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A 사장 인선이 엉뚱하게 항만공사(PA)의 지배구조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달 초순께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BPA를 부산시 산하 공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시장은 BPA 사장 인선 과정에서 해수부가 부산시와 협의하지 않는다고 푸념하며 이 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시장의 주장은 사실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 항만공사의 관할 이전에 대한 검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부산시의 바람’을 일방적으로 풀어 놓은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건 서 시장의 발언은 현재의 항만 거버넌스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검토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사례를 보면 대부분의 해운물류 선진국들은 항만을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토록 하고 있다.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을 비롯해 심지어 공산국가인 중국까지 무역항의 관할권을 지방에 이양하고 있다. 로테르담항만공사나 함부르크항만공사, 뉴욕뉴저지항만공사 등이 대표적인 지자체 산하 공기업들이다. 상하이항 운영사인 중국 상하이항무그룹(SIPG)도 지분의 44.23%를 상하이시정부에서 보유하고 있다.
국가에서 항만을 직접 관리하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싱가포르 대만 이스라엘 캐나다 등이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항만과 공항 등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회간접자본(SOC)들에 대해선 중앙집권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국내 수출입의 99.7%를 담당하는 항만시설은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국가 경제의 핵심 동력이라 할 수 있기에 국가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개념이다.
우리나라가 외국처럼 항만관리를 지자체로 넘기기 위해선 넘어야할 산이 많다. 우선 법 개정을 통해 제도를 바꿔야 하며 기재부에서 현물출자한 부두시설 등의 PA 재산을 시에서 모두 인수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PA 자체 예산으로 진행되는 부두건설 외에 국가 재정으로 진행되는 항만준설이나 배후단지 개발 등을 시 재정으로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도 짚어봐야 할 사안이다.
또 지자체간 경쟁으로 항만 난개발 또는 지역간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의 무분별한 항만 난개발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같은 여러 사례를 들어 해수부는 PA의 지방공기업 전환을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하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도 “어려운 고통이 뒤따른다”고 지적한다. 어떤 이는 세계 1위 공항인 인천공항이 잘 된다고 인천시에 넘길 거냐고 반문하며 항만관리의 지방 이관은 안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PA가 지방공기업이 될 경우 얻는 실익도 많다. 지방세 감면으로 수익구조가 개선되는 데다 지방분권화에 기여할 수 있다. 부산 북항 재개발이나 인천내항 재개발 등 지역사회의 반발이 큰 항만사업의 경우 중앙정부보다는 지자체가 좀 더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항만개발 및 발전사업이 국가에서 관리할 때보다 더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 소유의 육상 토지를 항만 건설에 이용할 수 있어 바다를 매립하는 우리나라 항만건설 방식이 크게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의 항만개발계획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심의하는 중국을 참고한다면 항만난개발 우려도 잠재울 수 있다.
이렇듯 항만 거버넌스제도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해외 사례에서 증명됐듯 지방에서 관리한다고 해서 항만 발전이 저해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국가 대표항만인 부산항이 중국 항만들과 무한경쟁을 벌이며 악전고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국가 관리 체제를 깨야할 이유도 없다. 다만 PA가 도입된 지 10년을 넘긴 시점에서 항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종합적으로 재점검할 필요는 있다. 정치인 출신 지자체장들의 선거를 겨냥한, 자기 사람을 PA 사장으로 앉히기 위한 ‘이벤트성 코멘트’보다 해운 및 항만산업의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항만공사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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