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27 14:51

기자수첩/ 사라진 원양항로 성수기

뜨거운 여름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왔다. 최근 장마철에 접어들었지만 폭염만 지속되는 날들이 이어졌다. 더위를 견디지 못해 미리 휴가를 내고 휴양지로 떠나는 직장인도 늘었다.

하지만 더위에 지쳐 휴가를 떠난 이들보다 먼저 휴가를 떠난 곳이 있다. 바로 정기선 원양항로 시장이다. 시기상 성수기에는 접어들었지만 막상 실을 화물이 없고, 내려갈대로 내려간 해상운임으로 원양항로는 때 아닌 강제 휴가(?)에 들어간 모습이다.

유럽항로와 미주, 중남미 원양항로에서는 6월부터 시작되는 성수기를 찾아 볼 수 없고, 오히려 비수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중국발 수출물량이 예년수준을 밑돌고, 유럽과 미주 소비가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은 해상운임을 끌어내렸다. 선사들이 대형선박을 원양항로에 투입하면서 선복과잉이 일어난 것도 해상운임 하락을 부추겼다. 특히 유럽항로 부진은 문제가 컸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7월17일 발표한 상하이발 북유럽항로 운임은 20피트컨테이너(TEU)당 전주 대비 181달러 인상된 518달러를 기록했다. 아시아-지중해항로 운임은 TEU당 529달러를 기록하며 전주대비 208달러로 하락했다.

작년 이맘때 TEU당 2천달러대의 운임을 보였던 유럽항로는 몇달째 손익분기점에 턱없이 못미치는 해상운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초 1000달러대의 시작한 유럽항로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6월 TEU당 200달러대라는 초유의 운임을 내걸었다.

서로 눈치만보며 몸집줄이기를 망설이던 선사들은 해상운임이 TEU당 200달러대까지 내려가자 임시결항과 선박사이즈를 줄이며 선복감축에 나섰다. 덕분에 선사들이 7월초 TEU당 1000달러대의 기본운임인상(GRI)을 시행하며 800달러대까지 운임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인상도 잠시 운임은 매주 하락세를 보이며 다시 500달러대까지 내려와 유럽항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주항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상반기 내리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미주항로는 7월 접어들어 1천달러 초반까지 운임이 하락하며 비수기로 퇴행한 모습이다. 7월17일 상하이발 미서안 운임은 FEU당 1175달러, 미동안은 2635달러를 기록했다. 전주대비 각각 105달러, 177달러 하락했다. 작년 이맘때 운임은 지금보다 서안은 500달러, 동안은 1천달러 가까이 높았다. 소석률도 성수기 효과를 톡톡히 보이며 100%를 보였다.

하지만 현재 미주항로 소석률(선복대비 화물적재율)은 70~80% 수준에 머물고 있다. 4월과 5월 선사들의 대거 신규취항으로 선복이 늘어난 미동안항로의 운임하락폭은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운임과 소석률만 따져봐도 비수기보다 못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들쑥날쑥 운임 롤러코스터를 타는 중남미항로도 현재 TEU당 236달러를 기록중이다. 연초 1200달러에서 시작한 운임은 브라질 경기침체로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항로에 초대형컨테이너선이 투입되면서 기존 선박들이 중남미항로에 투입돼 선복과잉이 된 부분도 운임하락세를 부채질했다.

원양항로가 성수기에 접어들었지만 운임과 소석률 모두 부진한 실적을 보이면서 하반기 전망도 부정적으로 변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황에 선사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여기에 유가마저 오르기 시작하면서 업계에선 긴장이 감돌고 있다.

상반기에는 그동안 저유가로 채웠던 주머니를 풀면서 버텼지만 이후에는 선사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수급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선사들은 더 많은 선복감축에 나서야하지만 시장점유율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선복감축에 서로 눈치보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받쳐줄 때까지 견디거나 다시 한번 선복감축으로 수급불균형을 잡거나 선사들의 선택만이 남았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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