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항공사들이 2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2분기에 매출액 2조7669억원 영업이익 1484억원을, 아시아나항공은 1조2806억원, 영업이익 17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저유가 기조로 인한 항공사들의 원가율 하락과 함께 유류할증료의 추가적인 인하 제한으로 매출액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영업수익성 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양대 대형 항공사는 실적개선엔 성공했지만 재무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대형항공사의 신용위험 전망 보고서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영업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금융비용 부담으로 수익성 개선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은 영업 관련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과중한 차입금 규모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및 한진해운 관련 손실 등으로 당기순손실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확대 됐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금융비용 부담이 지속됐으나 보유 중이던 금호터미널,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 지분 매각에 힘입어 최소한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는 등 영업외손익을 포함한 양대 항공사의 수익성 개선은 제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비용항공사 확대에 운송실적 증가세
최근 수년간 전 세계 항공운송업계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상대적으로 경제 발전이 미진한 지역의 항공수요 성장, 국가간의 항공자유화 활성화, 저비용항공사의 증가로 인한 항공수요자의 선택권 확대 등에 힘입어 지속적인 운송 실적 증가를 보여왔다. 같은 기간동안 각 지역별 항공사 신설, 기존 항공사들의 적극적인 투자에 힘입어 운항 중인 항공기 수 또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전반적인 운송 실적은 공급 증가의 2배에 달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향후에도 항공자유화의 진전 여하 등 변수가 존재하나 대체로 2016년 이후 20년간 연평균 3~6% 수준의 운송 실적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미주, 유럽 등 시장이 포화된 지역에 비해 잠재력이 우수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지역을 기반으로 한 항공운송시장의 발전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반적인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업계 내 경쟁강도 심화로 인해 각 항공사별 사업 전망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중동지역을 허브로 하는 에미레이트, 카타르, 에티하드 등 항공사의 급속한 성장세가 지속된 반면 미국, 유럽 등의 항공사들의 경우 파산과 인수합병 등 업계 내 구조조정이 이뤄진 바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와 외국계항공사의 시장 잠식이 계속되고 있으며 국내 여객은 2014년 중반에, 국제 여객은 2015년에 양대 항공사를 제외한 경쟁사들이 과반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전에 비해 가격 인하를 통한 수요 확보 경쟁이 심화된 것으로 분석되며 유가 하락에 따른 유류할증료 매출 감소와 더불어 양대 항공사의 운송 단위당 매출(Yield)이 2014년 하반기 이후 대체로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여객운송부문은 상대적으로 대형항공사 전체 매출 중 비중이 작고 계열 저비용항공사 등을 통해 시장 잠식을 일부 완화하고 있으나 국제 여객운송의 경우 중동·중국 지역의 항공사와의 직접적인 경쟁이 확대 내지는 심화될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중국 국영항공사와 경쟁 심화 예고
중동 지역 항공사의 경우 해당 허브공항을 중심으로 유럽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연결하면서 국내 대형항공사의 구주 노선과 직접적인 경쟁구조를 이루고 있다. 반면, 국내 대형항공사의 구주 노선 매출 비중(2분기 기준 대한항공 18%, 아시아나항공 9%)이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관련 리스크는 크지 않은 실정이다.
반면에 중국 국영항공사들의 경우 현재까지 중화권 내 노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수준이나 최근 수년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보유 항공기 수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국제선 비중의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지역 항공사들과 달리 중국 국영항공사들의 경우 인접한 지역에 허브를 보유하면서 대부분의 노선에서 국내 대형항공사들과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대형항공사들의 경우 대체로 우수한 사업적 지위와 오랜 업력에도 불구하고 계열지원 등과 관련한 부담으로 재무안정성이 저하됐다. 반면, 중동·중국 지역의 국영항공사들은 국가 차원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확보하거나 계열사에 대한 지원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황으로, 향후 항공기 투자 확대를 통한 시장지위 측면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한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국내 대형항공사들의 경우 대한항공은 주요 자회사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아시아나항공은 비관련 계열사 지분 매각을 포함한 구조조정 진행 등으로 이전에 비해 본연의 사업과 무관한 이슈가 일정 수준 해소됐으나 예전의 지원 과정에서 저하된 재무구조, 잠재적인 계열 관련 부담 등이 아직까지 상존하고 있다. 심화되는 국내 외 경쟁구조 아래서 일정한 시장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항공기 투자 또한 불가피한 상황으로 단기적인 재무 안정성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이강서 연구원은 “국내 대형항공사들은 현재 당면한 복합적인 이슈로 인해 국내 자본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특히 해외시장에서의 자산유동화 등 대체 자금조달원 확보를 추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체로 항공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제기된 국내 자본시장과 달리 해외의 경우 항공운송업 전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토대로 항공사의 신용을 통한 자금공여 비중이 크다. 최근 수년간 항공사 관련 전체 자금공여규모 대비 20~30%에서 50% 수준까지 확대되는 등 자금조달 여건이 유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대형항공사들 또한 해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의 유인이 존재하는 상황이나 그로 인한 외화차입의존도가 심화되는 이슈가 존재한다. 특히 환율 변동에 따라 전체 차입금 규모의 변동폭이 확대되고 외환관련 평가손실 등으로 수익성이 저하되는 등 해외 자금조달의 경우 국내 대형항공사에 양날의 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영업호조에도 재무 개선 쉽지 않을 듯
최근 저유가 기조 지속은 국내외 항공사에 공히 중요한 환경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전체 매출의 30% 내외를 차지하는 유류비의 절감을 통해 영업수익성 개선이 확대되고 있으며 국내 대형항공사들의 경우에도 당분간 양호한 영업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염성 질병 발생, 테러 등 단기적인 요소가 지배했던 2015년에 비해 대체로 여행 관련 수요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영업수익성 개선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대형항공사들이 처한 저조한 재무안정성이 중단기적으로 큰 폭의 개선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저조한 영업외수익성이 영업실적의 호조를 상쇄할 것으로 추정된다. 계열 관련 지원 등 사업외적 요소가 최소화될 경우 점진적인 차입금 감소 기조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현재까지 국내 대형항공사들의 경우 관련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대한항공은 자회사인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 담보부 자금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나 추가적인 지원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연구원은 “한진해운의 최종 처리결과에 따라 현재까지 손상 처리되지 않은 원금 기준 4천억원 이상의 기존지원자금 관련 손실이 추가될 수 있다”며 “금융시장 내 대한항공 및 한진그룹에 대한 비우호적 환경 조성으로 인해 향후 기존 차입금/사채의 차환위험 증대 등 위험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비관련 자산의 처분 및 유상증자를 포함해 적극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진행하고 있지만 최근 매각절차가 개시된 금호타이어를 비롯해 금호고속에 대한 인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인 부담이 확대될 경우 신용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