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항로는 4월이면 전통적으로 물동량이 늘어나는 시기지만 오히려 비수기보다 못한 소석률을 보이고 있다.
4월 선사들의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은 70%를 하회하며 여전히 물동량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침체가 지속되자 중남미항로 취항선사들은 연달아 운임인상에 나선다.
선사들은 4월15일부 20피트컨테이너(TEU)당 500달러, 40피트컨테이너(FEU)당 1000달러의 기본운임인상(GRI)을 남미동안과 서안에 시행한다. 이어 바로 5월1일부로 TEU당 750달러, FEU당 1500달러의 GRI를 시행한다.
지난 2월 역대 최저치 운임인 TEU당 99달러를 기록한 중남미항로는 매달 GRI를 시행해 운임을 끌어올렸다. 선사들은 남미 서안에 3월15일부로 TEU당 750달러, FEU당 1500달러의 GRI를 시행했다. 남미 동안에서는 3월1일부로 TEU당 850달러, FEU당 1700달러의 강도 높은 GRI를 시장에 적용했다. 운임은 일주일새 800달러대까지 인상되며 회복을 알렸지만 며칠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4월1일 TEU당 1000달러의 운임인상은 성공했지만 이마저도 며칠만에 700달러대로 내려 앉았고, 다시 운임은 500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상하이항운거래소에 따르면 4월8일 상하이발 브라질 산토스항의 운임(스폿)은 20피트컨테이너(TEU)당 505달러로 전주 대비 169달러 하락했다. 바닥에 머물고 있는 운임은 아이러니하게도 1년전 운임과 거의 비슷하다. 남미동안 침체가 시작돼 1년이 넘어서면서 작년 이맘때와 비슷한 운임을 기록한 것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올해 선사들은 마이너스로 시작했다”며 “2분기 GRI를 통해 매꿔보려했지만 매번 흐지부지되면서 남미 동안은 매달 1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선사들이 선복감축에 나섰지만 운임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다. MSC와 머스크라인, MOL은 남미 동안에서 두 개 루프를 한 개로 통합했고, 지난해 10월 PIL과 케이라인, 현대상선, 양밍라인이 선복공유협정(VSA)을 종료해 주당 선복량을 약 23% 대폭 감축한 바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브라질 경기가 회복되기에는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선사들의 선복감축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3, 4월은 성수기할증료를 부과할 만큼 물량이 늘어나는 시기지만 현재로서는 운임을 끌어올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4년만 하더라도 중남미항로는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으로 1000달러에서 2000달러 초반의 운임수준을 유지해왔지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주요국의 경기 침체 영향을 받아 운임은 바닥에 머물고 있다. 특히 남미동안 항로 물량의 70%를 차지하는 브라질은 올해 경제 성장률이 1%로 전망돼 당분간 시황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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