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1 10:30

“벌크선 부진 못견뎌” 케이프 줄줄이 고철 行

5월까지 해체량 2.4배 증가···올해 역대 최고치 경신 전망

올 들어 바닥을 친 건화물선 시황이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장기 침체를 보다 못한 선주들은 최근 폐선을 잇따라 결정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선가가 떨어진 중고선을 매각하느니 고철 값이라도 챙겨 수익을 보전하기 위한 판단에서다.

중국 저성장 쇼크에 벌크선 시장도 ‘암울’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와 철광석·석탄의 수요 감소는 건화물선 시황을 악화시킨 주범으로 꼽힌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2010년 10.4%에서 2014년 7.1%로 하락했다. 산업생산활동도 15.7%에서 7.5%로 반토막 났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와 더불어 철광석·석탄의 수요 감소는 건화물선 시황 악화를 부추겼다. 궤를 같이해 잇따른 대형선의 투입으로 인한 공급과잉으로 2008년 이후 건화물선 운임지수(BDI)는 약 80% 곤두박질쳤다.

BDI는 지난해 11월4일(1484) 이후 추락해 올해 2월18일 역대 최저치인 509를 찍었다. 400포인트대까지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며 업계는 우려의 눈길을 보냈지만 6월 들어 500~600포인트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벌크선 시장의 부진은 대형선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케이프사이즈운임지수(BCI)도 BDI가 급락한 지난해 11월4일 이후 크게 고꾸라졌다. 바닥을 찍은 시기는 357을기록한 올해 3월18일이다. 최근엔 이 수준보다 차츰 회복한 800포인트대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는 더이상 내려갈 데가 없다며 그래도 올해는 1000포인트대를 넘기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레 관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상 물동량 증가세가  둔화된 점과 발레막스가 투입될 예정이라 시황이 크게 나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선령 위주로 해체 진행

기록적인 시황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선주들의 최종 선택은 선박 해체(스크랩)다. 일일 수입을 웃도는 고정운항비로 인해 선박을 운용시 손해라는 인식이 업계에서 확산되며 해체장소로 선박이 몰리고 있다. 해체를 택하지 않은 일부 선주들은 계선(선박을 매어두는 일)을 늘리고 있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일 수익이 4천~5천달러라고 가정했을 때, 고정운항비에 금융비용을 포함하면 7천달러는 족히 넘어가기 때문에 해체를 택하는 선주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선박의 해체는 고선령인 대형선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을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20~25년의 고선령을 화주들은 안전성을 이유로 운송계약을 꺼린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장기계약운송에 투입 중인 벌크선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운항이 끝날 경우 해체 선박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해체량은 기록적인 수준을 보이며 최근 1000만t을 돌파했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케이프사이즈 해체량은 5월22일 현재 1020만t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20만t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지금과 같이 선주들의 해체가 계속된다면 올해 총 2000만t에 달할 전망이다.

MEIC(해운정보거래센터)에 따르면 LDT(선박을 해체하기 위해 지급하는 선가 단위)당 400달러에 달했던 해체선박 가격은 최근 300달러선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체수요가 늘면서 폐선가격도 떨어지긴 했지만 중고선 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선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벌크선 해체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중국 차이나코스코홀딩스는 최근 고령선인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13척을, 일본 MOL은 1척을 해체 처분했다.

업계는 벌크선의 해체가 일시적으로 시황회복에 긍정적 신호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케이프사이즈의 신조 발주 잔량은 4월1일 현재 313척 6190만t이었다. 이 중 2370만t이 2015년, 3020만t이 2016년, 800만t이 2017년 이후에 각각 인도될 예정이라 시황 회복에는 어두운 그늘이 드리울 전망이다. 벌크선사 관계자는 “벌크선의 발주량이 올 들어 줄었지만 향후 선박의 인도가 계속 계획돼 있어 어려움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급증하고 있는 생산량에 비해 적은 수요량은 시황 악화의 원인 중 하나다. 올해 1분기 브라질 발레, 호주 BHP빌리턴, 영국·호주 합작회사인 리오틴토의 철광석 생산량은 급증하고 있다. 특히 BHP빌리턴과 리오틴토의 생산량은 전년 대비 각각 20% 12% 증가한 5898만t 7470만t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석탄 수입은 10개월 연속 전년 수준을 밑돌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중국의 석탄 수입량은 전년 동월 대비 26% 감소한 1995만t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환경규제가 주요 원인으로 10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철광석 수입량 역시 4% 감소한 8021만t을 기록했다.

석탄과 철광석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로 벌크선사들은 허덕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호주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물량이 최근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과 브라질을 오가는 항로의 물량 하락으로 인해 시황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건화물선 시황이 더이상 내려갈 바닥이 없다면서도, 시황 회복에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다. 선사들의 무한경쟁과 선복 공급과잉, 세계 경제 둔화 등 안정궤도를 진입하기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주들이 벌크선 해체를 진행하고 있지만 수요 공급의 불균형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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