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항로의 운임이 또 다시 최저치를 찍었다. 상하이항운교역소가 집계한 상하이-브라질 산토스항의 12월11일자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25달러를 기록했다. 10월23일에 기록한 138달러에 이어 또 다시 100달러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크리스마스 연휴로 물량에 공백이 생기며 운임이 급락했다.
2015년 중남미항로는 끝없이 떨어지는 운임으로 곤욕을 치렀다. 특히 남미동안은 브라질의 정치·경제 상황이 악화되는 등 불운이 겹치며 시장이 망가졌다. 1월 첫째 주를 1206달러로 시작한 남미동안은, 3월 들어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700달러 선이 무너졌다. 선사들은 상반기 내내 매달 기본운임인상(GRI)을 계획해 운임 안정화를 꾀했지만, 단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했다.
하반기에는 계절적 성수기를 맞이하고도 하락세가 더욱 심화됐다. 10월 GRI가 소폭 적용되며 상하이항운교역소의 10월30일자 운임은 457달러까지 올라섰지만, 일주일 만에 100달러대로 원상복귀 됐다. 내년에도 시황이 회복될 만한 호재는 보이지 않아 바닥 운임이 계속될 전망이다.
동안에 비해 화물 수급이 원활하던 남미서안도 하반기를 기점으로 선복과잉을 이기지 못하고 운임이 무너졌다. 지난 7월 양대 국적선사와 양밍라인이 남미서안에서 NEX 서비스를 시작하며 수급상황이 악화됐다. 아시아-남미서안 항로의 공급량은 7월 말 주당 7만8000TEU로 6월의 7만TEU보다 약 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운임 또한 상반기 1천달러대를 상회하던 수준에서 반토막이 났다.
그러나 저운임을 이기지 못한 세 선사가 6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남미서안은 내년부로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기타 선사들도 항로효율화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과잉선복이 일부 상쇄될 것으로 기대된다.
NEX 서비스를 제공하던 세 선사는 뿔뿔이 흩어진다. 현대상선은 선박을 추가로 공급하지 않고 CMA CGM의 선복을 공유하는 형태로 서비스에 참여한다. 현대상선과 서비스를 함께 했던 한진해운은 일본 3사 서비스(NYK·케이라인·MOL)로 편입됐고, 양밍라인은 PIL 완하이라인 코스코 에버그린 등 중국계 선사와 선복을 공유한다.
MSC도 선복과잉에 백기를 들었다. 지난 10일 MSC는 현대상선, 하파그로이드, 함부르크수드, CMA CGM, 차이나쉬핑과 새로운 선박공유협정(VS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장기적인 노선 운영을 위해서라도 항로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이번 개편으로 크게는 주당 1만4000TEU까지 선복량이 감축될 전망이다.
선사들은 선복 감축에 힘입어 내년 상반기 다시 운임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내년 1월1일부로 남미서안에서 TEU당 1000달러, FEU(40피트 컨테이너)당 2000달러의 GRI가 예고됐다. 몇몇 선사들은 1월15일에도 TEU당 750달러, FEU당 1500달러의 GRI를 공표하며 운임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표명했다. 특히 중국의 가장 큰 명절인 춘절을 앞두고 1월 셋째 주부터 물량 밀어내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내년 상반기에는 남미서안의 운임이 다시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 박채윤 기자 cy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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