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들어서며 구주항로의 물동량 부진과 운임약세가 그 끝을 달리고 있다. 구주 취항선사들은 물론 화주와 물류기업조차 구주항로 운임 하락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지난 6월12일 발표한 상하이발 북유럽 항로 운임(스팟)은 20피트컨테이너(TEU)당 전주 대비 41달러 하락한 243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전주 6월5일 TEU당 284달러의 운임을 일주일새 또 갈아치웠다. 북유럽항로는 중국발 수출물량이 반짝 늘었던 5월8일 TEU당 861달러를 기록한 이후 매주 하락세를 기록했다.
같은 날 기준 지중해항로는 TEU당 312달러를 기록하며, 전주 379달러에서 67달러 하락했다. 지중해도 북유럽과 마찬가지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부에선 현재의 상황을 놓고 구주항로가 치킨게임에 들어섰다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상위권 선사들이 운임하락을 관망하면서 현재의 최저운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물동량이 받쳐주지 않아 운임이 매주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서로 눈치만 보면서 6월 운임인상도 하루 이틀 미뤄지다 결국 철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6월 한국발 북유럽지역 소석률(선복대비화물적재율)은 80~90% 수준으로 전월과 비슷하다. 전통적인 성수기엔 들어섰지만 여전히 중국발 수출화물이 기대에 못 미치며 선박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구주항로 취항선사들은 6월1일 TEU당 900~1000달러의 기본운임인상(GRI)을 시행키로 했지만 6월 중순으로 연기하다 결국 적용하지 못하고 철회했다. 몇 달째 공지만하고 적용하지 못한 GRI지만 선사들은 꾸준히 운임인상 시도를 하고 있다. 7월1일에도 TEU당 1000달러대의 GRI를 준비중이다.
하지만 이번 7월 GRI는 차일피일 미뤄지던 그동안의 운임인상과는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선사들이 앞 다퉈 선복감축 발표를 하면서 운임 인상에 대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선사들은 시황이 어려울 때마다 과감한 공급축소 정책으로 위기를 탈출한 전례가 있다.
우선 구주항로에서 가장 많은 선복을 확보하고 있는 ‘2M’이 3분기 시작부터 1개 노선에 대해 선박 사이즈를 줄인다. 2M은 아시아-지중해 항로 1개 노선에서 9600TEU급 컨테이너선을 6500TEU급 선박으로 교체한다. 머스크와 MSC가 손잡은 2M은 구주항로에 현재 6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중 5개 노선에서 1만2천TEU급 이상의 선대를 꾸리고 있다. 2M의 이번 결정은 공급과잉 해소에 탄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CMA CGM, UASC, 차이나쉬핑이 뭉친 ‘오션3’도 선복 감축에 나선다. 오션3는 7월부터 10월초까지 지중해항로에서 4항차에 걸쳐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을 시행키로 했다. 매달 1항차씩 배를 빼는 꼴로 선박 규모는 평균 1만TEU급이다. G6도 아시아-유럽 항로에서 일부 서비스를 감편에 나서며 선복을 감축키로 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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