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13 00:13

“빡빡한 경영으로 세계 5위 선급 도약”

인터뷰/ 한국선급 박범식 회장
법과 원칙 준수 경영 천명…해외시장 개척 적극 모색
정부대행검사개방 연내결론, 함정 평형수처리설비 등 신성장동력 개발

 
한국선급(KR)은 최근 조직을 7본부 2실 2원 1단 42팀에서 6본부 1실 2원 1단 1소 34개팀으로 축소하는 한편 2년 전 출범한 자회사 iKR을 손자회사였던 KRE로 합병했다. 지난 9일부로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 상주해 있던 150명의 직원들이 필수 업무부서를 제외하고 부산 본사에 합류했다. 박범식 회장 취임 이후 박차를 가해 온 구조 조정의 결과다.
 
취임한 지 2개월째를 맞아 기자와 만난 박범식 회장은 법과 원칙에 의한 경영을 통해 추락한 KR의 위상을 복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박 회장이 경영 슬로건으로 내건 비욘드 컴플라이언스(Beyond Compliance)다.
 
“법대로 규칙대로 검사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끝이 아니다. 그걸 넘어서 해당 문제점의 해결책까지 컨설팅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진정한 검사보고서가 아니겠나?”
 
그는 앞으로 KR이 많이 빡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약을 위해 변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박 회장은 3월께 비전선포식을 갖고 KR의 구체적인 경영 목표를 고객들에게 제시할 계획이다.
 
“KR이 무지 빡빡해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들을 하실 텐데, 매를 맞았으니 원칙대로 하다보면 빡빡해질 수가 있을 거다. 그것을 뛰어넘어야 우리가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 현재 12대 세계 선급 중에서 KR이 7위인데 5등이 되는 게 목표다. 5등이 그냥 되는 건 아니다. 3월께 비전선포식을 계획 중이다. 지금 비전이 현실과 맞지 않는데 허수를 가지고 비전이라고 할 수 없지 않나. 본부장들이 실행 가능한 수치를 만드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취임 100일 되는 시점에 2020년 실현 가능한 비전을 갖고 KR 본부에서 비전선포식 갖겠다.”
 
3월 비전선포식 열어
 
박 회장은 조직개편의 배경에 대해서도 말했다. 인적쇄신의 의미와 함께 고객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검사원들의 능력 향상을 위한 구상도 밝혔다.
 
“조직슬림화는 첫째 업무효율화, 둘째 적재적소의 인력 재배치를 목적으로 진행됐다. 현장에 다녀보니 시니어 검사 능력을 가진 분들이 팀장이나 책임(검사원)을 하고 계시더라. 현장에 가서 직원을 가르치고 고객에게 고도의 서비스를 해야 하는 분들이 책상에만 앉아 있었다. 이들을 전진배치해 현장으로 내보내기 위해 팀을 줄였다. (중국) 닝보와 저우산 지역에 출장을 갔다온 뒤에 (KR) 트레이닝센터를 이곳(닝보·저우산)에 만들자고 직원들에게 얘기했다. 한국 배들이 여기서 다 수리를 한다. 용접도 있고 철판도 갈고 갈빗대(선박 늑골)도 갈아끼운다. 한국은 신조만 하기에 (KR의 검사) 기술이 늘 수 없다. KR은 사람이 하는 거다. 검사원의 능력을 높이는 게 경쟁력 제고의 필수 요소다.”
  
한편으로 조직과 직원에 대한 깊은 신뢰도 드러냈다. 그는 “(KR에 등록된) 배가 3000만t일 때부터 사외이사를 맡아 6년 동안 KR을 지켜봐 왔다”며 회장 도전에 대한 자신감은 직원들에게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총회에서 (회장으로) 선택을 받았지만 사실은 제가 하고싶다는 욕심이 없었다면 출마를 안했을 거다. 회장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해준 건 3000만t을 6000만t으로 키운 직원들이다. 직원들을 믿는다. (조직 개편 이후) 5명의 본부장들을 직무대행 체재 없이 바로 등기이사로 임명했다. 3년 이상을 KR에서 후배들을 양성하고 각국을 다니며 모든 검사를 다 해보신 분들이 무슨 테스트가 필요하겠나? 나머지 800명의 직원들도 대단한 분들이다 20%가 석박사로 구성돼 있다. 이런 조직에서 못할 게 뭐가 있겠나? 방향만 제대로 제시하고 원칙 경영을 한다면 훨씬 더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KR은 지난해 75억원의 수익을 거두며 1년 만에 흑자로의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또 순수 외국적 신조선 수주량은 2013년에 비해 116% 증가한 230만t(총톤수)을 달성했다. 한국선급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국적선사 신조 수주량도 300만t을 달성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의 이익을 기반으로 해외 사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흑자는 불경기때문에 흑자가 난다는 말처럼 (세월호 사고 이후) 돈을 안써서 사업을 못해서 남은 부분이 많다. 올해엔 활발히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고민이 국내 조선소들의 조선 능력이 많이 떨어진 데다 국내 선사들은 돈을 빌릴 수 없어 신조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선급이)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은 해외에 있는 선박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프런트라인의 영업선을 외국인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란) 테헤란에 현지인을 한 사람 채용한 것을 비롯해 (해외) 선주들과 닿을 수 있는 아태본부 등 해외본부에 능력 있는 영업인력을 유치하려고 한다.”
 

 
해외 현지 영업인력 영입 적극 유치

박 회장은 정부대행검사 개방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한국선급을 외국에 개방하는 게 올해 닥친 문제다. 저희는 현재 68개국에 선급검사권을 위탁받았다. 28개 국가와는 (검사권 위탁을) 협상 중인데 이게 마무리되면 100개국의 선박 검사권을 얻게 된다. 68개국 해외선박검사권을 가진 KR이 국내시장을 꽁꽁 묶어 놓을 순 없다.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시장 열어야 한다. 우선 상대방이 우리 시장에 들어온다는 동의가 있어야 하고, KR에 피해를 안줄 수 있는 대상을 골라야 한다. 이 2가지를 연말까지 정부시책에 맞춰 방향 설정을 완료해야 하는 그런 시장 개방문제를 안고 있다. 선급시장에도 FTA가 찾아오고 있다.”
 
이밖에 함정사업, 선박평형수처리설비(BWMS) 등 신성장동력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BWMS 인증은 국제해사기구(IMO) 규제가 본격화될 경우 운항선박들이 척당 50만~100만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장착해야 해 성장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박 회장은 <세월>호 사고 수사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언론의 무분별한 추측성 보도 및 오보 등이 혼란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KR 검사원들의 기소로 이어졌다는 생각이다.
 
“등기임원 3명을 해임했다. 그들 능력은 직원 몇 십명과 맞먹는데 가슴 아픈 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분들이고 해서 부득이 조직의 미래를 위해 희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사고 책임으로) 159명이 전국에서 구속된 것으로 아는데 시간이 흐르면 진실이 밝혀지지 않겠나 생각한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서 (세월호 사고) 보고서가 나왔다. 132쪽짜린데 이를 근거로 수사가 됐어야 했는데, 거꾸로 (수사가 먼저 되고 보고서가) 이제 나와서 안타깝다. 중앙해심원이 보고서를 빨리 냈더라면 기소를 덜 당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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