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폭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한러항로가 여전히 몸을 추스리지 못하고 있다.
한러항로는 루블화가치가 1.5배나 하락하면서 급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한 러시아 경기는 지난해 10월부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러시아 신년연휴를 겨냥한 수출물량이 최고점을 찍는 11월에도 성수기효과를 보지 못했다. 연말 특수 기간에 오히려 전월대비 20% 이상 급감한데다 12월에도 물동량 감소는 이어져 부산-블라디보스토크/보스토치니항 수출물량은 전년동기 대비 급감했다.
12월 한 달간 한국-극동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보스토치니)물동량은 주당 3000TEU(20피트컨테이너)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러항로에서 주당 3천TEU까지 물동량이 내려간 경우는 매우 이례적으로 러시아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1월에도 수출물량은 주당 3000TEU 수준에 머물며 저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1월 러시아 신년 연휴와 12월말부터 시작되는 비수기에 러시아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수출물량은 메말라 버렸다. 2월 수출항로로 1월과 비슷하게 주당 3000TEU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월 한국-극동러시아 물동량은 주당 5천TEU수준, 2월에는 주당 4800TEU의 수준을 보인 것에 비하면 대폭 줄어든 수치다. 한 선사 관계자는 “1~2월 러시아 수출물량이 전년동월대비 30~40% 가까이 줄었다”며 “내부적으로 항차를 줄일 계획은 없지만 현재로서는 러시아 경제가 회복을 보일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지 경기 악화로 인한 수출물량 감소에 중국 춘절 연휴 이후 물동량 급감으로 러시아향 수출화물은 2월말과 3월초에 더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물량 급감에는 중국횡단철도(TCR)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전환된 화물도 포함됐다. TCR 운임이 대폭 인상되면서 중앙아시아(CIS)로 가는 일부 구간의 수출화물이 TSR로 수송되면서 한러항로에는 새로운 물동량 증가분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바로 루블화 하락 영향을 받으면서 이 물량마저도 감소했다.
현재는 동절기에 수출 물량이 많은 육류와 가금류를 비롯해 가전과 레진 등이 주로 수출되고 있지만 러시아와 CIS지역 경기 회복만이 한러항로 수출물량을 예년 수준으로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러항로의 운임수준은 몇 개월째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선사소유 컨테이너(COC) 기준 한국-블라디보스토크는 평균 TEU당 725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100달러, 한국-보스토치니의 경우는 TEU당 600달러, FEU당 1000달러 수준이다.
한편, 한러항로 취항선사들은 1월17일 러시아 도착지 화물에 대해 터밀널화물조작료(THC)를 인상했다. 컨테이너 종류에 상관없이 50달러씩 인상해 부대 운임을 높여 전체 비용을 커버하려는 취지다. 선사별로 기존 THC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250~300달러의 THC를 부과하고 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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