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0 09:23

기획/ 해운시황, 내년도 어두운 터널 이어진다

북미항로 내년 운임 3% 추가하락, 유럽항로 바닥시황 이어져
파나마운하 확장으로 인한 선박 캐스케이딩 변수

●●●올 한 해 해운업계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최근 미국경제가 회복세를 찾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중국의 경기침체 및 무역 둔화, 유럽 경기회복 지연,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경제의 부진 등으로 세계 경제는 오랫동안 저성장시대를 거쳐 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해운시장의 최대 화두는 중국이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대에서 6%대로 하락하면서 금년 8월까지 중국 수출입은 꾸준히 감소세를 기록했다. 상반기까지 중국발 북미항로의 컨테이너 수출물동량은 전년대비 2.3% 소폭 증가하는데 머물렀고, 유럽은 4.1% 감소했다.

중국은 원양컨테이너 시장의 60~7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해운 수요국으로 중국의 해상물동량이 크게 둔화되면서 세계 해운시장도 전반적으로 시황부진을 겪고 있다.

파나마운하 확장으로 선박 통과 2배 늘어

지난 11일 열린 제34회 세계 해운전망 국제세미나에 참석한 일본 국토기술정책총합연구소(NILIM)의 류이치 시바사키 박사는 파나마 운하 확장 공사로 전 세계 물류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언급했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운하는 1914년 8월15일 정식 개통을 시작으로 100년 동안 인류에게 짧고 빠르고 안전한 해상 교통로를 제공해왔다. 개통 초기 연간 1000척에 불과하던 통항 선박 수는 현재 연간 1만5000척에 달할 정도로 무역 규모가 거대해졌다.

파나마운하는 지난 2007년 예산 50억달러(한화 약 5조5천억원)를 투입해 확장 공사에 들어갔다. 이번 확장공사는 파나마운하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지만, 대형화되는 선박 크기와 늘어나는 세계 교역량에 발맞추기 위한 선택이었다. 개통까지 5개월 남짓 남겨두고 운하 확장이 세계 물류지도에 몰고 올 변화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인공 수로의 양대 산맥인 파나마운하와 수에즈운하는 세계 물동량을 두고 경쟁을 벌여왔다. 전통적으로 파나마운하가 조금 더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선박대형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며 수에즈운하에 물량이 집중됐다.

선박대형화는 1990년도부터 시작됐다. 포스트 파나막스, 수퍼 포스트 파나막스를 넘어서 울트라 수퍼 포스트 파나막스급 선박이 발주돼 파나마운하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훌쩍 뛰어넘었다. 파나마운하의 선박 수용 능력 한계로 수에즈운하는 대형선 통과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취했고 2013년 사상 처음으로 1위를 탈환했다.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에서는 작년부터 1만8000TEU급 이상 초대형선박의 발주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누적 기준으로 2015년 35척, 2017년 73척, 2018년 100척의 인도가 예상된다.

세계해운위원회에 따르면 1만TEU급 이상 선박은 2015년 기준 전체 선박의 21.3%를 차지하며, 2018년에는 30.3%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확장공사가 완료되는 내년부터는 파나마운하의 선박 수용 능력이 1만4000TEU급까지 늘어나 파나마운하를 통한 물동량이 다시 앞설 것으로 보인다.

시바사키 박사는 “파나마운하 확장 결과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은 북동아시아-북미동안 항로의 경우 58.3%, 돌아오는 항로는 49.4%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나마운하 확장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곳은 북미항로다. 그동안 파나마운하의 선박 크기 제한은 북미항로의 대형선 운항에 걸림돌로 작용했지만, 내년 확장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대형선박이 투입될 전망이다. 북미항로의 올해 3분기 평균 운항선박 규모는 6595TEU로 2013년 이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내년 운하 확장 이후 유럽항로에서 북미항로로 선박 캐스케이딩(전환배치)이 대거 이뤄질 것으로 보여 북미항로의 선복과잉 문제가 장기화될 우려가 높다.

북미서안 1000달러선 붕괴 가능성

북미항로의 운임은 올해 3월 동안이 40피트 컨테이너(FEU)당 5000달러대의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항운교역소 집계 결과 11월13일 기준 북미서안은 1009달러로 지난해와 비교해 1000달러 가까이 떨어졌다. 북미동안은 2000달러 급감한 1834달러로 급락 폭이 더욱 두드러졌다. 중국발 수출 성장률이 지난해에 비해 4% 떨어지며 둔화됐고, 1만TEU급 이상 초대형 선박이 16척에서 1년 새 35척으로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수급전망도 좋지 않다. 올해와 내년 미국발 선복증가율은 5.8%로 4.8%의 수요증가율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부터 수급여건이 다소 개선되고 있으나 누적된 공급과잉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경제 회복으로 물동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2016년 아시아발 북미 수출물동량은 전년대비 6.5% 늘어 총물동량은 4.8%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해양개발수산원(KMI)의 전형진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아시아발 수출물동량이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누적된 공급과잉, 파나마 운하 개통 영향 등으로 운임 하락이 예상된다”며 “북미서안 운임은 2015년 대비 3%, 동안은 3.5%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북미서안 운임이 1000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유럽항로는 상황이 더 암울하다. 올해 6월과 10월 각각 3주간 TEU당 200달러대 최저 운임을 기록하며 작년 평균 운임 대비 40% 이상 하락했다. 북미항로와 마찬가지로 중국발 수출물동량과 초대형선박 급증이 주원인이다. 현재 유럽항로를 기항하는 초대형선박은 총 197척으로 전년대비 58척이 늘었다.

내년에는 선복증가율이 수요증가율을 상회할 전망이다. 수요증가율은 0.9%에서 4.5%로 올해보다 높은 수준이 예상되지만, 아시아발 수출물동량이 크게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올해 대량 인도된 초대형선박의 공급과잉 누적의 영향으로 내년도 운임도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해항로도 캐스케이딩 한파에 몸살

근해항로도 파나마운하 확장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근해항로의 올해 선복증가율은 9.1%, 수요증가율은 3.4%로, 5.7%의 차이를 보였다. 내년에는 각각 5.4%, 4.3%를 기록해 수급불균형이 다소 해소되겠지만 선복과잉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클락슨은 7500TEU급 이상 신조선 인도량이 줄어드는 것을 이유로 내년 전망을 다소 긍정적으로 인식했지만, 근해항로는 단순히 전체 수급상황보다 선박 사이즈별 수급 상황이 더욱 중요하다. 근해항로에서 가장 많이 운항되는 1500~3000TEU급 선박이 내년에는 올해보다 20척 늘어난 67척이 인도될 예정으로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근해항로는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선사들이 신규 서비스를 대폭 늘리며 용선료가 급증했다. 지난해 배럴당 98달러에 달했던 유가는 올해 53달러까지 하락해 선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선복이 늘면서 용선료가 급락했다. 운임 약세는 내년까지 이어져 신규 서비스 개설이 줄고 기존 항로에서 효율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파나마운하 확장 개통으로 근해항로에서도 선박대형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파나마운하를 통과했던 파나막스 선박 중 37%가 9000~1만3000TEU급 선박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중 상당수 선박들은 근해항로로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기존 파나막스 선박의 80% 가량이 선령 15년 미만의 선박으로 폐선 처리도 어려워 아시아 역내 컨테이너 시장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선복 과잉이 지속되면서 운임도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고려해운의 노기룡 부장은 “수급 논리에 따르면 내년에도 운임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선사들이 인위적으로 선박 공급을 조절하는 등 자구 노력이 성공할 경우 적정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북미·카리브해, 2016년까지 NOx 80% 감축

점차 거세지는 환경규제 압박도 해운시장의 큰 이슈다. 해운업계는 선박이 트럭이나 기차, 비행기 등 타 운송수단에 비해 가장 친환경적 운송수단이라는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지만, 업계 밖에서는 친환경 효율성보다는 선박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절대량에 대한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인체에 아주 해로운 질소산화물과 미세입자의 배출량 결과를 제시하며 해운에 대한 환경규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국제해사기구(IMO)는 1983년 발효한 ‘선박대기오염방지규칙(MARPOL Annex Ⅰ)’을 시작으로 꾸준히 환경규제를 강화해왔다. 현재 시행중인 ‘MARPOL Annex Ⅵ’는 황산화물, 질산화물, 미세먼지 등에 대한 규제를 주축으로 2020년까지 전 세계 황산화물(SOx) 배출을 0.5%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질산화물(NOx)은 2016년부터 북미·카리브해 ECA지역에 한해 현행대비 80%까지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SOx의 경우 2025년으로 시기를 연장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IMO는 현존하는 선박을 포함한 모든 선박에 선박에너지관리계획(SEEMP)와 에너지효율성운항지수(EEOI) 등을 적용하고, 신조선에는 에너지효율지수(EEDI)를 추가 적용할 예정이다.

이 규제에 전 세계 조선사와 선사의 생존이 걸려있다. 조선사는 2030년까지 현행대비 효율성을 30% 개선해야 하고, 선사들은 2020년까지 CO₂를 20%, 2050년까지 50% 감축해야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서는 NOx나 SOx 감축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CO₂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OODI의 임종관 원장은 “단기적으로는 EEDI, SEEMP, EEOI가 조선·해운·항만산업의 새로운 기준으로 정착할 것이고, 모니터링 체제가 구축되면 기준미달선박의 선진국 입출항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환경기준이 해운시장의 중심으로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임종관 원장은 이를 ‘환경해운시장’이라 칭했다. 임 원장은 “2015년 현재를 기준으로 환경해운시장은 2025년에는 10%, 2050년 전후로 90% 이상 확대될 것”이라며 “한국해운도 5년 내에 환경해운시장에 참여해야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박채윤 기자 cy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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