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22일 금융계열사 매각을 비롯한 고강도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현대그룹은 그룹의 축이었던 현대증권을 비롯한 금융 3사 매각 등 3조3천억원 이상의 자구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이 같은 선제적 자구안으로 최근 시장에서 제기된 현대그룹의 유동성 문제를 해소할 방침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를 매각해 금융업에서 철수할 방침이다. 이로써 7천억원에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또 현대상선이 보유한 항만터미널사업의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 벌크 전용선부문의 사업구조를 조정하여 약 1조5천억원을 조달할 방침이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국내외 부동산, 유가증권, 선박 등도 4800억원에 매각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부산 용당 컨테이너 야적장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 소재 부동산과 보유중인 유가증권도 포함된다.
자본확충 노력도 계속된다. 현대상선의 외자유치 추진과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를 추진해 3200억원 이상을 마련키로 했다.
내부 구조조정도 실시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구조조정 및 업무개선을 추진하고, 현대아산 등 다른 계열사도 구조조정을 실행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그동안 글로벌 해운 연합체인 G6얼라이언스를 통해 선복량과 서비스 수준을 향상함으로써 적취량 증대 및 용선료 절감의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저속운항(Slow steaming), 선박연료 효율성 향상 등을 통해서도 연료비를 절감하는 등 비용구조를 개선해왔다.
현대상선은 지난 10월 말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글로벌 컨설팅 회사와 손익 극대화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2014년에는 기존의 내부 운영효율성 향상과 함께 글로벌 컨설팅을 통한 영업손익의 획기적 개선 및 지속적인 비용절감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규모 손익개선 효과가 발생함으로써 현대상선은 해운업계 ‘Global Leading Company’ 수준의 수익구조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그룹은 내부 구조조정에 더해 반얀트리호텔도 매각함으로써 총 3400억원 이상을 조달하기로 했다.
현대그룹에 따르면 금융계열사 등의 매각 방식은 SPC(특수목적회사) 설립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SPC를 설립해 금융계열사 등의 자산을 이전시키고 세부적인 매각방안과 절차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과 협의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자구안이 실현되면 현대그룹은 이번에 확보된 유동성으로 1조3천억원 정도의 부채를 상환해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 등 주요 3개사 기준 부채비율을 2013년 3분기 말 현재 493%에서 200% 후반대로 대폭 낮추고 2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현대그룹은 그룹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금융부분을 매각하고 그룹의 자원과 역량을 현대상선이 중심이 되는 해운, 현대로지스틱스의 물류, 현대엘리베이터의 산업기계,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등 4개부분에 집중해 향후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의 자구안이 현대증권 매각을 필두로 한 ‘금융업 철수’라는 초강수인 점, 자구안 규모가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긍정적 반응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2014년 상반기까지 현금보유도 충분한 상황이지만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했다”며, “현대그룹의 한축인 금융계열사 매각 여부에 대해 고심을 거듭했으며, 현대그룹의 유동성 문제 해결과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후의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그룹으로서는 핵심사업의 한 축인 금융부문을 매각하는 고통이 있지만 이번 자구계획으로 그룹의 유동성문제 해결과 함께 핵심부문에 역량을 집중해 지속성장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번 구조조정을 기점으로 현대그룹은 더욱 단단한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향후 현대그룹은 금융권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시장에서 신뢰받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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