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4 17:40

채권단, 한진해운 선박 잇단 매각…고려해운서 4척 인수

시스팬도 거래 동참, 산은 현대상선과 협상 진행
 
한진해운이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BBCHP) 방식으로 도입했다가 채권단에 반납한 컨테이너선들이 국내외 선사에 속속 매각되고 있다. 고려해운이 파나막스 선박 4척 인수를 확정지었고 현대상선도 매매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1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고려해운은 한진해운이 채권단측에 반선한 4300TEU급 컨테이너선 4척을 매입했다. 선박명은 <한진노퍽> <한진더반> <한진리우데자네이루> <한진피레우스> 등이다.
 
한진해운은 지난 2008년 삼성중공업에서 완공된 이 선박들을 인수해 줄곧 미주 서안과 동안 항로에 투입해왔다. 운항 당시 일일용선료는 7200~1만400달러였다.
 
우리나라 수출입은행 우리은행을 비롯해 프랑스 BNP파리바와 네덜란드 ING, 노르웨이 DNB,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 중국 공상은행 중국투자공사(CIC) 등이 대주단으로 참여했다. 선박 매각에 대한 사무 대리(Agent)는 BNP파리바에서 맡았다.
 
고려해운, 인수선박 말련·인니항로 투입

선가는 척당 560만달러, 총 2240만달러(약 260억원)로 파악된다. 영국 선가조사기관인 베셀즈밸류닷컴에서 제시한 척당 530만달러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채권단은 선박 매각을 통해 대출금의 절반밖에 회수하지 못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전 선박금융 상환 잔액은 척당 1050만달러 안팎이었다. 한진해운은 신조 비용 6410만달러의 80%만 갚은 셈이다.
 
BNP파리바가 사무 대리를 맡은 선박은 고려해운에 팔린 4척을 비롯해 총 12척이다. 나머지 8척은 8600TEU급 컨테이너선 <한진롱비치> <한진시애틀> <한진로테르담> 3척과 1만TEU급 <한진코리아> <한진차이나> <한진스페인> <한진유나이티드킹덤> <한진네덜란드> 5척이다.
 
8600TEU 시리즈는 2010~2011년에 현대삼호중공업, 1만TEU 시리즈는 2010~2011년에 삼성중공업에서 각각 지어졌다. 척당 4500만~5500만달러의 대출금 잔액이 있다.
 
고려해운은 인수한 선박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항로에 용선을 대신해 투입할 예정이다. 이달 말부터 내년 1월까지 선박 인도 절차가 진행된다.
 
캐나다·홍콩 선주사인 시스팬도 한진해운으로부터 동급 선박 4척을 인수했다. 대상선박은 <한진킹스턴> <한진그디니아> <한진애틀란타> <한진모나코>다. 지난 2008~2009년 사이 삼성중공업에서 건조됐다.
 
<한진모나코>만 한국-인도항로를 취항했으며 나머지 선박은 미서안항로를 운항해왔다. 한진해운이 이들 선박에 지불한 일일용선료는 8300~9400달러 사이였다.
 
우리나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을 비롯해 소시에테제네랄(SG) BNP파리바, 도이체방크 HSH노르드방크, 미쓰이스미토모,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인테사산파올로, 중국투자공사, ING 등이 대주단이다. 선박마다 1050만~1150만달러 가량의 대출금 잔액이 남아 있었던 걸로 파악된다.
 
시스팬이 낸 매각가는 고려해운에서 지불한 금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역시 시장가치보다 다소 높은 가격이다. 시스팬은 이번 거래로 4000TEU급 컨테이너선대를 32척으로 늘렸다. 현재 동급 선박의 일일용선료는 4400달러대다.
 
1만3000TEU 선박 3척 경매서 처분

유럽항로를 운항해온 1만3100TEU급 컨테이너선 세 척은 최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경매에서 익명의 인수자에 매각됐다. 팔린 선박은 <한진아프리카> <한진유럽> <한진하머니>(사진)로, 2012~2013년 사이에 현대중공업에서 건조됐다. HSH노르드방크가 매각사무 대리를 맡았다. 

선박 가격은 척당 1억3067만달러로 파악된다. 신조선가(1억7000만달러)의 77%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눈에 띄는 대목은 한진해운이 상환하지 못한 대출금 잔액이 2억달러 안팎이었다는 점이다. 선사가 3년 가량 운항하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HSH노르드방크는 앞서 머스크라인과 MSC에 각각 동급선박 6척과 3척을 대선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번에 팔린 <한진아프리카>와 <한진하머니>도 매각 전에 이미 <머스크에메랄드> <머스크엔세나다>로 이름을 바꿨다.
 
이밖에 산업은행은 컨테이너선 5척을 두고 현대상선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대상은 6500TEU급 선박 <한진뭄바이> <한진선전> <한진충칭> 3척과 8600TEU급 <한진뉴욕> <한진함부르크> 등이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2M과 사업제휴를 체결하면서 선대 증강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현대상선이 이들 선박을 인수하기 위해선 기존에 빌린 용선을 반선해야 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클락슨을 매각 주간사로 선박 매각을 추진 중이며 컨테이너선 중 매각이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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