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에 본사를 둔 범아랍권 국영선사인 UASC(United Arab Shipping Company)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UASC는 최근 신조 프로그램을 가동함으로써 최근 시장 지배력 강화를 꾀하고 있는 세계 12대 선사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UASC는 지난달 말 1만8000TEU급 선박 5척과 1만4000TEU급 선박 5척을 현대중공업에 신조 발주했다. 총 10척의 극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자사 선대에 편입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들 선박은 2014년 말부터 2015년 중반 사이 UASC에 인도될 예정이다. 계약엔 1만8천TEU급 1척과 1만4천TEU급 6척 등 총 7척의 컨테이너선을 추가 발주할 수 있다는 옵션조항도 포함됐다.
UASC의 이번 발주는 지난 1990년대 말 컨테이너 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약진한 중국 코스코컨테이너라인(COSCON)이나 차이나쉬핑컨테이너라인(CSCL) 이후 상위권 선사들을 대상으로 한 중위권 선사의 첫 도전으로 평가된다. 신조선을 인도받게 될 경우 UASC의 선복량은 작년 말에 비해 60%가량 급증하게 된다. UASC의 선복량 순위는 용선이란 변수가 있긴 하지만 19위에서 10위권 중반대까지 치고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UASC의 발주량은 17만8000TEU다. 20대 선사 중 UASC보다 발주량이 많은 곳은 1~4위 선사인 머스크라인, MSC, CMA CGM, 에버그린과 14위 양밍라인 등 5곳뿐이다.
드류리에 따르면 UASC가 신조 발주를 확정하기 전까지 세계 12대 컨테이너선사들의 선박량은 전 세계 선박량의 61%를 점유하고 있었다. 12대 선사들은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선대 구성을 1만~1만3000TEU급에서 1만4000~1만8000TEU급으로 업그레이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 선사는 올해 전 세계 신조선 인도량의 55%를, 내년에 59%를 각각 인도받을 예정이다.
세계 12대 컨테이너선사 신조선 인도량 전망(단위 : TEU) |
UASC는 아시아-유럽항로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신조선 발주를 단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항로 시황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중동 항만을 기점으로 한 유럽항로 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UASC가 1만8000TEU급 신조선 5척을 인도받을 즈음 CSCL도 올해 5월 신조 발주한 1만8400TEU급 선박 5척을 인수하게 된다. 두 선사는 신조선들을 묶어 북유럽항로에서 주간 정요일 서비스 투입을 검토할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UASC는 북유럽항로 노선인 AEC8에서 1만3300TEU 선박 3척을 투입하고 있다. 이 노선엔 CSCL의 1만4100TEU급 선박 6척과 CMA CGM의 1만2600TEU급 선박 1척이 함께 취항 중이다. 기항지엔 수출입 양방향에서 모두 사우디아라비아 제다항이 포함돼 있다.
UASC는 또 CMA CGM, MSC와 공동으로 1만3296~1만6000TEU급 선박 11척을 배선해 AEC2를 서비스 중이다. 돌아오는 뱃길(동향항로)에 아랍에미리트(UAE) 코파칸과 제벨알리를 들르는 이 노선에서 UASC는 1만3296TEU급 선박 2척을 띄우고 있다. UASC는 지중해항로 서비스인 AMC1(AMX1)에도 6920TEU급 선박 7척을 배선 중이다. 이 서비스엔 CSCL이 8500TEU 선박 3척을 함께 운항 중이다. 이 노선은 동향항로에서 제다와 코파칸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밖에 중동항로 AGX1에 1만3296TEU 선박 3척을 투입하고 있다.
영국 드류리쉬핑컨설턴트는 “UASC가 초대형선 발주를 계기로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선사들과 손잡고 대형선사들에 대응해 아시아-유럽항로 강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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