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24 10:15

기자의눈/ 안전한 선박여행의 조건

지난 2012년 1월13일 이탈리아 근해에서 침몰된 코스타크루즈사의 호화유람선 <콩코르디아>호. 길이 290m, 무게 11만4500t의 초대형 크루즈선 사고로 32명이 사망했다.

지난 16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 세월 >호 침몰사고로 당시 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많은 어린학생들의 인명사고가 발생해 온 국민이 비통에 잠겨있습니다. < 세월 >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많은 분들의 명복을 빌며 애통함에 젖어있는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그동안 많은 언론에서 다뤘을 선박의 구조나 항해에 관련된 안전수칙을 제외하고 우리가 평소 선박을 이용한 여행이나 이동시 승객으로서 꼭 명심해야할 사항에 대해 항해사 출신 기자로서 옛 승선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안전 수칙을 전해 드리고자 하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실에서 구명의 착용은 자제하세요

선박은 기본적으로 육지와는 달리 바다나 강을 운항하는 운송수단으로 항시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선박 화재나 침몰 사고 발생시 많은 인명의 손실과 재산 피해가 반드시 수반되기에 우리는 항상 조심 또 조심해야만 한다.

일반인들이 평소 많이 이용하는 이번 < 세월 >호 같은 여객선은 화물보다는 승객의 편의를 위해 건조된 배이므로 배의 무게중심이 일반 상선보다는 약간 높은 곳에 위치한다. 즉 여객선은 승객의 편의를 위해 수면 위 객실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일반화물선에 비해 상부 구조물이 큰 가분수형의 형상을 띄게 된다.

물론 이런 상부 구조물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나름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런 구조의 여객선은 침몰사고 발생시 선체 좌우로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일반화물선보다 높다.

만약 선박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선체 내부로 물이 유입되었을 경우를 가정하면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상하가 뒤바뀐 선체 내부를 거꾸로 물속을 헤엄쳐 나오는 길밖에 없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우리가 선내에서 구명복을 착용한 상태라면 구명복의 부력으로 물속으로 잠수는 불가능하다.

또 선내로 급속히 차오르는 물로 인해 순간적으로 사람들은 당황해 구명복을 벗는 것조차 쉽지 않을 수 있기에 되도록이면 갑판 위에서 구명복을 착용하는 게 좋다. 그리고 선박은 선체 곳곳이 여러 배관 및 설비의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전복 사고 같은 일분 일초가 위급한 상황 발생시 선내 구조물에 구명복이 걸려 벗어날 수 없을 경우가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갑판에서의 구명복 착용을 권한다.

비상구 위치를 먼저 확인하세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선박은 침몰 및 화재로 인한 사고 발생시 육상과는 달리 좁고 복잡한 구조로 인해 탈출이 매우 어렵다. 보통 100m 길이의 선박 역시 안전 및 편의를 위해 수백 개의 아주 작은 격실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선체구조는 오히려 선박 내 화재 발생 시 때로는 대단히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다.

즉 화재 발생 시 선내에 칠해진 페인트, 카펫 등에서 발생하는 연기 및 독성 가스는 순식간에 객실에 가득차 한치 앞도 분간 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한다. 이럴 경우 공포심에 휩싸인 승객들이 패닉 상태에 빠질 수 있기에 신속히 안전한 갑판으로 대피하기 위해선 승선 시 안전한 비상구 위치 숙지가 필수다. 선박 화재 발생 시 선박의 길고 복잡한 통로는 유독가스로 가득 찬 미로 같은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기상악화시 갑판 배회는 위험합니다

비행기로 불과 몇 시간 걸리는 곳을 선박을 이용해 가려면 무척이나 고되고 힘든 게 사실이다. 기자 역시 옛 승선 근무 시 짧은 거리를 며칠 동안 항해해 도착한 경험이 무수히 많기에 그 지루함은 익히 알고 있다. 특히 요즘 여객선을 이용해 장시간 이동하다 보면 무료감에 많은 사람들이 갑판에서 바다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갑판 위 바다 구경도 기상 악화나 야간항해 시 이루어진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 할 수도 있다. 기자도 항해 중 기상 악화로 인해 갑작스레 밀어닥친 높은 파도로 선체에 단단히 고정된 항해 장비가 여러 차례 유실되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기상악화 시 갑판에 올라가는 것은 반드시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게다가 야간항해 중엔 실족이나 기타 사유로 인해 승객이 배에서 이탈되는 사고를 입을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바다에서 인명 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특히 야간 항해 중 사람이 바다에 빠졌을 때 인명 구조는 매우 어렵다.

어두운 시야로 인해 사람이 바다에 빠진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배가 계속 항해를 이어가거나 설령 이 사실을 인지했더라도 드넓은 어두운 바다 한가운데에서 사람을 찾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좀 극단적인 비유이기는 하나 바다에서 실종자를 찾기란 해운대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라고 일컫기도 한다. 그만큼 칠흑같이 어둡고 넓은 바다에서의 실종자 수색은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 세월 >호 침몰 사고로 많은 귀중한 생명이 삶을 달리하게 됐습니다. 특히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어린 학생들의 희생에 절로 가슴이 아파옵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선박 이용을 중단 할 수는 없기에 앞으로 정부 및 해운 조선을 비롯한 모든 관계자들은 선박의 안전에 최선을 다해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선박을 이용하는 우리 역시 위에 언급한 몇 가지 안전수칙을 숙지해 항상 안전한 여행이 되는데 조그마한 도움이 되길 기원합니다. 다시 한번 이번 < 세월 >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많은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 부산=김진우 기자 jw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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