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관문이자 제1의 물류 중심지, 네덜란드는 물류산업으로 國富(국부)창출을 이루는 ‘강소대국’이다. 통상적으로 유럽 각지의 재화 수송은 네덜란드의 로테르담항이나 스키폴공항을 거쳐 독일‧영국‧프랑스 등지로 분산된다. 지난해에는 세계은행 글로벌 국제 물류 경쟁력 지수에서 2위에 오르기도 해 물류 산업의 최강자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지난 28일 롯데호텔에서는 네덜란드의 핵심 산업인 물류를 알아보는 자리가 주한 네덜란드 투자진흥청의 주최로 열렸다.
화물운송공항의 중심, 스키폴공항
네덜란드 스키폴공항의 화물 시장 점유율은 2014년 기준 14%로 유럽항공 화물 처리량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스키폴공항의 연간 화물처리량만 160만t에 달한다. 7개의 화물 하역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트럭 운송 업체는 25개가 넘어 화물 운송 분야에만 2만600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창고 공간도 52만5000㎡에 달해 유럽 최대의 항공화물 처리 공간을 갖추고 있다.
항공 화물 서비스도 경쟁이 치열하다. 30개의 화물 항공사가 95개국 322개 취항지에 화물을 수송해 연간 약 45만회의 운송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해상‧철로‧육로 등으로 연계 수송이 가능해 물류 효율성도 큰 편이다.
스키폴공항의 이러한 경쟁력은 100년간의 화물 처리 노하우에서 비롯된다. 스키폴공항은 신속하고 안전한 화물 운송을 위해 물류서비스 업체 게이트 내 진입 허가, 협조적인 세관, 화물운송 관련 지상(地上) 조업 등을 모토로 삼고 있다.
그 외에도 운송이 원활하도록 끊임없는 공급망 혁신에 나서고 있다. 유연한 관리와 검사 공정이 가능한 스마트게이트 운영과 각종 운송 장애물 제거를 통해 효과적인 운송을 보장하고 있다. 에어링크로 화물처리 공정 시간을 줄이고 통관절차 단일창구로 불리는 ‘e-프레이트’를 통해 화물 운송의 디지털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스키폴공항은 철도 터미널-트럭 터미널-공항물류센터-해상 터미널으로 이어지는 물류망을 만들기 위해 부지 200ha를 추가 확장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네덜란드 세관과 협력해 소규모 화물(LCL)의 운송 속도를 개선하는 통관 절차 간소화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로테르담항의 마스블락트 컨테이너 터미널 환적경로로 약 29억유로(한화 약 4조원)를 투입했다. 유로맥스와 ECT는 허치슨그룹, APM터미널은 AP묄러-머스크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RWG는 CMA CGM이 30%, 현대상선 20%, MOL 20%, DP월드 30%의 지분구조로 이뤄져 있다. |
초대형‘컨’선 기항 최적화된 항만
네덜란드의 자존심인 로테르담항은 터미널시설 완전 자동화와 컨테이너 터미널 추가 확장으로 유럽 최대의 항구로 꼽힌다. 지난해 로테르담항의 화물 처리량은 2014년 대비 4.9% 늘어난 4660억t으로 세계 9위, 컨테이너는 1223만5000TEU(20피트 컨테이너)를 기록해 11위를 차지했다. 로테르담항의 주요 처리 화물은 액체벌크 45%, 컨테이너 29%, 드라이벌크 20%, 브레이크벌크 6% 순이다.
로테르담항의 경쟁력은 20m이상의 수심, 선석 추가 설치, 대형 크레인 설치에서 비롯된다. 세계 해운시장이 초대형선박으로 캐스케이딩(전환배치)되고 있어 경쟁력 있는 항만이 되기 위해서는 초대형선박을 계선할 수 있는 시설 도입이 필수다. 문제는 유럽 내에서 초대형선박을 수용할 수 있는 깊은 수심을 갖춘 항만이 로테르담항 말고는 없다는 점이다. 수심 드래프트가 그 원인이다.
4800TEU급 선박은 13.5m, 8000TEU급은 14.5m, 1만8000TEU급 이상은 15.5m의 수심 드래프트를 기본적으로 지켜야 선박의 계선이 가능하다. 독일 최대의 항만인 함부르크항의 경우 수심이 12.8m에 불과한 라인강을 따라 연결되기 때문에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만재가 어렵다. 반면 로테르담항은 수심이 20m를 초과해 초대형선박의 계선이 가능하다. 세계 해운시장이 선박의 대형화가 가속화될수록 유럽에서는 로테르담항이 바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니인터뷰// 로테르담항만청 드미트리 반 에켈렌 물류 및 컨테이너 매니저
Q. 항만터미널시설의 완전 자동화로 인해 항만 근로자의 고용불안이 야기되고 있는데...
A. 피할 수 없는 산업의 진화를 받아들이고 기계화에 대한 변화를 종사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항만청과 터미널사가 대화에 앞장서야 한다. 완전자동화 시설로 당장 남아있는 일자리는 사라지지만, IT기술을 도입한 고부가가치의 항만서비스가 만들어지면 다른 건실한 일자리가 곧 나타날 것이다.
Q. 물동량 감소로 인한 터미널 운영자 간 화물 유치 경쟁이 치킨게임으로 치닫기도 하는데, 로테르담항은 어떤가?
A. 경제가 어려울수록 경쟁과 노력만이 답이다. 로테르담항에 있는 터미널 운영자는 허치슨ECT(유로맥스), APM터미널, 로테르담월드게이트(RWG) 3개사다. 이들 3개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 마진이 작아질 수밖에 없지만 3개사의 목적은 소비자를 위해 저비용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항만청은 추가투자로 부지를 확장하고 운영자 간 경쟁구도를 유지할 것이다. 시장이 경쟁할수록 운영자들은 최신식의 항만시설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할 것이다.
Q. 향후 로테르담항의 개발 계획은?
A. 캐스케이딩되는 초대형 선박이 앞으로 많아질 것이다. 터미널 부지 확장으로 깊은 수심과 선석, 초대형 크레인들을 더 구축해 초대형 선박들을 유치하는데 앞으로도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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