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항로 운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상하이항운교역소가 집계한 10월9일 상하이-브라질 산토스 운임은 158달러로 사상 최저를 찍었다. 9월1일자 운임인상(GRI)이 절반 정도 적용되며 운임은 321달러까지 올랐지만, 한 달 만에 163달러가 떨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발 운임도 상하이발 운임과 크게 다르지 않은 150달러대를 밑돌고 있다. 중남미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꿋꿋하게 버텨낸 중남미가 이렇게 흔들릴 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선사들은 남미동안에 10월1일자로 TEU(20피트 컨테이너)당 1000달러의 GRI를 공표했다. 성수기 끝물인 10월은 운임을 올릴 수 있는 올해 마지막 기회다. 10월 말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장기계약을 앞두고 선사들은 운임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한 선사 관계자는 “화주들도 시장운임을 훤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운임으로 유리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금 상태라면 내년 장기계약 운임은 세자리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사들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10월 초 GRI는 유야무야됐다. 운임이 유지되기는커녕 매주 50달러씩 떨어져 GRI를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 선사들은 의지를 굽히지 않고 GRI 시기를 15일로 연장했지만 시도가 좌절됐다. 일부 선사들은 다음 달까지 연장을 검토하고 있지만 시행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남미동안 항로의 부진은 중국의 영향이 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8월 브라질 대중국 수출은 위안화 가치 절하로 인해 21.5%나 급감했다. 중국이 10월1일부터 국경절 연휴로 열흘가량 쉬면서 중국발 물량이 급감해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은 70%대를 밑돌았다. 10월 중순부터는 중국발 화물이 회복되며 운임 하락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황이 지속되자 선사들은 시황에 대비해 변화를 꾀하는 모양새다. 국적 선사 현대상선은 남미동안에서 서비스 개편을 시행했다. 기존 케이라인, 양밍, PIL과 함께하던 NHX 서비스를 접고 NE1, NE2 서비스에 합류했다. NE1(New East Latin America Service 1) 서비스는 10월9일부터 부산항을 노선에 추가해 직기항 하고 있다. 서비스 개편으로 한국발 선복은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선복과잉 문제가 심각해 시장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올 초까지 안정된 운임을 유지하던 남미서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0월1일자 GRI가 소폭 적용되며 운임은 600달러대까지 올랐지만 일주일 만에 350달러대로 떨어졌다. 선사들은 11월1일자로 TEU당 750달러, FEU당 1500달러의 GRI를 계획하고 있다. 카리브해도 TEU당 700달러, FEU당 1000달러의 GRI가 공표됐다.
중남미 취항 선사들은 그나마 운임의 등락폭이 있는 남미서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멕시코는 최근 2012년 12월부터 시행한 개혁작업의 성과가 점진적으로 가시화되고 있어 성장세가 돋보인다. 다만 남미서안과 카리브해도 내년 4월 파나마 운하 개장을 시작으로 선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중남미 항로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 박채윤 기자 cy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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