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미주노선에서 수송하던 화물 대부분이 외국선사에게 넘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해양수산부 윤학배 차관은 8일 오전 열린 한진해운 관련 정부 합동 대책회의 중간 브리핑에서 “현대상선이 (컨테이너선) 4척을 투입해서 미주 노선을 개설했다”며 “한진해운이 수송하던 화물의 20~30%를 현대상선이 실어 나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차관은 부산항 환적화물 동향에 대한 질문에 “한진해운 사태로 부산항 환적화물이 7%쯤 준 것으로 기억한다. 한진해운이 수송해왔던 환적화물은 70% 줄었다”며 이 같이 답했다.
윤 차관은 한진해운을 상대로 한 소송 건에 대해선 “아직은 없는 걸로 안다”면서도 “항만에 하역을 했지만 최종 목적지까지 도달하지 못한 컨테이너가 13% 정도인 5만3000TEU 이상인데,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 차관은 가압류된 한진해운 선박의 처리 문제에 대해선 “하역비나 용손료 유류비 등을 지불하지 못해 가압류 된 거라 (압류를 풀기까지) 굉장히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싱가포르에 억류돼 있는 <한진로마>호처럼 사선의 경우 필요하면 공매를 통해서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는 방안을 한진해운이 법원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에서 가압류된 선박 2척에 대해선 “하역이 다 완료됐기 때문에 비용 문제만 남아 있다”며 “지금 법원에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가지고 대응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원 고용유지와 관련해선 “고용부에서 고용유지 시스템 또는 실직 후의 전직 시스템을 통해 접근하고 있고, 해수부에선 ‘선원복지고용센터’라는 선원 수급을 다루는 곳에서 이 문제를 보고 있다”며 “한진해운 선원들이 굉장히 우수한 데다 우리나라 선원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어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육상인력의 경우 “전직교육 지원 등을 통해 재취업도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두 달 여에 걸쳐 진행된 한진해운 사태 관련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전담팀)의 대응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브리핑을 마련했다. 브리핑엔 윤재학 차관과 기획재정부 최상목 제1차관이 참석했다. 정부 합동 TF는 지난 9월5일 처음 열린 뒤 이날 오전 스무 번째 회의를 가졌다.
최상목 차관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결정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 제기에 대해 “한진해운 법정관리 문제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런 상황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일축하고 “소유주가 있는 기업의 유동성 문제는 자체 해결한다는 원칙 하에서 한진해운의 경우 여러 가지 자구노력, 용선료 조정, 경영 정상화 (여건) 등이 기준에 미치지 못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 차관은 브리핑에서 “7일 현재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97척 중 해외항만에서 52척, 국내항만에서 42척이 하역을 마쳐 모두 94척 하역을 완료했다”며 “남아 있는 선박 중 상하이에 가압류돼 있는 1척은 현지 항만당국과 협의해 조기에 하역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청의 긴급·일반경영안정자금을 통한 지원과 정책금융기관 만기연장, 경영안정 특별자금 지원 시행 등으로 전날까지 한진해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협력업체·중소화주·물류주선업체 등에 만기연장 등 총 583건, 3455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한진해운 선박에 타고 있는 선원에 대한 지원도 설명했다. “반선된 선박에 승선해 있던 선원 304명은 모두 본국으로 복귀했고 남아있는 선박에는 771명이 승선해 있다. 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선박별 의료관리자를 지정해 건강을 지속 점검 중이며 선내 필수품 공급현황을 매일 확인해 물과 음식 등 생필품이 15일 미만이 되는 선박들을 중심으로 중점 보급하고 있다.”
7일 현재 한진해운이 선원관리 책임이 있는 선박은 45척이다. 당초의 61척에서 반선 등으로 16척이 줄었다.
하역은 마무리를 앞두고 있지만 화물반출은 또다른 과제다. 최 차관은 “한진해운이 계약한 화물 39만6000TEU 중 95.5%인 37만8000TEU가 하역이 마쳤고 나머지 1만8000TEU는 현재 운송 중이거나 환적을 위해 대기 중”이라며 “하역이 끝된 화물 중 34만3000TEU는 화주에게 인도됐고 아직 인도되지 못한 화물은 3만5000TEU”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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