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30 09:29

“머스크 초대형선 발주 후회할 것”

한국선사들 빚 너무 많다
조선소 선가인하보다 기술개발에 힘써라


 

●●●IHS마리타임앤드트레이드의 리처드 클레이턴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난 28일 기자와 만나 컨테이너선 시장 전망과 초대형선박 경쟁, 세월호 사고 등에 대한 견해를 풀어놨다. 그는 컨테이너선 시장의 초대형선 경쟁을 두고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성 제고 측면이 아닌 단순 경쟁과열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머스크라인이 초대형선을 대규모로 발주한 것을 두고 후회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대해선 사업 규모에 맞는 선박을 운영할 것을 조언했다.
 

Q. 컨테이너선 시장에 대한 전망은?

파나마운하 개발이 시장수급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파나마 운하를 건널 수 있는 컨테이너선 중에서 최대 크기가 5300TEU에서 1만2000TEU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1만2000TEU 정도의 파나막스, 아시아에서 유럽이나 지중해를 거쳐 미 동부로 가는 2만TEU급 안팎의 오버파나막스, 이보다 작은 피더선 등 세 사이즈에서 수익이 크게 날 것으로 예상한다. 5000TEU급에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할 수 있다.

전체가 아닌 부분적으로 시황을 따져 봐야 한다. 수익성이 좋은 곳이 어딘지 규명하고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Q. 초대형선 경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국적선사에 해줄 조언이 있다면?

머스크에선 인정하지 않겠지만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한 걸 후회하고 있으리라 본다. 현재의 선박대형화는 실제적인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 단순히 경쟁에 불을 지핀 결과로 본다.

머스크에서 1만8000TEU를 지으니 MSC나 UASC 등에서도 견제 차원에서 초대형선박 발주에 나선 것이다. 머스크나 MSC는 덴마크 스위스·이탈리아 등의 자국 시장은 규모가 너무 작다. 자국뿐 아니라 중국이나 중동, 브라질 등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해야하는 구조다.

하지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한국 시장이 핵심이라 너무 큰 선박을 운영할 경우 수익이 나지 않을 수 있다. 두 선사는 자사의 핵심 사업에 맞게 선박 규모를 정해서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선사들도 초대형 선박을 운영하고 싶어하고 실제로 그런 사례도 있는데, 왜 그러는 건지 개인적으로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Q. 수조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중국처럼 우리나라도 해운이나 조선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할까?

배 자체를 건조하는 건 어렵지 않다. 화물을 채우는 게 어려운 거다. 정부의 지원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땐 실수라고 생각한다. 정부자금에 기댄다는 것 자체가 산업경쟁력이 떨어지고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걸 반증한다.

중국 조선소도 정부 지원을 받다보면 종국엔 어려워질 거라 생각한다. 수주는 많이 하더라도 수익은 안날 거다. 실제로 중국 조선소 중 폐쇄 위기에 있거나 도산한 기업들이 있는 걸로 안다.

선사가 중국 정부에 컨테이너선 5척을 짓겠다고 지원해달라고 해서 지원해 주면 그 이후엔 정부 지원에 기대지 않을까? 정부지원이 계속되면 통제력 자체가 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리라 본다.

한국조선소에 조언한다면 수주에 급급하기보다 새로운 솔루션이나 기술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연료 5%를 절감하는 선체디자인을 도입한다면 선박가격을 낮추는 것보다 앞서 나갈 수 있다. 연료소비를 10%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선박을 개발하는 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걸 의미한다.

Q. 잇따른 한국선사의 법정관리 신청에 대한 외국시장의 평가는?

일본과 한국의 경제구조와 성장의 단계가 달랐다는 걸 말하고 싶다. 일본은 오랜 기간에 걸쳐서 성장했다. 한국은 단기간에 성장했고 해운기업도 고속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리스크가 큰 투자를 해운기업들이 하게 됐고 해운시장 침체로 부채는 크지만 매출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제 사견이지만 외부에선 한국선사들은 채무가 너무 많고, 현재 처한 상황이 기업 자체적인 문제에 의한 것이라고 흔히 생각하고 있다.

Q. 스타벌크 등 유럽 벌크선사들이 도입한 선박풀제를 어떻게 보나?

단순히 여러 기업을 합쳐서 큰 기업을 만들면 구매력 차원에서 힘이 커지지 않겠느냐고 말 한다. 하지만 기업마다의 고유한 문화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어떨 땐 합병을 했는데 기업문화가 상충이 돼서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머스크는 굉장히 이상적인 경우다. 기업끼리 합병한다고 내부적으로 체질이 강화된다고 볼 순 없다.

Q. 그리스 디폴트가 해운업에 끼치는 영향은?

그리스 선사들은 그리스 내부 상황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보면 된다. 오랜 기간 동안 영국 런던이나 뉴욕, 모로코 등 해외시장에서 금융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 상황과 해운기업과는 상관이 없다.

그리스에선 해운 부유층과 극빈층 간 단절이 돼 있다. 국가에선 소외계층을 돌봐야 하는데, 이런 책임들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굉장히 공허한 느낌이 들더라.

Q. <세월>호 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 뭐가 문제라고 보나?

어제(7월27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방문해서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런 대형 사고가 나도록 크고 작은 전조가 있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전조가 있었다고 답하더라. 그럼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런 사고가 터지기 전까진 누구도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는 게 해운업계의 문제점이다. 이런 페리사고가 처음이었을까? 아니다. 그 전에도 많았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간과했다. 일련의 이런 실수들이 반복이 됐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본다.

해양 정책 중 안 좋다고 생각하는 규정이 있다. 영해와 공해상의 선박에 대한 규정 자체가 달라지는데 말이 안 된다.

바다에 선박이 있는데 태풍이 불어와서 선박 위치가 잠깐 바뀌었다고 치자. 지도상에서 봤을 땐 아주 작은 위치 변경이지만 이에 따라 영해규정이 적용될 수도 있고 공해규정이 적용될 수도 있다. 한순간에 국내 규정이 적용될 수 있고 IMO(국제해사기구) 규정이 적용될 수도 있는 셈이다.

임기택 사무총장(당선인)이 바다에 떠 있는 순간만큼은 안전이 최고란 점을 신경 써 주길 바란다.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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