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4 19:40

"부산시 주축으로 한진해운 인수해야"

김인현 교수, 한진해운 사태 특별토론회서 주장


부산시 등 항만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한진해운을 인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진해운 사태 현황과 피해상황, 향후 해결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우리나라 선원의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특별토론회가 지난 20일 부산 한진해운빌딩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한국선원관련단체협의회가 주최하고 한국해기사협회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엔 김인현 한국해법학회 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영우 한국해양대학교 교수가 발표자로 참여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의 법적 쟁점과 대책을 주제로 발표한 김인현 교수는 부산시가 울산시 국내 근해컨테이너선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진해운이 강점을 갖고 있는 미주항로를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정부가 자국 컨테이너선사를 인수한 예는 독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9년 재정난을 겪고 있던 독일 하파그로이드가 외국으로 매각될 위기에 처하자 함부르크시정부는 자국 기업들과 '알베르트발린'이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배지분인 56.7%를 인수했다. 인수 과정에서 함부르크시가 23%, 글로벌 물류기업 퀴네앤드나겔의 소유주인 클라우스 미하엘 퀴네가 15%의 지분 투자에 참여했다.

김 교수는 "한진해운이 부산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에 부산시가 한진해운의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부산시 단독으로 어렵다면 한진해운 사태의 영향을 받는 부산항만공사 울산시와 공조하거나 최근 공동인수 참여설이 나돌고 있는 고려해운 흥아해운 장금상선 등 근해선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권은 정기선사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기보다 채권회수에 무게를 두는 결정을 내리는 경향을 보이지만 지방정부는 일시적인 적자보다는 기업이 지역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이 허망하게 정기선사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BBCHP)의 자사선 인정, 정기선사 법정관리 시 하역비 보증제도 도입 등의 주장을 이날 다시 꺼내들었다.

그는 BBCHP선박인 <한진샤먼>호를 가압류한 창원지방법원 결정에 대해 "파나마 회사가 등기부상 소유자로 등록돼 있는 선박을 법원에서 한진해운 소유라고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법원의 입장을 헤아리면서도 "채무자 회생을 목적으로 하는 회생절차에서는 BBCHP는 채무자의 재산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진해운의 예처럼 사선대 대부분을 차지하는 BBCHP 선박을 사선으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이들 선박이 모두 압류나 가압류 대상이 돼 처음부터 회생은 불가능하게 된다는 견해다. 나아가 BBCHP선박을 채무자 재산에 포함하는 내용으로 제도 개선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또 컨테이너선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물류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지막 운항 선박에 대한 하역비를 하역회사에게 지급하는 보장계약을 운송인이 체결토록 강제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 형태가 어렵다면 공제나 기금 방식도 가능할 거란 의견을 제시했다.

한진해운 사태로 그동안 쌓아온 컨테이너선의 정시성과 신뢰가 붕괴됐으며 이를 회복하지 않으면 화주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정기선은 무역을 위한 고속도로"라며 "공익적인 관점으로 접근해 어떤 형태든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7일 고려대에서 열린 '한진해운 사태 법적 쟁점' 좌담회에서 이들 주장을 처음 제기한 바 있다.

‘한진해운 사태에서 바라본 선원들의 현황과 발전방안’을 발표한 전영우 교수는 "선원문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원고용관리가 체계화돼야 한다"며 선원의 양성과 고용 및 직업 전환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원경력개발프로그램(CDP) 활성화를 강조했다.

전 교수는 고용안전 정책 강화, 법제 강화, 내국인 고용 우선 등을 언급하며 선원문제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주제발표 이후 이루어진 지정토론에는 김태운 해사법학회 회장, 이윤철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대학장, 박호철 부산항만공사 해외투자협력실장, 김인동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 관리본부장, 전상엽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육본부장, 박상익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 본부장, 박영삼 국상선선원노동조합연맹 본부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날 해기사협회 임재택 회장은 "한진해운 사태로 시작된 물류대란으로 한국해운의 위상과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토론회가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해결책은 물론이고 나아가 선원정책 발전 방안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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