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04 16:34

기획/ 규모 키운 글로벌 해운사, 해운동맹 ‘새판 짠다’

해상운임 하락세 지속···유럽·미주 해상운임 사상최저치 근접
정기선 시장 예상 상위 선사들에 ‘좌지우지’

외국 해운기업들은 합종연횡을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선사는 유동성난으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처지에 놓였다. 중국 춘절 이후 원양항로 해상운임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2015년을 따라가는 모양새다. 지난해 초대형컨테이너선 투입으로 인한 선복과잉과 수요 감소로 수급불균형은 극에 달했고 사상최저를 기록한 해상운임으로 선사들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2월 말 현재 북유럽 운임은 20피트컨테이너당 200달러대로 진입했고 북미운임은 1000달러대 붕괴 일보직전이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발표한 2월26일 상하이발 북유럽항로 해상운임은 TEU당 257달러를 기록했다. 연초 1000달러로 시작했던 운임은 매주 하락세를 보이더니 2월 초에 500달러대, 월말에는 20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1월 이후 기본운임인상(GRI)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3월 초 운임인상도 중순으로 미뤄진 상태다.

북미항로도 부진의 연속이다. 북미서안 운임은 40피트컨테이너(FEU)당 1005달러를 기록해 겨우 1천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북미동안은 FEU당 1983달러로 2천달러대가 무너졌다. 선사들이 2월1일부 시행한 600달러의 GRI도 며칠 만에 흐지부지됐다. 남미동안은 전주까지만해도 사상최저치인 99달러를 기록했지만 2월26일 일주일만에 800달러대로 운임을 끌어올렸다. MSC와 머스크라인, MOL 3선사가 남미동안에 운영 중이던 2개 노선을 2월 중순 이후 하나로 감축하면서 시황 개선을 이룬 것으로 풀이된다.

한 선사 관계자는 “운임회복을 이룰 절호의 기회였던 중국 춘절 특수를 제대로 보지 못한 선사들에게 운임을 인상할 여지가 없다”며 “선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선복감축에 나섰지만 해상운임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선복공급은 증가 선사 수익성은 감소

시황 부진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중국 춘절 이후 수요 감소 여파에 향후 수요약세 지속이 전망되면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G6 얼라이언스는 3월부터 11항차에 달하는 임시결항을 통한 선복감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선사들이 수요약세에 대응해 일시적으로 항차를 줄이는 경우는 비일비재하지만 3개월에 달하는 노선을 줄인다는 계획은 지난해 얼라이언스들이 대대적인 선북감축에 나선 이후 처음이다.

드류리는 컨테이너 해운시장의 2016년 수요증가율은 5.5%, 공급증가율은 4.5%를 추정했다. 누적 기준으로 볼 때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세계 컨테이너 선복량은 2012년 이후 증가세를 보였고 2015년 7.6% 증가하며 정점을 이뤘다. 특히 1만2천TEU급 이상의 초대형컨테이너선이 연평균 25.9% 증가했다.

초대형 선박 증가는 연쇄적인 캐스캐이딩(전환배치)을 일으켜 실질적인 공급증가 효과는 예상보다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미 CMA CGM이 작년 12월 중순 북미항로에 1만8천TEU급 선박을 배선해 캐스케이딩 조류에 불을 지폈다.

연초 드류리는 ‘컨테이너 전망 보고서’를 통해 컨테이너 시장에서 수요공급 불균형 확대와 선사들의 선복감축을 위한 미흡한 대응책은 해상운임 하락과 2016년 정기선업계의 손실을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드류리는 세계 컨테이너 해상운임은 전년 -9%보다 더욱 감소폭이 확대될 것이며, 선사들의 2016년 수익성도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년 선사들이 5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볼것으로 추산됐다.

이미 진행됐거나 또는 다가오는 정기선 시장 합병은 충분히 대형 선사들의 수를 줄이고 개별 선사들의 효율성을 향상시키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정기선업계의 선복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과잉 지속은 선사들의 목을 죄어 오고 있다. 몇몇 기업은 이미 노선효율화를 통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 인수를 선택했다. 지난해 대부분 선사들의 수익성이 급감하고 적자로 돌아섰지만 전략적 인수를 한 기업들의 실적은 시황과는 거리가 멀었다.

선복량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급감했다. 해상운임 하락의 여파를 그대로 맞으면서 매출액은 13.2% 감소, 영업이익은 43% 감소, 순익은 44%나 급감했다.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진 않았지만 시황 침체에도 매년 성장을 일궈왔던 선사이기에 그 의미는 매우 컸다. 국적선사인 현대상선도 수년간의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11.5% 7.9% 뒷걸음질쳤다. 한진해운은 비용절감을 통해 영업이익 흑자는 일궜지만 운임 하락으로 매출액은 9.2% 감소했다.

반면, 수익을 끌어올린 선사도 있었다. 독일 컨테이너선사 하파그로이드는 CSAV의 컨테이너선 부문 인수를 통해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5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8.5%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률도 2014년 -5.6%에서 지난해 4.1%로 개선됐다.

중국선사통합, 국내시장은 현 체제 유지

지난해 실적 개선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인수합병으로 올해 실적을 끌어올릴 선사들도 있다.

CMA CGM은 지난해 말 싱가포르 선사 APL을 인수했다. APL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NOL의 인수가는  24억달러(한화 2조8천억원)로 CMA CGM은 이번 전략적 인수를 통해 컨테이너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아시아-유럽·지중해 아프리카 노선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CMA CGM이 아시아와 북미항로에 강세를 띠고 있는 APL의 인수를 통해 미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 등 주요 시장에서 전략적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CMA CGM의 APL 인수에 이어 중국 양대 선사가 합쳐진 거대 선사도 탄생했다.

중국 대형 국유해운기업인 코스코(중국원양해운)와 차이나쉬핑이 지난달 18일 상하이에서 합병기업인 ‘차이나코스코쉬핑’(China COSCO Shipping Corporation Limited)설립을 선언했다. 

중국 정부는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유 기업 재편을 추진해왔으며 지난해 12월 국무원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코스코와 차이나쉬핑컨테이너라인(CSCL)의 합병을 승인했다. 차이나코스코쉬핑 회장(동사장)에는 차이나쉬핑 슈리룽((許立榮) 회장이, 사장(총경리)에는 완민(萬敏) 코스코 사장이 각각 취임했다.

중국 본사의 통합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차이나쉬핑과 코스코의 한국 대리점 통합도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코스코의 한국대리점은 원명해운이 차이나쉬핑이 대리점은 중국해운한국이 맡고 있다. 아직 사무실 통합 및 조직개편에 대해 구체적인 사항이 나오지 않은 상태로 본사 통합이 마무리 되면 조만간 한국지사도 통합절차가 이뤄질 예정이다.

새롭게 탄생한 차이나코스코쉬핑은 전체 선대 1114척 8532만DWT로 세계 1위 해운선사로 도약했다. 컨테이너선 선복량은 158만TEU로 머스크라인, MSC, CMA CGM에 이은 세계 4위 선사로 떠올랐다. 현재 머스크라인의 선대는 전체 시장의 14.8%로 전체 302만TEU, MSC는 13%로 266만TEU CMA CGM은 8.8%로 180만TEU를 기록했다.

코스코는 현재 우리나라 한진해운이 속한 CKYHE얼라이언스, CSCL은 프랑스 CMA CGM, UASC와 결성한 O3에 각각 소속돼 있다. 선사 합병으로 컨테이너 선사의 전략적제휴도 변화를 맞게 됐다.

차이나코스코쉬핑과 프랑스 선사 CAM CGM은 거대 얼라이언스인 2M에 대항할 새로운 컨테이너전략적제휴를 계획중이다. 논의중인 새로운 메가 얼라이언스 ‘2CEO’ 에는 OOCL과 에버그린 합류가 거론되고 있다. 차이나코스코쉬핑그룹이 얼라이언스 시장 재편을 주도하는 셈이다. 덴마크의 머스크라인과 스위스의 MSC가 손을 잡은 2M얼라이언스의 선복은 193척 210만TEU다.

세계 최대 얼라이언스 ‘2CEO’…2M에 맞대응

프랑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CMA CGM과 차이나코스코쉬핑을 주축으로 대만선사 에버그린과 OOCL으로 구성된 프랑스-아시아 얼라이언스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얼라이언스가 출범하게 되면 전체 선복은 300만TEU에 달한다.

현재 동서항로의 얼라이언스는 2M과 O3, CKYHE와 G6 4곳이다. 머스크와 MSC의 ‘2M’, 한진해운 코스코 케이라인 양밍해운 에버그린의 ‘CKYHE’, 현대상선 APL MOL 하파그로이드 NYK OOCL의 ‘G6얼라이언스’, CSCL CMA CGM UASC이 결성한 오션3 얼라이언스다.‘2CEO’로 불리는 메가 얼라이언스가 등장하면 동서항로의 4개 주요 얼라이언스 구도는 3개로 나뉘게 된다.

동서항로에서 가장 높은 선복을 갖고 있는 얼라이언스는 2M으로 30%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이어 G6와 CKYHE가 각각 24%, 23%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오션3는 18%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당초 차이나쉬핑과 코스코의 합병 진행상황을 두고 업계는 얼라이언스 재편을 예상했다. 기존의 얼라이언스에서 합병되는 선사들만 얼라이언스 이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지만 2CEO 논의로 얼라이언스 판도를 전혀 다르게 짜여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CMA CGM은 G6에서 APL을 가져오기로 마음먹었고, 합병기업인 차이나코스코쉬핑과 손을 잡게 되면서 그동안 균등하게 나뉘어있던 4강 구도는 사라지게 됐다.

차이나코스코쉬핑의 대변인은 “차이나코스코쉬핑의 완전한 통합이 완료되기 전까지 다른 두 얼라이언스는 현재 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이어 “더 큰 연합을 형성으로 낮은 물동량 성장과 과잉공급을 효율적으로 상쇄 할 수 있다”며 “차이나코스코쉬핑은 현재 세계 교역 및 정기선 환경에서 강력한 해운동맹을 만들기 위해 조심스럽게 미래의 파트너를 선택할 것“이라고 대변인은 말했다.

선대 효율화를 통해 혹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각자 위치에서 돌파구를 찾는 선사들 사이에 우리나라 해운기업들이 설 자리는 더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선사들의 합병에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도 거론됐지만 시너지보다 리스크가 높아 흐지부지됐다. 국적선사들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구안을 마련하며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매각했다. 하지만 국적선사들의 노력은 선대규모 감소로 이어져 우리나라의 해운위상을 흔들고 있다.

여기에 국적선사가 낄 자리 없는 얼라이언스의 탄생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국적선사들에게 더욱 험난한 길을 예고하고 있다. 자구안과 합병을 통해서도 해결되지 않는 선사의 위기에 정부의 금융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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