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운임의 한파가 호주항로를 잠시 빗겨갔다. 지난 10월15일 시행한 운임인상(GRI) 효과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집계한 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노선의 10월30일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652달러로 7개월 만에 600달러대 진입에 성공했다. 일주일 간격으로 운임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지만, 300달러 전후에 머물렀던 3분기와 비교해 양호한 실적이다.
전통적으로 호주항로는 3분기에 성수기를 맞는다. 추석 특수를 비롯해 12월 말부터 약 2주간 크리스마스 여름휴가를 맞이해 밀어내기 물량이 있기 때문이다. 컨테이너라이제이션 인터네셔널(CI)에 따르면, 아시아-호주항로의 3분기 물동량은 전년동기대비 3.6% 올랐고, 지난 분기보다 10.8% 상승했다. 성수기가 마무리되는 11월 말부터는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량)이 다시 80%를 밑돌 전망이다.
600달러대의 운임이 4주 연속 지속됐지만 이번 GRI가 성공적이지는 않다는게 선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중국발 운임은 상승폭이 컸지만, 한국발 운임은 100~200달러 상승에 그쳐 효과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중국발 수준까지 운임을 올린 선사들은 화주를 잃어 효과가 상쇄됐다.
성수기 효과도 예전만 못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한 선사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물량이 넘쳐 블랭크 세일링이 필요 없었지만, 올해는 운임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선사마다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12월 첫째 주부터 수출 물량은 줄어들 것으로 보여 올해 추가적인 GRI는 없다.
한편, 1896년부터 호주항로 서비스를 제공했던 NYK는 선복과잉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됐다. NYK 측은 “호주항로의 수급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고 시황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서비스를 철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비스 종료 시기는 내년 봄으로 알려졌다.
NYK의 서비스 종료에 대해 선사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NYK와 서비스를 함께 했던 다른 선사가 서비스 유지를 위해 배를 투입할 것이기 때문에 선복과잉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적다”며 “선사 하나가 아니라 컨소시움 하나가 서비스를 종료해야 운임 회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선사 관계자는 상황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NYK의 빈 자리를 대체함으로써 일정 부분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진해운도 2년 동안 지속해온 뉴질랜드 서비스를 접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뉴질랜드의 수요 대비 선복 공급이 과잉 돼있고 수급 동향도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아 철수를 결정했다”며 “호주노선에 더욱 집중해 서비스 향상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 항로는 11월9일 싱가포르를 출항한 <에이엔엘유로아>(ANL EUROA)호를 마지막으로 종료됐다.
뉴질랜드는 2013년을 기점으로 선복이 눈에 띄게 늘어나며 시황이 망가졌다. 과거 뉴질랜드 노선은 서비스 선사가 적어 호주보다 높은 운임을 유지해왔지만, 현재 500달러 선까지 떨어져 호주와 비슷하거나 낮은 상태다. 한진해운이 종료하는 KIX 서비스는 아시아 전체 시장에서는 선복 감축 효과를 가져오겠지만, 한국발 서비스에는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 박채윤 기자 cy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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