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3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사업 차질이 표면화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략적 해운제휴그룹인 CKYHE얼라이언스 회원사들은 한진해운 선박에 화물을 싣지 않기로 결정했다. 선복공유를 사실상 중단하겠다는 선언이다.
대만 에버그린 장정룽 회장은 이날 긴급 공지를 통해 "에버그린은 한진해운이 운영하는 선박에 어떤 자사 화물도 싣지 않고 한진해운 화물을 자사 운영선박에 싣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선사 코스코컨테이너라인도 영국 해운전문지 로이즈리스트에 선박가압류를 피하기 위해 한진해운과의 선복공유를 사실상 해지했다고 말했다. 코스코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에 대응해 이날 오전 긴급 회의를 가졌다.
중국 선사는 "우린 한진과 비핵심 3개 노선을 제휴하고 있어 향후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국내 CKYHE얼라이언스 관계자는 "한진해운 선복을 쓰지도 않고 한진해운 화물을 (자사 선복에) 받지도 않을 것"이라며 "이날 들어온 한진해운의 북미항로 선박에 실을 예정이었던 화물들을 모두 다음 항차로 이월했다"고 말했다.
그는 "얼라이언스에서 한진해운이 퇴출된 건 아직 아니다"고 덧붙였다.
국제물류를 담당하는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들도 화물 압류를 우려해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선적 예약을 취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가압류는 이미 현실화됐다. 한진해운의 5308TEU급 컨테이너선 <한진로마>(Hanjin Rome)호는 전날 싱가포르항에 가압류됐다.
선사 측은 <한진로마>호는 자사선으로, 용선료를 받지 못한 독일 선주사인 리크머스가 법정관리를 우려해 싱가포르법원에 가압류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이 회사 8만2000t(재화중량톤)급 벌크선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같은 이유로 억류된 바 있다.
한진해운이 싱가포르 선사인 퍼시픽인터내셔널라인(PIL)으로부터 용선한 컨테이너선 <한진멕시코>는 이날 기관을 멈췄다. 용선료 체불을 이유로 선주사가 운항을 거부했다.
이밖에 중국 톈진신강과 샤먼, 스페인 발렌시아, 미국 서배너와 캐나다 프린스루퍼트에서 현금으로 하역료를 지불할 것을 요구하며 선박 입항을 불허하고 있다고 한진해운 측은 전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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