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6일 한국해양보증보험주식회사가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해운업계가 염원해 마지않던 해운보증기구의 탄생이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보험업 예비인가를 받고 올해 6월 본인가를 취득한 뒤 이날 공식 출범했다.
많은 해운기업들은 한국 해운산업 전담 지원 금융기관의 출현에 큰 환영의 뜻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이 기구는 해운업 등 경기 민감 업종을 대상으로 후순위채 보증 방식으로 프로젝트 발주자금을 지원하게 된다. 이미 일부 해운기업과 시범상품 개발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보증기구는 맞춤형 해운금융기관의 출범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지독한 불황기를 거치면서 한국 해운산업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수조원의 적자를 내왔던 국내 양대 해운기업은 전용선사업 처분, 해외 항만터미널 정리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해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핵심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중소 해운업계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어 닥친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102곳에 이르는 선사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등 극심한 부침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위기의 해운산업을 살릴 구원투수가 가동됐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운보증기구의 금융 지원을 배경으로 우리 선사들은 선박 확보가 용이해진 데다 그리스 선사들처럼 호황기 때 선박을 팔고 불황기 선가가 쌀 때 선박을 사들이는 경기 역행적 투자에도 관심을 쏟을 수 있게 됐다.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도 눈에 띈다. 우선 보증 재원 조달이다. 해운보증기구가 해운산업 지원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풍부한 재원 확보가 필수조건이다. 해운보증기금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법무법인 광장의 정우영 대표변호사는 최소 2조원까지 자본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몇 번의 방향 수정을 통해 해운보증기구를 출범시키면서 자본금 규모를 4분의 1 수준인 5500억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줄어든 재원 만큼 기능도 당초의 선박금융 종합 지원에서 후순위 대출보증 한 가지로 쪼그라들었다.
줄어든 자본금마저도 조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정부는 국고에서 2700억원, 민간에서 2800억원을 5년에 걸쳐 조달해 해운보증기구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첫 해인 올해 자본금 목표는 정부 1000억원, 민간 500억원 등 1500억원이다. 하지만 이날 출발한 해양보증보험의 자본금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해운업계에서 내놓은 750억원이 전부다.
정부는 산은과 수은에서 출자하는 형태로 4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해운업계도 연내로 100억원을 추가로 출자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이럴 경우 올해 해운보증기구의 자본금은 125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당초 계획에서 250억원 가량 후퇴한 수준이다. 민간 출자금이 당초 계획보다 많이 못 미치는 데다 정부도 올해 지원 예산으로 책정해 놓은 500억원 중 100억원을 삭감했다.
해운보증기구 기능에서 제외된 선박은행(Tonnage Bank)과 잔존가치보증(RVI)의 도입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선박은행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 기능이 이관됐으며 잔존가치보증은 도입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선박은행은 캠코에서 맡는다고 하지만 선박금융 특성상 자금 규모가 매우 커 독자 수행엔 어려움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보증기구가 선박은행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대출 보증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캠코를 측면 지원해야 함을 의미한다.
당초 설립 취지에 맞게 금융 지원의 초점을 국내 해운기업에 맞춰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산은과 수은이 국내 조선기업 지원을 명목으로 해외 대형선사에 막대한 자금을 빌려줘 국내 해운업계의 원성을 사는 일이 빈번한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해운보증기구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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