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02 09:14

여울목/ 붕괴 직전 해운시장 살릴 운임공표제 절실하다

해운시장이 최악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벌크선뿐 아니라 컨테이너선 시장까지 바닥을 모르는 운임 하락세에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선사들의 치킨게임에 강타 당한 유럽항로는 운임이 근해항로보다 낮은 200달러 안팎까지 곤두박질치는 등 역사적인 불경기를 연출하고 있다.

근해항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중항로에선 기본운임을 안 받는 것은 물론 각종 부대할증료까지 깎아주는 이른바 ‘마이너스운임’이 횡행하며 선사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동남아항로도 평균운임이 150달러선까지 떨어지는 등 운항수입이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진 지 오래다.

선사들은 운임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심각한 공급과잉으로 운임인상 계획이 번번이 물거품이 되고 있다. 견실했던 근해선사가 저유가 기조에도 불구하고 월간 2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내는 등 불황 후유증이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매달 발표하고 있는 해운업 경기실사지수(BSI)는 벌크선 47 컨테이너선 88을 기록하는 등 해운시장 체감경기는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벌크선 BSI는 2년 만에 최저치를 재연했으며 컨테이너선 BSI도 하락세가 노정되고 있다.

해운불황이 만성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최근 움직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동안 중일항로에서 해상운임을 1달러 밑으로 받은 선사 21곳을 조사해 처벌했다. 해운시황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자 6년 전 도입한 운임신고제를 꺼내 들어 시장 규제에 나선것이다.

2009년 6월 도입된 이 제도는 제로운임과 마이너스운임으로 화물을 수송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들이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수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징계를 받은 선사는 중국이 9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대만 5곳, 한국 3곳, 홍콩 2곳, 일본 1곳, 머스크라인 자회사 1곳 등이었다. 이들 기업은 전체 8억원의 벌금을 물었다.

징계를 받은 선사 중엔 중일항로 핫아이콘으로 떠오른 팬아시아쉬핑 푸하이쉬핑 시노트란스컨테이너라인 등 C3얼라이언스도 포함돼 있다. 시장 침체를 야기하는 기업에 대해선 누구를 막론하고 강력히 제재하겠다는 중국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우리 정부도 1999년부터 운임공표제라는 시장 안정화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1990년대 운영되던 운임신고제가 환경 변화에 맞춰 개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정부의 규제개혁 어젠다 속에서 사문화되고 말았다. 케이엘넷이 운임 공표의 창구로 운영해왔던 로지스피아(www.logispia.net)는 10여년 전의 철 지난 디자인을 걸친 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양수산부는 이달부터 직영 웹사이트인 해운종합민원센터(www.sis.go.kr)로 운임공표 창구를 이관했지만 관련 업무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선사들은 최악의 해운 불황을 맞아 운임공표제 부활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정부가 나서 화물을 실을수록 적자가 쌓이는 비상식적인 운임을 바로잡고 시장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운임공표제가 실효적으로 운영될 경우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컨테이너하역료 인가제와 연계해 전체 해상물류비를 국가가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공표된 운임 이상을 받을 수 없도록 한 제도 특성상 선사뿐 아니라 화주 보호막 기능도 기대된다.

자유시장경제체제에서 가급적 규제는 없애야 하는 게 맞다.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해 산업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데 국가정책 방향이 맞춰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해운 환경은 자유경쟁을 권장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섰다. 국가기관에서 개입하지 않을 경우 시장 붕괴가 우려될 만큼 해운시장은 비정상적이다.

정부는 덤핑경쟁에 신음해온 하역시장에 요금인가제를 도입해 시장 건전화를 꾀하고 있다. 해운시장에서도 고사 직전인 해운기업을 살리고 수출입물류 프로세스가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운임공표제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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