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항만개발협력사업이 항만분야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이 유라시아 물류연결망의 관문인 극동항만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으로 항만개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 개도국을 중심으로 해상물류 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호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세계 항만수요는 현재보다 약 4배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인사이트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2030년까지 연평균 5.3%씩 성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1월18~19일 서울마리나에서 동북아와 극동지역을 둘러싼 주변국의 상황과 개발전략 등 정책방향을 살펴보고, 세계 유수 기관들의 해외사업 추진 현황을 들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국내 항만관련 전문가와 각 국의 해외개발사업 및 항만물류 전문가 등 약 200명이 참가했다.
‘一帶一路’가 이끄는 유라시아 물류시장
유라시아는 전 세계인구의 약 70%가 살고 있는 거대시장으로, 가지고 있는 발전과 개발의 잠재력이 실로 무한하다. 현재 아시아 각 국은 컨테이너 부두 등 항만시설 뿐만 아니라 노후화된 항만시설 재개발과 배후부지 개발, 배후 물류체계개선, 내륙운송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협력관계가 강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김성귀 원장은 “지난 2008년부터 추진해 온 해외항만개발협력사업은 대상국의 항만개발기본 계획 또는 마스터플랜 수립을 지원하는 등 다소 소극적인 해외진출 지원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관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항만 물류사업 분야에서 수익성 있는 투자개발형 사업을 발굴해 국내 물류, 건설, 엔지니어기업 등의 공동 참여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라시아를 대표하는 중국·한국·러시아 3국은 인프라투자를 통한 유라시아대륙의 동반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 각각 일대일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新 동방정책 등 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13년에 발표된 일대일로 전략은 인구 63%, 경제규모 29%, 교역규모 23.9%에 달하는 지역을 포괄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투자규모만해도 중국의 2198억달러를 포함해 8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진핑 주석은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시장이 자원배분에 있어서 결정적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하며, 중국이 앞으로 완전시장경제체제로 변모할 것임을 드러냈다.
올해 말 공식 출범을 앞둔 AIIB는 일대일로 전략을 뒷받침하는 실탄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AIIB는 중국의 주도하에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자금을 모으는 투자은행이다.
ADB에 따르면 아시아지역의 인프라 시장 수요가 2020년까지 매년 73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그 투자규모가 어마어마하다. AIIB에 회원국으로 참여하게 되면 아시아지역의 대형 인프라 건설시장으로의 진출이 보다 용이해질 것으로 전망돼, 우리나라도 3월26일 참여를 결정했다.
▲ 지난 11월19일 ‘해외항만개발협력사업 다변화를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존 마이클
엘리어트 BNCT 대표이사가 해외터미널운영 개발 및 파트너십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개도국 ‘컨’처리율 20%에 불과해 ‘열린 시장’
부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BNCT)의 존 마이클 엘리어트 대표이사는 한국이 항만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오랜 기간 항만을 개발하고 운영해온 역사가 있고, 특히 컨테이너와 벌크 화물에 숙련된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니 개도국 항만개발에 참여할 조건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다른 국가를 위해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항만개발은 개도국과 무역 파트너를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한국 기업들이 개도국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투자 기회를 창출한다. IMF에 따르면 개도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2016년 기준 4.7%로 잠재력이 높은 편이다. 성장률을 가늠하는 또 다른 지표인 GDP를 살펴보면, 2020년 기준 북미지역의 GDP는 2.1%인 반면 극동아시아는 5.2%를 기록했다.
개도국의 해상무역은 발전 가능성이 더욱 열려있다. 영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상무역 선진국은 해상 무역에서 컨테이너 처리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85%를 상회하고 있지만, 개도국은 10~20%에 미치고 있어 개발 시장이 넓게 열려있다. 전 세계적인 교역량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개도국 개발은 실패할 위험을 감수할 만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항만개발에 나서기 전에는 물동량을 비롯해 영업이익과 자금조달 등을 세세히 따져봐야 한다.
엘리어트 대표는 실패한 사례로 2009년 베트남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꼽았다. 14개의 항만사업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생산과잉이 심화되며 절반의 프로젝트가 시작도 못하고 종료됐다. 그는 자금조달이 가장 문제가 됐다고 밝히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금조달은 터미널, 해운 선사, 철도 운영사, 금융기관, 사모펀드 등의 방식이 있다. 전 세계적인 금융기관이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프로젝트가 좋다면 얼마든지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라시아를 필두로 전 세계가 하나의 물류지도를 구축해나가려는 지금, 우리나라의 항만물류산업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발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박채윤 기자 cy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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