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물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철도는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철도운송은 우선 대량화물의 중장거리 운송에 적합하며 계획운송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철도는 타 운송수단에 비해 친환경적 운송수단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철도분야에 기술개발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 1996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철도종합연구기관인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철도분야의 기술개발 및 정책연구를 통해 철도교통 및 철도운송의 경쟁력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김기환 원장은 2015년을 맞아 철도의 효율성을 높이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본지는 김기환 원장을 만나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Q 지난해 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원장님이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과정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저는 독일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입사하여 한국형 고속열차와 430km/h 차세대 고속열차 등 고속철도 분야에서 꾸준히 한 우물을 판 사람이라면 적절한 표현이 될까요? 제가 처음에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입사했을 때만해도 우리나라 고속철도의 수준은 걸음마 단계였습니다. 경부고속철도 건설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죠. 그리고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고속철도 개발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프랑스로부터 차량, 전차선, 신호 및 유지보수에 대한 기술이전이 막 시작되고, 고속철도의 기술자립에 대한 본격적 논의를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그동안 많은 성과도 있고 보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 분야에 대한 실적과 전문성이 좋게 평가되어 이 자리에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Q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세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1996년 3월 “국유철도의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의거 한국철도기술연구원으로 설립되었습니다. 1999년에 “정부출연연구기관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로 설립근거가 변경되면서 이공계 정부출연연구기관과 함께 미래창조과학부에 소속된 기관입니다.
현재 300명의 우수한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관고유 임무는 제가 원장을 맡으면서 “철도, 대중교통, 물류 등 공공교통 분야의 산업원천기술 개발 및 성과확산”으로 설정하여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연구원은 7본부 10실 1연구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고속철도에서부터 도시철도, 물류분야, 신 교통시스템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고, 철도시험 인증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술사업화 및 성과확산 강화를 통해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개발 및 성과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달쉬프트 구축위한 각종 연구 수행
Q 그렇다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물류산업 내 역할과 기능은 무엇입니까?
최근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및 지속가능한 물류체계 구현을 위해 환경 친화적인 철도 연안 해운 등의 수송수단으로 물동량을 이전하기 위한 수단 전환(Modal shift)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정부차원에서 친환경 물류시스템 구축을 위한 “녹색물류전환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원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발맞추고 한발 더 나아가 개척한다는 생각으로 물류분야 연구를 대폭 강화하고 있습니다. 철도를 기반으로 하는 철도물류의 혁신을 이루어 진정한 모달시프트 달성과 국가물류 전반에 걸친 첨단물류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Q 원장님께서 연구원을 운영하시며 올해 들어 가장 초점을 맞출 부분은 어디입니까? 그리고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연구원 운영 부분에서 올해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소통을 통한 공감과 실천’입니다. 연구 분야가 확대되고, 연구 활동이 더욱 활발해짐에 따라 소통과 공감이 더욱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원장과의 허심탄회한 대화, 자기개발 교육,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신뢰가 기반이 되는 조직문화를 정착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외부기관과도 충분한 소통과 공감을 통해 현안업무를 진행 중입니다.
두 번째로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융합입니다. 최근 들어 융합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원도 다양한 기술 분야와의 융합연구를 추진 중입니다. 이를 위해 연구자 중심의 R&D 혁신과 연구의 개방화를 추구하여, 실적을 높일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응과 노력을 다할 계획입니다.
Q 최근 드론, 무인시스템, 3D프린팅 기술 등 다양한 첨단시스템들이 현실에서 실용화되고 있습니다. 원장님께서 생각하시기에 물류와 관련해 향후 주목해야할 첨단기술 및 시스템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글로벌화의 지속, 경제 중심의 이동, 인구구조의 변화 및 도시화 등 여러 가지 사회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물류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웹과 소셜 미디어의 확대를 통해 제조사와 고객이 가까워짐에 따라 보관과 제품 배송을 포함한 사업과 도심물류 사업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그리고 물류 공급망 내에서 화물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실시간 관리서비스 사업도 유망합니다.
물류기술은 사물인터넷과 연계한 다양한 서비스와 로봇과 기술이 결합한 자동화, 광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빅데이터 관리기술 등이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Q 철도는 물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운송 수단입니다. 하지만 적잖은 문제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철도 운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이를 개선할 방안은?
철도물류는 에너지 소모가 적고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수송실적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철도물류의 수송량은 ‘90년 5700만톤에서 2014년 3900만톤까지 떨어졌습니다. 수송량이 30%이상 감소했으며, 분담율도 같은 기간 17%대에서 4%대로 감소했습니다.
철도물류는 타 교통수단에 비해 안전하고 장거리 대량수송에 유리한 반면 아직, 문전수송(Door to Door)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단적 열차를 통한 대량수송, 윙바디 차량 철도화물열차 상차를 통한 환적비용 감소, 벌크화물 컨테이너화를 통한 상하역 문제점 해소 등 다양한 기술로 철도물류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접이식 컨테이너 ‘주목’
Q 갈수록 물류기술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류와 관련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는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요?
우리 연구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물류관련 대표적인 연구는 접이식 컨테이너 개발입니다. 미국,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도 이미 30여년 전부터 접이식 컨테이너를 개발해 오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실용화되지는 않았습니다. 현재 접이식 컨테이너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곧 공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물류관련 사물인터넷 기술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위험물 운송차량 관리시스템을 비롯해 300km/h급 고속화물열차와 제반 물류시스템, 일괄 상하역 플레이트, 물류 창고의 에너지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에너지 절감형 물류시설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드론 등 미래 물류기술에 대처하기 위한 무인로봇, 하역 운반 보조 장비 기술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원장님께서는 국내 물류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물류시장은 세계경제의 선행지표라고 합니다. 이렇게 세계경제와 연동되는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물류산업은 많이 뒤져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물류경쟁력은 세계 19위 수준으로 물류 상위 5개 기업 평균 매출액은 글로벌 1위기업인 DHL 매출액의 8.1% 수준입니다.
노동 집약적 물류산업구조로 물류비 절감 및 서비스 개선에 한계가 있으며, 물류기업과 시설이 영세해 대기업의 자가 물류 현상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또 택배수요 증가 등으로 현장 적응형 물류산업구조로 고착되어 선진 시스템 물류산업 구조로 전환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러한 수동적인 산업 구조 등이 물류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국내 물류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부분은?
향후 우리나라 물류산업은 과학기술·지식기반의 물류시장을 창출하는 구조로 변화돼야 합니다. 기술혁신을 통해 물류시스템이 시장을 선도하고, 고부가 가치 물류산업을 창출할 수 있도록 물류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물류분야 연구 활성화와 전문가 양성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글로벌리딩 물류기업이 나와 세계 물류를 선도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해야겠습니다. 이제는 추종자가 아닌 우리가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할 때입니다.
Q 조직의 수장으로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입니까?
연구원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함께 해주기 때문에 특별한 애로사항은 없습니다. 다만 우리 연구원은 연구실에서의 연구 활동도 있지만 실용화를 위한 현장 적용시험을 많이 실시하고 있습니다. 주야를 가리지 않고 현장에서 시험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연구원들의 안전에 많은 신경이 쓰입니다. 최근 진행 중인 호남고속철도 적합성 시험, 차세대 고속열차 HEMU-430X는 지금도 계속 증속시험 중입니다. 시험차량의 속도가 무려 400km/h를 넘기 때문에 자칫 조그마한 실수라도 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안전에 주의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융합’의 시대
Q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조직문화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연구원 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융합입니다. 기술의 융합, 사람의 융합, 조직의 융합입니다. 우리 연구원은 기계, 전기, 전자, 토목, 교통, 환경, 산업공학 등 공학과 경제, 경영, 인문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어우러져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원 자체가 바로 융복합 연구인 셈입니다. 앞으로도 소통과 공감을 이루는 융합의 조직문화를 기반으로 융합연구를 통한 새로운 기술 창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Q 원장님의 경영철학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연구원은 자신의 분야에 대하여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조직입니다. 연구자들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하여 결과물에 따라 평가를 받으며 최고의 전문가로 거듭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연구자는 자신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연구내용과 성과가 중요하고, 연구자의 자존심이 존경받을 수 있는 조직과 기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연구원 경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수요자 중심의 융복합 중심의 성과창출형 조직 및 인적 역량을 강화하고, 투명하고 윤리적인 연구문화를 정착하며 열린 경영을 통한 내·외부 소통, 글로벌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무가선 트램과 무선전력전송기술이 국제철도연맹, UIC에서 수여하는 2014 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우리 연구원의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Q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원장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우리 철도기술의 해외진출입니다. 내년이면 연구원이 20주년이 되는데, 그동안 KTX-산천과 경량전철 K-AGT의 상용화를 비롯해 도시철도도 95% 이상 국산화했습니다. 또 무가선 트램, 바이모달 트램, 430km/h급 차세대고속열차 등을 개발했습니다. 이러한 고속철도에서부터 도시철도, 경전철, 트램에 이르는 기술과 경험을 해외에서 펼쳐 보이는 성과를 이루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국내 물류산업 선진화를 위해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미래의 물류산업은 동맥과 정맥의 역할로 그 중요성이 강조될 것입니다. 미래의 물류는 자동화, 디지털화, 로봇화 등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 움직일 것입니다. 또 인적자원은 새로운 고부가가치가 발생하거나 새로운 유틸리티가 창출되는 부문에서 투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연구원에서도 물류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타 분야의 과학기술과 물류분야를 융합하여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창출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김기환 원장은...
독일 아헨(Aachen) 공과대학 기계공학 석·박사를 마치고 1996년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시작, 고속철도기술개발사업단장, 고속철도연구본부장, 선임본부장을 거쳐 2014년부터 현재까지 제7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을 역임해 오는 동안 한국철도의 연구 현장에서 직접 기술개발을 추진해 왔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열차인 350km/h 한국형고속열차를 비롯해 430km/h 차세대고속열차(HEMU-430X) 개발의 최고 책임자로 한국고속철도의 기술 개발을 이끌어 왔다.
주요 수상경력으로 한국공학한림원 젊은 공학인상, 대한민국 100대 기술과 주역, 제112회 철도의 날 산업포장 등이 있다.
학력
(독)아헨공대 기계공학 박사(’96卒)
주요경력
(독)아헨공대 수송기계연구소 연구원(’91∼’96)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고속철도기술개발사업단 사업총괄팀장(’96∼’98)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고속철도기술개발사업단장(’98∼’10)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고속철도연구본부장(’10∼’12)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선임본부장(’12∼’14.4)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제7대 원장(’14.4∼현재)
수상실적
한국공학한림원 젊은 공학인상(2005)
대한민국 100대 기술과 주역(2010)
제112회 철도의날 산업포장(2011)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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