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항로는 올해를 끝내 최저 운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마무리할 전망이다.
중남미항로는 10월15일 운임인상(GRI)이 일부 적용되며 운임이 반짝 올랐다. 상하이항운교역소가 집계한 상하이발 브라질·산토스항의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457달러를 기록하며 100달러대 운임에서 탈출했다. 이번 운임 상승은 성수기를 반영하기 보단 그 동안 비정상적으로 침체된 운임이 소폭 회복된 모양새에 가까웠다.
기형적인 운임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사들의 전력에도 불구하고, 2주 만에 운임이 210달러나 떨어지며 도루묵이 됐다. 11월13일 기준 상하이발 중남미항로의 운임은 TEU당 247달러다. 한국발 운임은 중국발 운임보다 50~100달러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남미항로 취항 선사들은 큰 기대를 안했다는 듯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남미동안의 경우 선복과잉으로 소석률(선복대비 화물 적재율) 60%를 밑돌며 운임경쟁이 심해진 탓이다. 중남미항로를 취항하는 한 선사 관계자는 “사실상 일주일도 못 버티고 운임이 떨어져 이번 GRI는 실패나 마찬가지”라며 “화주들이 운임 인하를 요구하기도 전에 선사들이 눈치를 보며 운임을 내려야했다”고 말했다.
선사들은 12월1일에도 GRI를 계획하고 있지만 큰 기대는 없다. 크리스마스 특수가 11월 셋째 주로 마무리되고, 12월부터 연휴가 시작돼 수출물량이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남미동안은 TEU당 1000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000달러의 GRI가 예정돼 있다. 남미서안은 TEU당 750달러, FEU당 1500달러다.
남미서안과 카리브해도 남미동안과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해 7월 양대 국적선사가 양밍라인과 함께 남미서안 서비스를 신설하며 55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투입해 선복과잉이 시작됐다. 남미서안의 경우 소석률은 80~85%로 동안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연초 네 자릿수를 기록한 운임이 500달러 선으로 떨어지며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선복과잉으로 시장이 완전히 망가져버렸다”며 “카리브해도 마찬가지로 운임이 반 토막 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부 선사들은 크리스마스 특수 이후 줄어들 물량에 대비해 윈터프로그램을 실시한다. 10월 초부터 임시 휴항을 시작한 선사를 포함해 11월부터 내년 4월까지 기존보다 작은 선박을 투입하거나 휴항하는 방법으로 선복을 조절할 계획이다. 윈터프로그램으로 이익을 취하기보다는 운임을 방어하고 저운임으로 인한 적자 구조를 개선하려는 목적이다.
컨테이너 트레이드 스터티스틱스(CTS)에 따르면, 아시아발 중남미항로를 서비스하는 선사들은 주당 180척을 운항하며 11만6000TEU의 선복을 공급하고 있다. 반면 중남미를 대표하는 브라질의 8월 수입물동량은 전년대비 14.5%나 하락한 20만2268TEU를 기록해 물동량이 선복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의 물동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여 수출항로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 박채윤 기자 cy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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