 자금지원과 인력감축, 급여 동결 등을 바탕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었다.
지난해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인가 결정 통보를 받은 STX조선해양은 적자수렁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197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액 역시 전년 대비 48.7% 감소한 1조681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익은 3조7786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서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STX조선은 상선과 크루즈, 선박기자재 사업 매출이 모두 부진했다. 2015년 약 1조3천억원의 수익을 안겼던 크루즈선 매출은 지난해 발생하지 않았다.
인력구조를 단행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선 대한조선의 영업이익도 플러스 성장을 일궜다. 대한조선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86억원 343억원을 거둬 흑자전환했다. 매출 역시 10.6% 상승한 6708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회생절차 종결 선고를 받은 대한조선은 약 20%의 인력감축과 내부 원가절감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 주력했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타 조선소에 비해 독의 수가 적어 리스크가 덜한 편”이라며 “환율 상승과 강재 가격 하향으로 원가절감을 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선조선도 영업손실 낙폭을 줄이며 실적개선 대열에 섰다. 지난해 대선조선은 -1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 -158억원에서 손실 폭을 줄였다. 같은 기간 순이익 역시 157억원으로 전년 -453억원에서 흑자로 턴어라운드 했다. 구조조정, 자산매각 등 2018년까지 673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수립한 대선조선 측은 채무면제 이익과 원가절감을 통해 수익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중견조선사들 수주잔고도 바닥 드러낼 위기
영업손실폭을 줄인 까닭에 미소를 지어야 할 중견조선사들의 얼굴에는 어둠이 가득하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의 대형조선사와 마찬가지로 일감잔고가 바닥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지난해 남은 일감은 220만4천CGT(수정환산톤수)로 전년 373만9천CGT 대비 41% 급감했다. 현대미포조선의 수주잔량 역시 177만2천CGT로 1년 전 277만3천CGT와 비교해 100만CGT 가량이 줄었다. 특히 STX조선해양의 일감잔고는 2015년 184만4천CGT에서 49만5천CGT로 무려 73%의 일감이 빠져나갔다. 특히 성동조선해양은 오는 10월이 되면 통영에서 건조해야할 물량이 하나도 안 남게 된다. 재무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조선사들이지만 ‘일감절벽’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국내 중견조선사들의 수주액은 전년 대비 72.2% 급감한 3억7천만달러(한화 약 4200억원)를 기록했다. 2007년(262억1천만달러·약 30조원)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침체됐다. 해운시장의 선복과잉과 물동량 감소는 조선사들의 수주량 감소로 이어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선주들의 건조 문의는 들어오고 있지만 낮은 선가를 제시하고 있어 조선사들이 수주를 기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감을 따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가수주를 통해 또다시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사태를 겪을 수 있다.
재무구조를 개선 중인 중견조선사들은 그래도 조만간 시황이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단 업계에서는 바닥을 찍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라며 “탱크선 벌크선 발주전망은 여전히 좋아 이번 텀이 지나가면 발주량이 쏟아지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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