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GRI(운임인상)가 무산된 호주항로는 상반기 내내 침체된 운임을 끝내 올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기선사들은 전통적 성수기인 하반기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호주항로는 5월15일 20피트 컨테이너(TEU)당 300달러의 GRI을 계획했으나 적용하지 못했다. 시황이 악화될 대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소석률(선복 대비 적재율) 역시 70%로 저조한 상태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집계한 상하이-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노선의 운임은 4월30일 TEU당 438달러에서 5월8일 TEU당 415달러로 23달러 하락했다.
5월 GRI가 시작도 전에 무산돼버렸기 때문에 정기 선사들은 당분간 GRI를 섣불리 계획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은 별다른 조치 없이 보내게 됐다. AADA(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 협의협정)가 발표한 연간 계획에는 7월1일 TEU당 300달러의 GRI가 계획돼 있으나 정기선사들은 하반기 시황을 보고 7월 GRI 시행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 운임의 하락은 아시아-호주 항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아시아발 물동량에서 약 80%를 차지하는 중국발 물량이 감소하면서 아시아발 호주 항로의 운임 하락은 가속화되고 있다. 하반기 들어 중국발 운임이 오를 경우, 선사들이 중국 쪽으로 선복을 할당해 한국발 선복이 줄면서 운임이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당초 호주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6월까지로 예정된 비수기 프로그램을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했었다. 지난해에도 시황이 좋지 않아 6주 가량 비수기 프로그램을 연장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연장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오히려 연장을 해도 그다지 효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장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는 형국이다.
운임 인상 시도가 번번히 물거품이 되자 선사들은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상반기 운임을 회복하는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호주항로를 취항하는 정기선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GRI가 내내 실패하면서 운임 인상은 커녕 더 떨어지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계절적으로 성수기가 와야만 운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선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운임은 떨어졌지만 물량은 오히려 늘었다. AADA가 집계한 아시아-호주 노선의 4월 물동량은 약 6000TEU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5300TEU보다 13% 증가해 물동량은 선전했다. 올해 호주 항로의 물동량은 1,2월은 부진했으나 3,4월은 양호했다.
3~4월의 호실적 영향으로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물동량은 2만3200TEU로 지난해 2만2100TEU보다 5% 가량 증가했다.
물량 증가에서 볼 수 있듯이 호주 항로 운임 하락의 원인은 물량 부족이기보다는 선복 증가에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기선사들이 4000~5000TEU급 선박을 호주 항로로 캐스케이딩(전환배치)하면서 선복이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선복 증가로 호주 항로는 상반기 내내 침체된 시황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 이명지 기자 mj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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