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와 교육으로 자리를 비운 운영팀원이 둘이나 있었기에 여느 월요일보다 조금은 더 바빴던 어느 오전, 새해소망에 대한 글을 쓰라는 사장님의 메일에 헐레벌떡 사장님실을 찾았다. 소망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20대 초반 꽃다운 나이의 막내 지윤씨도 아니고 해운업계의 잔뼈가 굵으신 연륜있는 지사장님들도 아닌, 왜 저여야 하냐는 질문에 사장님은 “그래서 언제까지...?”라는 질문으로 화답하셨다. 역시...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장님께는 반항하면 안 되는 거야.
2015년을 시작할 때 나의 소망은 “그저 잘 버티자”였다. 4살이 된 첫째와 이제 돌이 되어가는 둘째...게다가 회사는 제 2의 창업을 외치며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는 시기였다. 아침에 눈뜨면 어린이집 등원준비도 벅차 정작 난 쌩얼로 출근하고, 전쟁 같은 업무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쉴 새도 없이 저녁준비하고, 밥 먹고 나면 곯아 떨어져버리는 하루하루. 그러다보니 어느덧 딸내미는 요새 왜이리 늦게 들어오냐며 아빠 대신 잔소리를 하고, 둘째는 혼자 숟가락을 쥐고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신랑은 종종 오늘 저녁은 시켜먹자는 센스를 발휘하기 시작했으며, 그사이 사무실 내의 빈자리는 제법 채워져 이제는 로드스타맨이라는 이름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지난 1년 배운 게 있다면, “일이나 가정이냐”라는 워킹맘의 숙명론적 질문은 더 이상은 내게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들의 병치레가 유독 많았던 한 해 동안 집안일이 있을 때마다 내 일처럼 걱정해주고 회사 걱정 말고 얼른 들어가 보라고 말해준 회사동료들이 있었기에 엄마와 아내로서 가족에게 덜 미안할 수 있었고, 이젠 나보다 더 아이들 삼시세끼를 신경 쓰는 신랑이 있었기에 퇴근 후에도 애들 걱정안하고 동료들과 맥주 한잔하며 회포를 풀 수 있는 날이 늘어났다.
그리하여 나의 2016년 새해소망이란, 테러 없는 세계평화도 좋고 세월호 진상규명과 연봉인상 등등 한국을 빛낸 백 명의 위인들만큼이나 많지만, 내일 당장 잘못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난 무엇보다 내 가족 그리고 우리 로드스타맨들에게 노래가사의 한 소절로 대신하고 싶다.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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