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결정요지
가. 러시아 국내법과 국제조약의 적용순위에 관해
(1) 선박우선특권의 성립 여부, 일정한 채권이 선박우선특권에 의해 담보되는지 여부 및 선박우선특권이 미치는 대상의 범위는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에 따라 선적국의 법이 준거법이 된다(대법원 2007년 7월12일 선고 2005다39617 판결 참조). 그리고 러시아 헌법은 제15조 제4항에서 “일반적으로 승인된 원칙, 국제법 및 러시아 연방의 국제조약은 러시아 연방 법률체계의 일부를 구성한다. 러시아 연방의 국제조약이 법률과 달리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국제조약이 적용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러시아가 선박우선특권에 관한 국제조약에 가입하고 있는 경우에는 러시아 국적선에 대한 선박우선특권에 관해는 그 국제조약이 러시아 국내법에 우선해 적용된다.
(2) 이 사건 선박에 대해 선박우선특권이 성립하는지 여부는 선적국인 러시아법에 따라 결정되고, 러시아는 ‘1993년 협약’의 체약국이므로 정기용선자에 대한 채권인 이 사건 항비 등 채권이 선박우선특권으로 담보되는지 여부는 1993년 협약에서 위 채권을 선박우선특권의 피담보채권으로 정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나. 정기용선자의 채권에 대한 선박우선특권의 성립여부에 관한 선박우선특권 및 저당권에 관한 1993년 국제협약의 해석과 관련해
(1) ‘선박우선특권 및 저당권에 관한 국제협약’은 1926년에 제정된 이래 1967년 및 1993년 두 차례에 걸쳐 개정됐는데, 종래 ‘선박우선특권 및 저당권에 관한 1967년 국제협약’(Convention on Maritime Lien and Mortgages, 1967, 이하 ‘1967년 협약’이라 한다) 제7조 제1항은 선박우선특권이 발생하는 채권의 채무자로 ‘선박소유자(owner), 선체용선자 내지 다른 용선자(demise or other charterer), 선박관리인(manager), 선박운항자(operator)’를 인정했다가, 1993년 협약은 제4조 제1항에서 1967년 협약을 개정해 위 채무자들 중 ‘다른 용선자(other charterer)’를 삭제함으로써 ‘선박소유자(owner), 선체용선자(demise charterer), 선박관리인(manager), 선박운항자(operator)’로 채무자를 한정하고 있다.
이처럼 1967년 협약에서 인정하던 ‘다른 용선자(other charterer)’에 대한 채권에 관한 선박우선특권을 1993년 협약에서 삭제한 것은, 선박우선특권의 경우 선박에 저당권이 이미 설정된 경우에도 저당권에 우선해 변제받을 수 있어 선박저당권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으므로, 선박우선특권으로 담보되는 채권을 합리적으로 축소·조정해 선박저당권자의 지위를 강화하고 선박금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선박소유자와 같은 책임을 부담하는 선체용선자(demise charterer)를 제외한 나머지 용선자들, 즉 정기용선자(time charterer)와 항해용선자(voyage charterer)에 대한 채권을 선박우선특권의 피담보채권의 범위에서 제외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2) 1993년 협약이 ‘선박운항자(operator)’와 ‘용선자(charterer)’가 서로 구별되는 개념임을 전제로, 용선자(charterer)중 선체용선자(demise charterer)만을 선박운항자(operator)와 나란히 선박우선특권의 피담보채무자로 열거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일정기간 동안 선박을 용선해 이용하는 ‘정기용선자(time charterer)’는 1993년 협약 제4조 제1항 소정의 ‘선박운항자(operator)’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3) 1967년 협약 제7조 제1항, 1993년 협약 제4조 제1항 등의 규정, 1993년 협약의 개정경위 및 개정내용, 그리고 1993년 협약상 ‘선박운항자(operator)’ 개념에 ‘정기용선자’가 포함되지 않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1993년 협약의 해석상 정기용선자에 대한 채권에 대해는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III. 평석 및 결어
위 대법원 결정이 선박우선특권 및 저당권에 관한 1993년 국제협약의 문언에 치우쳐 선박우선특권이 발생하는 채권의 채무자의 범위를 한정해 정기용선자와 항해용선자에 대한 채권을 선박우선특권의 피담보채권에서 무조건 제외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해상법의 법리상 정기용선자 등도 그 실질에 비추어 운송의 주체로서 선박소유자, 선박관리인, 운항자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위 대법원 결정이 러시아 국내법과 위 협약의 내용이 어느 부분에서 충돌하는지, 러시아 국내법의 우선 적용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한 아무런 판단없이 무조건 위 협약의 우선 적용을 판시한 것도 이 부분에 관해 심리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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