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26 17:11

기자수첩/ 한중일 조선 삼국지, 불황파고 넘어야

세계 6위 부산항이 중국 항만들 사이에 낀 ‘넛 크래커’ 신세가 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위로는 닝보·저우산항이 밑으로는 칭다오와 광저우항이 부산항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조선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엔저를 앞세운 일본과 저가수주 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 사이에 끼인 모양새가 부산항과 데칼코마니다.

만년 세계 3위에 머무를 것으로 보였던 일본 조선업의 움직임이 연초부터 심상치 않다. 올해 1월 월별 수주량 부문에서 6년 10개월 만에 세계 1위에 등극한 것. 지난해 한국을 제치고 수주량 부문에서 세 차례 2위를 하더니 급기야 1위까지 올라섰다. 2월에는 한 달 만에 선두자리를 우리나라에게 내줬으나 여전히 위력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수주량 부문에서 일본이 보여주는 저력은 지난해와 확연히 다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2월까지 일본은 110만CGT(수정환산톤수)를 기록, 중국 수주량(230만CGT)의 반에도 못 미친 성적표를 내놓았고 1위인 우리나라(310만CGT)를 쫓기에도 버거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올해 1~2월 우리나라(150만CGT)와 30만CGT 차이난 120만CGT를 기록하며 선방하고 있다. 실추된 명성을 되찾기라도 할 듯 일본 조선소의 ‘맏형’격인 이마바리조선은 대형 도크 공사를 연초에 착수했다. 이마바리조선은 가가와현 마루가메시에 대형 도크를 설치하고 올해 하반기에 가동할 방침이다. 16년 만에 건설되는 대규모 도크 건설이 진행되는 것이니 만큼 일본 조선업계가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정부의 정책지원을 등에 업고 저가수주 전략을 펴고 있는 중국은 2012~2013년 수주량에서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의 원가 경쟁력은 한국과 일본에게 잠재적인 위협 요소다. 선박 생산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건비와 후판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대형조선사는 삼성중공업을 제외하고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수주가 전무하다. 특히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은 올해 유조선의 수주량이 늘고 있을 뿐, 컨테이너선의 수주 낭보는 감감무소식이다. 지난해 수주목표를 초과달성한 대우조선해양 역시 아직까지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수주가 없는 상태다. 해양플랜트 수주는 더욱이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조선소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줄 것으로 주목받던 해양플랜트는 유가하락으로 인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 쇄도하던 해외 바이어들의 해양플랜트 발주 문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추었다.

국내 조선업이 엔저의 일본과 정부의 지원사격을 받고 있는 중국을 확실히 이기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유조선, LNG선, 해양플랜트,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상대적으로 고른 포트폴리오는 국내 조선업의 가장 큰 무기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수익성 위주의 수주전략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해양플랜트는  다시 오를 유가상승에 대비해야만 한다. 그 중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율은 가장 시급한 문제다. 해양플랜트를 우리 손으로 짓는다고 하지만 실제론 핵심 부품들을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조달해 조립하고 있어 최종 완성품에 대한 부가가치 기여도를 따져보면 한국 비중이 30%도 안 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조선업계는 2000년 초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양플랜트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핵심 기자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면서 수익 창출과 공정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중·일 삼국은 중요한 무역 교역국이면서 경쟁국이기도 하다. 조선업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5대 수출 품목인 조선업은 국가 경제를 선도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국내 조선소들이 수주해야할 물량이 중국과 일본으로 흡수되는 것을 지켜보는 건 뼈 아픈 일이다. 기로에 선 국내 조선업의 턴어라운드를 기대해본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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