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운하가 102년만에 확장 개통했다.
지난 26일 파나마운하청(ACP)은 파나마운하 개통식을 열었다. 2007년부터 54억달러를 투입해 확장공사가 진행된 파나마운하는 9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드디어 대형선 통항이 가능한 제 3갑문을 열었다.
파나마운하 확장으로 통과 가능한 선박의 크기는 기존 4천500TEU급에서 1만4천TEU급으로 3배 정도 커졌다. 새로운 갑문을 통해서는 하루 4척의 선박이 통항 가능하다. 파나마운하 확장은 설계부터 시공 안전성과 공사파업 등으로 목표 완공일보다 2년이 늦어졌지만 공식 확장개통을 알리며 해운시장의 중요한 전환점을 찍었다.
확장된 파나마운하를 처음으로 통과한 선박은 중국 코스코의 9443TEU급 컨테이너선이다. 27일부터 일본 NYK 해운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린덴 프라이드>호를 시작으로 본격 상업운항에 나서게 된다.
ACP 마누엘 베니테스 부회장은 “최근 아시아-북미동안 서비스 시작을 알린 머스크라인을 포함해 일부 선사들이 3분기에 수에즈 운하에서 파나마로 노선을 변경한다”며 “미서안에서 미동안 내륙까지 복합운송으로 이뤄지는 화물의 10%를 파나마운하를 통해 해상운송으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ACP는 현재 170여척에 대해 파나마운하 통항예약을 받았으며 파나마운하 확장으로 북아시아-미동안 정기선 서비스 운항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ACP는 파나마운하는 길이 427m, 폭 55m, 깊이 18.3m로 늘어났지만 2025년까지 폭을 최대 500m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나마운하의 확장 개통은 아시아-북미항로에서 화물을 더욱 빠르게 연결하지만 전 세계 해운시장에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운송 시간과 비용 절감 차원에서 대형 선박들이 파나마 운하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파나마운하를 통해 운항비를 절감할 수 있는 1만TEU급의 대형선 통항이 가능해지면서 이미 선사들이 기존 아시아-북미항로 운항 선박크기를 늘리고 있다. 확장된 파나마운하 통항이 안정화되면 선사들은 더 많은 대형선을 북미 동안항로에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선사들의 이런 대형선 운항 행보는 북미항로 선복량을 늘려 결국 운임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돼 해운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국선주협회는 파나마운하 확장개통이 해운시장에 공급과잉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5일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부회장은 파나마 호세 바라캇 해사청장과 정책간담회를 열고 파나마운하 확장에 따른 해운과 항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캐스캐이딩(전환배치) 효과와 미주 항로 공급과잉 등으로 전 세계 해운시장에 부정적인 영향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북미항로 운임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6월24일 발표한 상하이발 미서안항로 운임(현물)은 40피트컨테이너(FEU)당 753달러, 북미동안은 1496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 만하더라도 서안과 동안에 각각 1천달러, 3천달러 초반에서 형성됐다. 파나마운하 개통 전부터 이미 북미서안과 동안에는 선사들이 선박 크기를 늘리면서 운임이 지속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파나마운하 개통을 통한 급격한 선대확장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1만TEU급 이상 선박 배선이 늘어날수록 운임은 더욱 내려가고 늘어난 선복을 채우기 위해 선사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1만4천TEU급 이상의 대형선박들이 파나마 운하에 투입되면서 기존에 북미항로에 운항되던 4천500TEU급 선박들이 아시아역내로 캐스캐이딩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던 작은 선박들이 국내 중견 선사들의 주 무대인 아시아로 흘러들어오면서 근해선사들은 공급과잉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된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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