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의 한진해운 최종제시안 수용 거부로 연매출 8조원, 총자산 7조원, 세계 7위의 선대를 보유한 대형 컨테이너선사가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됐다.
한진해운은 31일 채권금융기관에서 자율협약 연장 없음을 결의함에 따라 향후 회생절차 신청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1위 선사의 법정관리행은 해운·항만·물류 시장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된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현재 CKYHE얼라이언스나 국적선사들과 제휴해 운항 중인 컨테이너노선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당장 채권자들은 선박 가압류 조치를 취하고 대선한 선박을 회수해 갈 것으로 보인다. 8월 말 현재 한진해운 보유 선대는 컨테이너선 101척(사선 37척 용선 64척), 벌크선 44척(사선 22척 용선 22척)이다. 운항중인 컨테이너선은 95척이다. 전체 컨테이너선대 중 4척은 대선, 2척은 계류 중이다.
국내에선 법원이 1~2일 내에 재산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려 가압류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에선 압류 회피가 불확실하다.
국제도산승인원조 협약을 맺은 국가의 경우 국내 법원의 포괄적 금지명령이 적용돼 가압류를 피할 수 있지만 국가별로 요건이 달라 압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팬오션의 경우 지난 2013년 5월 법정관리 신청 뒤 15개 국가에서 선박이 가압류됐다가 순차적으로 압류를 해지한 바 있다.
배에 실려 있는 화물도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선박이 가압류되면 정박지에서 감수(監守)·보존 처분을 받게돼 압류를 해지하기 전까지 부두 접안이나 하역이 불가능하다.
선주가 선박을 도로 가져갈 경우엔 그 배에 실려 있던 화물은 중간 기항지에서 전량 강제 하역될 수 있으며 화주는 직접 선박을 섭외해 화물을 목적지까지 운송해야 한다. 한진해운 선박에 실려 있는 화물은 현재 54만TEU 정도로 파악된다.
향후 2~3개월간 한국발 원양 수출화물의 한진해운 선박 섭외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해운당국은 보고 있다.
특히 8월부터 10월까지가 원양항로 성수기란 점을 고려할 때 한진해운과 계약된 한국발 화물의 경우 대체선 수배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이 운영 중인 부산항 경유 단독 배선 노선은 미주 3개, 유럽 1개다.
아울러 한진해운의 비중이 높은 북미항로에선 일시적인 공급 감소로 운임이 큰 폭으로 인상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진해운은 아시아-미국항로에서 7%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선원 피해도 우려된다. 압류가 장기화될 경우 선박 유지를 위해 의무적으로 잔류하는 필수선원(6~12명)이 선상용품, 부식 등 필수적인 지원 없이 방치되는 유기 현상이 발생하거나 임금 체불이 일어날 수 있다. 한진해운 측은 현재까지 미지급된 선원 임금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항만도 운항 정지와 화주들의 선적 기피로 부산항 처리 환적 물량 감소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 서비스 노선 조정이 진행되는 1~3개월 간 한진해운이 국내 항만에서 처리하던 환적 물량의 감소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또 국내 터미널 내 선적 대기중인 물량의 처리 지연으로 일시적인 터미널 혼잡이 발생할 수 있으며 항만산업의 매출 감소도 예상된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오전 윤학배 차관 주재로 해운·항만 대응반 비상대책 회의를 개최하고, 선주협회, 항만공사 등 관계기관과 함께 한진해운 회생절차 신청이 해운·항만·물류 분야에 미치는 영향 및 향후 대응방안을 점검했다.
해수부는 선주협회, 부산·광양 등 항만공사, 해상노조연맹 등으로 구성된 해운·항만‧물류 비상대응반을 운영해 수출입 물량의 처리 동향, 해운·항만·물류 분야 피해 현황 등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운항 중단된 한진해운 노선에는 신속한 대체선 투입, 억류된 선박의 선원은 신속한 송환 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선화주 협력을 통한 화물 유치, 선박펀드를 통한 선대규모 확충, 해외 거점 터미널 확보 등을 포함해 국적원양선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한진해운이 보유한 우량 자산, 해외 네트워크, 우수 영업인력 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항만 인센티브 제공, 항만 시설 강화 등을 통해 부산항의 환적 경쟁력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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