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나용선등록제도와 선박의 이중등록
나용선등록(Bareboat Charter Register)은 특정 국가에 등록된 선박이 다른 나라에 나용선된 경우 나용선자가 자국의 기를 게양하고 운항하기 위해 나용선국에 나용선에 대해 등록하는 제도를 말하며, 독일, 필리핀, 멕시코 이외에도 아일오브만(Isle of Man), 파나마, 라이베리아 등 편의치적국 대부분이 이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하에서는 선박의 원등록국적과 별도로 등록나용선국의 국기가 선박에 게양되게 된다.
나용선등록은 원등록국과 나용선등록국의 이중의 등록을 가지게 되므로 이중등록(dual or parallel register)이라 하며, 나용선자인 관리선주가 관리소유권(disponent ownership)을 등록하는 것이므로 관리선주등록이라고도 한다.
II.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
1. 선적국법주의와 선적국법주의의 예외
우리나라는 선박우선특권이 있는 채권의 인정범위를 선적국법에 따르도록 하는 소위 선적국법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채권자가 선박우선특권에 기해 외국선박을 어레스트하고자 하는 경우에 무엇보다도 그 선적국법이 해당 채권에 대해 선박우선특권을 인정하는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섭외사건의 경우 준거법이 무엇인지가 선결돼야 하는바,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 제2호는 해상에 관한 준거법으로서 “선박의 소유권 및 저당권, 선박우선특권 그 밖의 선박에 관한 물권 및 선박에 관한 담보물권의 우선순위는 선적국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선박우선특권의 성립여부 및 그 순위는 원칙적으로 선적국법에 의해 결정돼야 하며, 이것은 선박우선특권의 성립 여부나 순위를 법정지법에 의하도록 하는 영국 등 대다수 국가의 법정지법주의와 대별된다.
한편, 국제사법 제8조 제1항은 준거법 지정의 예외로서 “이 법에 의해 지정된 준거법이 해당 법률관계와 근소한 관련이 있을 뿐이고, 그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국가의 법이 명백히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다른 국가의 법에 의한다”고 규정해 선적국법주의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외조항은 함부로 적용할 경우 법적 안정성을 해할 수 있으므로 엄격한 요건하에 적용돼야 할 것이다.
해운업계에서 널리 활용되는 관행인 편의치적(flag of convenience)의 경우, 이러한 준거법 지정의 예외를 인정할 것인지, 그 기준은 무엇인지가 문제되는 바, 편의치적에 있어서 선적이 선적국과의 유일한 관련인 경우 위 예외조항에 의해 선적국법 대신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국가의 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될 여지가 있을 것이다.
2. 선적국의 개념과 의미
국제사법상 선적국은 준거법을 지정하는 가장 중요한 연결점의 하나가 되고 있으며, 여기서 선적국의 기준이 되는 선적항은 등록항 또는 본적항의 두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나, 선박소유자의 국적을 표준으로 선박의 국적을 정하는 우리선박법의 입장에 비추어 볼 때 국제사법 제60조에서의 선적국법이란 등록항소재국의 법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3. 이중등록 선박에 대한 선박우선특권의 준거
이중등록 선박의 경우에 선적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나용선등록제도하에서의 이중등록 선박의 경우 나용선계약을 바탕으로 하는 국기는 국제공법상 그 선박의 국적으로 취급되며, 따라서 나용선등록에 따라 선박이 외국기를 게양한 경우 그 기간 동안 선박은 완전하고 유일하게 그 외국의 주권에 따르게 되며 기국의 공법만이 거기에 적용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이중등록은 원등록의 변경 없이 단지 나용선등록국으로 선적이적(flagging out)이 되는 것이므로 나용선자로 해금 그 국가의 국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일 뿐 선박의 국적(선적국) 자체의 변경은 아니라 할 수 있다.
위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 법원은 원등록국법을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을 본 부산지방법원 결정과 나용선등록국법을 준거법으로 본 대법원 결정으로 견해가 나뉘어 있다. 이하 이에 관해 자세히 살펴본다.
III. 부산지방법원 2013년 4월24일 2012라19 결정
1. 사건개요 및 신청인의 주장요지
위 사건의 1심 법원 결정(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1년 12월15일 2011타기572)에 설시된 사건개요(기초사실) 및 신청인의 주장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신청인은 독일 법인으로서 2007년 4월30일 이 사건 선박을 독일 함부르크항의 선박등기부에 소유자로 등기하고, 같은 날 A회사에게 나용선(선체용선)을 줬으며, A회사는 2007년 4월30일부터 라이베리아에도 나용선 등록(Bareboat Charter Register)을 하고, 라이베리아 당국으로부터 나용선 등록의 임시증서를 받아 라이베리아의 국기를 게양해 이 사건 선박을 운항하고 있으며, 이 사건 선박에 관한 각종 계약서, 증명서, 선박명세, 선박정보 등에 기국(旗國)은 ‘라이베리아’로만 기재돼 있다(독일과 라이베리아는 이중등록을 허용하고 있고, 이 사건 선박은 양국에 적법하게 이중등록돼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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